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AI생태계’보단, 실행 모델인 LLM 투자 적절성 따져야
“‘버블’은 AI의 한 응용 분야인 LLM에만 국한” 시각, 호응도
향후 엄청난 수의 LLM 등장, “내년에 LLM 투자 ‘버블’ 터질 수도”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최근 엔비디아 젠슨 황이 ‘AI 버블’을 일축하면서 오히려 이에 관한 논쟁이 재연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여전히 ‘AI 버블’을 주장하는가 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정확하게는 ‘AI 버블’이 아닌, ‘LLM 버블’이라고 해야 정확하다”는 주장도 펴고 있어 주목된다. 막연하게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지능형 기술 생태계’를 지칭하기보단, 그 구체적 실행 모델인 LLM에 대한 과잉투자의 적절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논리다.
젠슨 황이 ‘AI 버블’을 일축한 다음 날 머신러닝 리소스 허브인 허깅 페이스(Hugging Face)의 CEO 클렘 들랑그는 “(‘AI버블’이란 표현은) AI의 한 응용 분야인 LLM에만 국한된다”고 황과는 결이 다른 주장을 폈다. ‘버블’ 현상을 인정은 하되, 그 실행 솔루션인 LLM에 한정된 개념이란 주장이다. 아예 ‘버블’ 자체를 부인한 젠슨 황 등과는 시각이 다르다.
허깅페이스, ‘젠슨 황’과도 결이 다른 진단
앞서 젠슨 황은 ‘AI 버블’에 관한 질문에 대해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며 “여전히 AI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칩은 이러한 기술 혁명(AI 혁명)을 주도하는 데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AI의 모든 단계, 즉, 클라우드의 다양한 컴퓨팅 요구 사항, 그리고 클라우드에서 기업, 로봇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에 엔비디아 제품이 필요할 것”이라고 새삼 강조했다.
원천적으로 ‘AI버블’을 부인한 셈이다. 이런 주장을 그는 기자들 앞에서 장시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들랑그는 “우리는 LLM 버블 속에 있다. 하지만 AI 버블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 중심으로 일고 있는 ‘AI 버블’ 공포를 견제하면서도, AI를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실행 앱 등에서 ‘버블’이 일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면서 “특히 제조업 등에선 AI 투자 위험은 명확하지 않다”고 사실상 ‘AI버블’을 부인했다.
젠슨 황이나 들랑그의 발언이 있기까지 AI 버블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오픈AI나 앤스로픽 등이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자금을 유치하면서 더욱 ‘버블’론이 증폭되고 있다. 엔지니어링 및 제조 분야에서 머신 러닝을 적용하는 새로운 AI 스타트업이 6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고 출범했다. 이 회사의 공동 CEO 중 한 명은 전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다. 이 스타트업 역시 ‘버블’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들랑그의 주장처럼, ‘버블’은 AI의 한 응용 분야인 LLM에만 국한된다는 시각도 일각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태크크런치에 따르면, 또 다른 전문가들도 “현재 LLM 버블 속에 있다고 생각하며, LLM 버블은 내년에 터질 수도 있다”고도 한다. 이들은 “생물학, 화학,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분야에 AI를 적용하는 측면에서 LLM은 AI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아직 시작 단계에 있으며, 향후 몇 년 안에 훨씬 더 많은 AI(LLM)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실제로 최근 AI 과잉 투자에 대한 보도나 분석, 리서치 등도 그런 맥락을 맴도는 것들이 많다는 해석이다. 즉 (큰 테두리인 AI가 아닌) LLM을 주력 제품으로 하는 기업이나, 이를 구동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 특히 범용 챗봇에 초점을 맞춘 산업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 ‘LLM 버블’은 이같은 유형의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수많은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의 수익 창출 가능성이나 실용 가치 등에 관한 비판적 시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직 하나의 앱 구축, 모든 문제 해결” 시각이 문제
이 대목에서 앞서 들랑그는 “모든 관심과 집중력, 자금을 바탕으로 한 다수의 컴퓨팅을 통해, 오직 하나의 모델(AI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문제”라고 표현했다. 그야말로 ‘LLM 버블’을 빚는 원인이란 지적이다. 이에 “더욱 맞춤화되고 전문화되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허깅 페이스는 오픈AI와 메타 등 빅테크의 LLM과, 개발자들이 특정 요구에 맞춰 조정한 미세 조정된 모델, 연구자들의 소규모 모델 등을 아우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화된 모델을 위한 깃허브와 같은 저장소가 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트너’도 이와 비슷한 진단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가트너’는 “비즈니스 워크플로우의 다양한 작업과, 더 높은 정확도에 대한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며 “그 때문에 특정 기능이나 도메인 데이터에 맞춰 ‘미세 조정’된 전문화된 모델로 전환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분명한 사실은 LLM 기반 애플리케이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기존 개념에 따른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투자는 “이제 막 시작일 뿐”이란 분석이다. ‘AI 버블’ 담론에 대한 들랑그의 발언 중 일부는 분명 ‘허깅 페이스’ 중심의 사고가 배어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한 ‘AI’라는 용어는 단순한 LLM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과장된 표현”이란 주장이 적잖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