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2025 컨퍼런스, 정책과 시장 모두 흔든 발언 이어져
트럼프 미디어, 비트코인 매입에 30억 달러 조달
정책과 시장이 맞물린 구조… 과도한 밀착에 대한 우려도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5 컨퍼런스’가 가상자산 시장의 향후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행사 기간 동안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 정책 기조를 잇따라 공개했고, 트럼프 일가의 미디어 기업이 비트코인 대규모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업 차원의 전략 변화도 엿보였다.
JD 밴스 부통령은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경제의 영구적인 일부”라며 퇴직연금에 비트코인 투자를 허용하는 규제 완화를 공식화했다. 이를 통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과 같은 국가 전략 자산으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 비트코인 제도권 통합과 대규모 매입 계획 추진
트럼프 행정부는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 경제에 적극 편입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미국 시민 수가 5천만 명에서 1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에 대해 신속한 법적 체계 구축을 약속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그동안 규제해온 회계 기준과 은행 업무 지침을 완화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 부처들은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섰다. 노동부는 퇴직연금 401(k) 투자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운용사가 디지털 자산을 투자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했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통화감독청(OCC)도 은행의 디지털 자산 취급 제약을 줄이는 내부 가이드라인 정비에 착수했다.
이로써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반 자산이 기존 금융 시스템에 편입될 법적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정책 변화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운영하는 ‘트럼프 미디어앤테크놀로지그룹(TMTG)’은 최대 30억 달러 규모 자금을 조달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주식 및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 대부분을 비트코인 확보에 쓸 예정이다. 이는 과거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투자 전략과 유사한 형태다.
TMTG는 나아가 디지털 자산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도 검토 중이며, 이번 매입이 그 전 단계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일부 자산을 비트코인에 연동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책과 자산 운용이 긴밀히 연결된 모습이다.
비트코인 시장 반등 기대… 정치적 갈등 제기도
비트코인 시장은 최근 11만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컨퍼런스 이후 다시 상승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술 지표 중 하나인 OTT(Optimized Trend Tracker)는 상승 전환 신호를 보였고, 일부 분석가는 2025년 말까지 20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면 일부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장기 보유자들이 최근 약 40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거래소로 옮기며 이익 실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 2024년 유사 컨퍼런스 직후 시장이 30% 급락한 사례도 있어 단기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트럼프 진영과 비트코인 시장 간 밀접한 연계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NFT 발행에 이어 밈코인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에도 참여해 정책 결정의 중립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의원과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개인 부와 정치자금 흐름에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점을 문제 삼으며, 이해충돌 가능성을 우려한다.
현재 미 의회에는 비금융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한하고 은행만 발행 주체로 인정하는 ‘GENIUS 법안’이 계류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 측이 이미 출시한 스테이블코인 ‘USD1’에 이 법안이 적용될지는 불확실하다.
기업의 비트코인 전략 확산될까
이번 컨퍼런스는 비트코인을 단순 투자 상품에서 국가 전략 자산과 기업 자산 운용 수단으로 격상시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한 자리로 평가된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이후 중소형 기업까지 가상자산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트럼프 미디어의 대규모 매입 선언으로 비슷한 전략을 따르는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가상자산 규제 완화와 제도 정비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앞으로 정부와 기업, 투자자 모두가 급변하는 디지털 자산 환경에서 위험과 기회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