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직접 ‘암호화폐 플랫폼’ 구축, 암호화폐 표밭 적극 공략
‘규제’ 중점 바이든 이은 해리스와 ‘차별화’ 노력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이번 미국대선의 중요 변수가 될까. 해리스 부통령과 경쟁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엔 직접 ‘암호화폐 플랫폼’을 개설할 것이라고 나섰다. 그리고 “암호화폐 산업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때문에 ‘박빙’의 경쟁 국면이 대선 가도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민심은 승부를 결정지을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16일 직접 암호화폐 플랫폼 소개할 것”
지난 12일(현지 시각) 트럼프는 X에 게시된 동영상을 통해 “오는 16일 오후 8시에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암호화폐 플랫폼인 ‘World Liberty Financial’을 소개할 것”이라고 밝혀 사람들을 놀라게했다. 그는 또 “우리는 암호화폐로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대신, 느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기존의 대형 은행들을 뒤로 밀어낼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미 진작부터 트럼프는 “미국을 암호화폐의 본고장(수도)으로 만들 것”이라는 등 암호화폐친화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엔 아예 암호화폐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까지 밝히면서 더욱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이다. 그로선 암호화폐 시장이야말로 이번 대선이 승부를 가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그 구체적 내용은 자세히 밝히지 않았고, 자신과 해당 플랫폼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도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뉴욕타임스 대부분의 외신들은 ‘트럼프 가족’들이 모두 이에 개입하고 있는 모습에 주목했다.
이에 따르면 그의 아들 두 명인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최근 몇 주 동안 계속 ‘World Liberty Financial’을 홍보하면서, 텔레그램을 통해 해당 플랫폼을 내려받을 수 있는 채널 링크를 게시했다.
이날 ‘World Liberty Financial’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게시물에 따르면 트럼프는 16일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그의 컨트리 클럽인 ‘마라고(Mar-a-Lago)’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에 직접 출연할 것이라고 한다. 게시물에는 “‘Make Finance Great Again’(금융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계획을 시청할 준비를 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암호화폐 민심, “대선 판도에 영향” 분석도
그러나 일부 언론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대선 후보가 선거 운동 중간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드문 일이며, 자신의 (정치적 지위와) 사업적 이해관계로 인해 지난 임기 동안에도 이해 상충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실제로 보수적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Truth Social’의 모회사인 Trump Media & Technology Group의 지분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식은 최근 몇 주 동안 폭락하여 그의 지분 가치가 수십억 달러 감소하긴 했다.
트럼프로선 이번 ‘World Liberty Financial’ 역시 암호화폐 산업의 ‘민심’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선거운동의 일환인 셈이다. 반면에 그는 디지털 통화에 대한 더 엄격한 규제를 추진해 온 민주당 정부의 정책을 종식시키겠다고 다짐하며, 사실상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지난 7월에 그는 대형 암호화폐 행사인 연례 ‘비트코인 컨퍼런스’에 굳이 참석해, 연설을 통해 “미국을 지구의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이 제안은 효과가 있는 듯하다는게 언론의 분석이다. 그후 ‘제미니’ 거래소의 창립자인 캐머런과 타일러 윙클보스를 포함한 몇몇 명망있는 암호화폐 임원들이 트럼프 진영에 선거 자금을 기부했다. 업계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대규모 기부단체 PAC인 ‘페어쉐이크’는 “선거에서 암호화폐 지지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1억 5천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으며, 민주당과 공화당에게 모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는 처음부터 암호화폐를 지지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2021년에 비트코인이 “사기나 다름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그의 생각이 바뀐 셈이다. 이미 올 들어 그는 ‘마라고’에서 자신의 NFT를 구매한 사람들을 위한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고, 이를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했다.
‘World Liberty Financial’의 목적이나 취지, 운영 방식은 불분명하다. 다만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자체 암호화폐 토큰을 발행, 이를 통해 대출 등 신용을 제공할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암호화폐 지지를 표명하면서 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은 좀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 더욱이 그의 아들과 가족까지 나서서 ‘암호화폐 플랫폼’을 홍보하는데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비판적 시선도 많아
암호화폐 벤처 투자업계에선 “이는 트럼프의 선거 전망을 오히려 어둡게 한다”면서 “특히 해킹이라도 당하면 더욱 그럴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선 “암호화폐 시장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처사일뿐이며, 최악의 경우 또 다른 법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이런 부정적 시각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 플랫폼이 이미 해커와 사기꾼들의 표적이 된 것이다. 최근 트럼프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와 그의 어린 딸인 티파니 트럼프의 X 계정에 승인되지 않은 게시물이 나타났다. 이 게시물은 시청자들을 ‘World Liberty Financial’ 이름을 사칭한 가짜 웹사이트로 안내함으로써 문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암호화폐 친화적 행보가 결코 대선 향방과 무관할 수 없어보인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에 방점을 찍은 바이든의 뒤를 이은 해리스와, 이와는 대조적인 트럼프의 태도가 대비되면서, 대선 승부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