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암호화폐 과세’ 타협적인 인프라법 수정안 통과 실패
비트코인, 5월 이후 처음으로 4만5000달러 돌파
“8월 11일 미 인플레이션율 결과 따라 가상자산시장 판도 바뀔 듯”
[애플경제 윤수은 기자]
현재 가상자산 시장 등락을 좌우할 리스크 중 하나는 디지털 자산에 과세를 하는 미국 인프라법이다. 1조 2000억달러(약 1377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에 막판 디지털 자산 신고 관련 내용이 추가되면서 지난 한 주 내내 암호화폐 업계를 들끓게 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 등 외신은 10일(현지시간) 1만달러(약 1148만원)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를 연방 국세청(IRS)에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새로운 규제가 전통적 브로커 즉, '소비자가 디지털 자산을 사고 파는 거래소에서 거래를 하는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도록 명시한 개정안이 상원에서 부결됐다고 보도했다.
상원은 이날 초당적으로 합의한 인프라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공화당 리차드 쉘비 상원의원이 제기한 군비 관련 개정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개정안 통과 자체가 무산됐다. 이번 수정안이 통과되려면 상원에서 만장일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미 상원은 지난 8월 1일, 디지털 자산이 과세되는 방식에 대해 보다 엄격한 규정을 부과하는 조항을 포함한 인프라 법안을 발표했다. 당시 미 의회는 세금 징수 대상인 ‘브로커’의 정의가 ‘다른 사람을 대신해 디지털 자산의 양도를 유효화하는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그 결과 브로커의 정의가 너무 광범위하다며 암호화폐 업계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만약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크립토 산업에서 약 280억달러(약 32조원)가 압류될 수 있으며, 일부 가상자산 업자들은 파산하지 않으려면 해외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팻 투미(공화당), 신시아 루미스(공화당) 등 상원의원들은 가상자산 시장 내 브로커의 범위를 ‘디지털 자산 이체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한정하는 새로운 인프라법 수정안을 제시했다.
타협안에서는 기존 인프라법에서 브로커로 분류됐던 채굴업자, SW 개발자, 노드사업자 및 개인투자자들은 과세 의무에서 빠지게 됐다. 현지 외신들에 따르면 브로커의 정의에서 채굴자나 노드 사업자 등의 이해당사자들을 배제한 개정안이 가상자산 업계 관련자들은 물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과세를 포함한 인프라법 통과는 불발됐지만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타격을 입지 않고 오히려 올랐다. 비트코인은 5월 이후 처음으로 4만5000달러를 돌파했고 이더리움은 여전히 3000달러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11일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따라 가상자산 등락 있을 듯
한편,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이번 주 11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5월 12일(현지시간) 미국 4월 CPI가 컨센서스 3.6%를 훌쩍 넘은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 쇼크’를 우려한 시장 분위기에 비트코인 5만6000달러 선에서 7월 말까지 2만9000달러대로 끝도 없는 하락세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7월 CPI가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5.3%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달에는 각각 0.9%와 5.4% 상승했는데,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율도 어느 정도 선반영된 것으로 보고 이에 따라 크립토 자산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컨센서스가 5.3%인 상황에서 실제 지수가 6% 이상 오른다면 오랜만에 상승세를 탄 코인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최근 CPI와 비트코인의 연동과 관련해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의 방어수단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블랙스완'의 저자인 나심 탈레브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취약하다고 비판했지만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는 "비트코인은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부의 창출’ 수단"이라며 비트코인의 투자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의 변동성 대처 방법
전문가들은 암호화폐의 변동성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투자 결정을 내린다면 이 점을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명인사의 트윗에서 새로운 연방규제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이든 가격이 급등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바이오에 해시태그(#) 비트코인을 넣으면 비트코인을 10% 올려보낼 수도 있다.
미국 자산관리 회사 본파이드 웰스의 창업자인 더글러스 본파스는 "투자자가 비트코인에 투자하든 주식에 투자하든 가장 중요한 일은 계획을 수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계획도 갖추는 것"이라면서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자산으로 '바이더딥(Buy the dip, 보통 많이 하락한 자산에 대해 매수 권고)'을 하는 것이 매력적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항상 최선의 생각은 아닐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크립토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막대한 포트폴리오를 암호화폐와 같은 위험 자산에 투자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일반적으로 가상자산 보유량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5%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