업황 변곡점 신호들과 과격한 선반영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에 외국인, 일주일간 7조 ‘패닉셀’
비관적 전망 과도한 반영... ‘반도체 업종 비중 유지·확대’ 전망도
[애플경제 윤수은 기자] 현재 하락과 조정국면을 보이는 반도체 주가가 일부 비관적인 업황 전망에 근거, 과잉 반영되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미래 반도체 수요 감소를 미리 우려한 세력에 의해 과격하게 하락세가 조성되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에 앞서 최근 4분기 D램 가격 하락 전망에 이은 외국계 증권사들의 반도체 업종 하향조정에 따라 반도체 주가 전망을 두고 논란이 컸다. 그 결과 외국계 투자자들이 국내 반도체 업종을 7조원 가량 대규모 순매도를 하면서 지난 한 주간 반도체 업종은 9.5% 하락했다.
시작은 대만의 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4분기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부터다. 10일 트렌드포스는 2021년 4분기 PC 재고 조정으로 D램 및 서버 가격이 최대 5%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7월 초부터 D램 공급업체가 D램 재고 조정을 위해 가격 하락을 이어가면서 현물시장 PC D램 수요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PC OEM의 높은 D램 재고로 인해 PC D램 가격 상승 가능성이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관련 제약이 점차 풀리면서 노트북 컴퓨터의 전반적인 수요도 낮아져 PC D램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추정한 기준에서 보면 반도체의 정점 이슈가 확대된 전망인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사실상 반도체 매도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반도체 업종 주가하락에 불을 붙였다.
지난 11일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반토막 낸 ‘메모리-겨울이 오고 있다(Memory-Winter is coming)’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자마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5조원, SK하이닉스를 1조 7500억원, 총 국내 반도체 투톱 물량을 7조원 가량 순매도했다.
이에 삼성전자의 코스피 시총 비중이 23개월 만에 유가증권 시장 전체 대비 20%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연중 최저점을 연일 경신하며 장중 10만원 선도 깨지며 열흘 만에 주가가 16.1%나 빠져버렸다.
최근 D램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D램 시장 점유율 3위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의 주가는 12일(현지시간) 장중 –8%까지 하락했다. 지난주에만 -15% 가까이 하락하며 2020년 3월 이후 주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105달러에서 75달러로 하향했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 경기 지표로 통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3일 0.67% 오름세로 마감하면서 7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적어도 2022년 중반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가 이어진다면 반도체 쇼티지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모건스탠리의 전망과 더불어 4분기말에서 다음해 1분기 기간이 전통적인 반도체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반도체 업종은 약세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과반영됐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올 4분기부터 반도체 가격의 하락 가능성은 상존하지만 향후 두 자릿수 이상의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PC를 제외한 서버, 모바일 재고가 건전한 상태에서 수요가 비교적 견조한 것으로 판단되고, 내년 상반기부터 DDR5 중심의 D램 인터페이스 변화가 시작되어 재고축적 발생이 예상된다. 또한 2022년 삼성전자의 신규증설 공간이 부족해 내년 출하 성장률(bit growth)이 시장 예상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어 급격한 공급과잉 우려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측면에서는 공급과잉과 가격하락 우려가 단기 반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과거와 다른 실적 체력(삼성전자: 비메모리 수익성 개선, SK하이닉스: 낸드 원가구조 개선)과 최근 밸류에이션 하락 등을 고려하면 현 주가 수준에서 하락 위험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김선우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는 다운사이클 전환을 상당히 반영한 수준”이라면서 SK하이닉스 현 주가는 2022E P/B 1.1배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BPS 1.0배 미만 영역은 실패하지 않는 투자 기회임도 분명하다. 다만 향후 경쟁적 설비투자의 강화, 서버의 전략적 수요 감축, 그에 따른 현물가 및 고정가 하락 및 시장 이익 기대치 하향 조정이 당분간 주가 반등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는 미래의 업황과 실적 불안을 선반영하며 레벨다운되었다. 그 결과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고, 가격,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적인 구간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선행 PER은 9.12배, PBR은 1.38배로 레벨다운되었다.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자,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반도체 하락사이클 정점 구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밸류에이션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 “반도체 주가는 반등시도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 이후 반도체 업황에 대한 회복 기대, 턴어라운드 기대가 유입되면서 주가는 다시금 상승추세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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