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US. 19개월 만에 은행 송금 서비스 재개, 'SEC도 180도 태도 바꿔'
리플·코인베이스 등 암호화폐 기업들 '기지개'…디뱅킹 문제 해결 기대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바이낸스US가 19개월 만에 은행 송금 서비스를 재개했다. 지난해까지 미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주요 은행과의 결제망 연계가 차단됐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최근 들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산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EC 규제 완화 움직임 보여
디크립트에 따르면 바이낸스US가 새로운 은행 파트너를 확보하면서 19개월 만에 은행 송금 및 결제 서비스를 재개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미국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기업과의 협력을 재검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바이낸스US가 서비스 재개를 발표한 시점이 SEC의 규제 기조 완화 흐름과 맞물려 있어,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암묵적인 규제 완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몇 년간 암호화폐 산업에 강경한 규제 정책을 적용해 왔다. 게리 겐슬러 전 SEC 위원장은 대부분의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간주하며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SEC는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리플 등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며 시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화폐 우호 정책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SEC가 여러 소송에서 법원으로부터 불리한 판결을 받은 데다, 미국 의회에서도 과도한 규제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규제 당국의 태도가 완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것은 규제 기조 변화의 신호로 읽히고 있다. 이는 기관 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으며,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SEC 및 CFTC와의 법적 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바이낸스가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바이낸스US는 한때 미국 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2022년부터 강력한 규제 압박을 받았다. SEC는 바이낸스US가 등록되지 않은 증권을 판매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은행들이 바이낸스US와의 결제망 연계를 중단하면서 이용자들의 달러 출금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규제 완화로 암호화폐 산업 전망 밝아져
SEC의 규제 완화 움직임과 바이낸스US의 은행 서비스 재개 소식은 암호화폐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리플과 코인베이스 같은 기업들은 미국 내 규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사업 운영에 있어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플은 지난해 SEC와의 법적 분쟁에서 부분적인 승리를 거두며 XRP의 증권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서 한 걸음 벗어났다. 또한, 코인베이스 역시 SEC와의 소송 과정에서 미국 법원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명확한 규제 기준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향후 정책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와 함께 또 다른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바로 ‘디뱅킹(De-banking)’ 문제다. 이는 은행이 특정 기업이나 산업과의 금융 거래를 제한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미국 내에서는 지난 몇 년간 암호화폐 기업들을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하는 정책이 시행됐고, 이 과정에서 바이낸스US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융 시스템 내에서 암호화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디뱅킹’ 정책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됐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금융 서비스 차단이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부 의원들은 이를 ‘오퍼레이션 초크 포인트(Operation Choke Point) 2.0’이라고 지칭하며 정부가 특정 산업을 불합리하게 규제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암호화폐 기업들이 은행과의 협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규제 완화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세계 최대 금융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미국이 규제 기조를 완화할 경우, 다른 국가들도 이를 참고하여 정책을 조정할 수 있다.
한국 시장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금융당국은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규제 완화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경우 한국 역시 이에 맞춰 제도적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