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9월 시행 앞두고 “‘실명제’ 실효성 위해서라도 반환청구권 절실”

오는 9월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 의무 등 규제를 강화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령의 시행을 앞두고 새삼 그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두드러지고 있다.

예컨대,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나 자금세탁방지책, 시세 조작 등을 규제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 손해에 대한 반환청구권, 시장참여자들 사이의 정보비대칭 문제 해소, 투자자를 기만하는 불공정거래의 원천적 방지책 등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공=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앞서 금융 당국은 특급법의 구체적인 실행안을 담은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의무적으로 신고 접수해야 하며, 가상자산사업자나 그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을 취급해선 안 된다. 실명제를 도입, 고객이 법인 또는 단체인 경우 동명이인 식별을 위해 대표자의 생년월일을 확인하도록 했다. 또 가상자산사업자나 그 임직원의 가상자산을 해당 가상자산사업자가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 밖에 시행령은 고객확인, 의심거래보고 등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다양한 의무 조항도 신설했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선 “그 정도론 부족하다”거나, “실명 계좌 관리에 따른 책임과 부담을 은행에 떠넘기는 식”이라는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많은 거래소들이 신고 접수를 통과할 만한 물적, 인적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아 고객이 맡긴 암호화폐를 하나의 계좌에서 혼합 관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은행이 대신 고객별로 암화화폐에 대한 실명 확인을 받고, 개별고객 계좌와 거래소 계좌를 분별 관리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또 투자자 개인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김동환 선임연구원은 최근 시장 보고서를 통해 “예컨대, 암호화폐의 비밀키(소스코드)를 보유한 거래소가 고객 계좌의 암호화폐를 분실하거나 임의 처분 내지 파산할 경우가 그런 경우”라면서 “비록 고객별로 자산이 분별 관리되고, 고객별 계좌가 실명 확인되고 있다고는 해도 자기 소유의 자산에 대한 반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실제로 투자자보호 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실제로 미국 등지에서 사기 행위에 의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가상화폐 가격 급등을 틈탄 투자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scammers are cashing in on the buzz around cryptocurrency and luring people into bogus investment opportunities in record numbers.)고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경보를 발했다. FTC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가상화폐 투자 사기 피해를 신고한 소비자들은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7천명에 육박하고, 이들이 신고한 피해 규모는 총 8천만 달러 이상, 1인당 평균 피해액은 1,900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이나 EU에서 투자자보호에 초점을 맞춘 규제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사이에선 이처럼 투자자보호를 위해 강화된 미국 등지의 암화화폐 관련 규제책을 적극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김갑래 연구원은 특히 “기존 ‘증권법’의 적용을 받는 ‘SEC 투자계약 가이드라인’과 같은 경우를 참조할 수 있다”며 미국과 EU의 규제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과 EU를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 주요국에선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암호화폐 등)은 기존 증권법의 적용을 받는다. 미국의 경우 그 틀 안에서 별도의 ‘SEC 투자계약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규제하고 있다. 그 핵심은 무엇보다 암화화폐 거래 참여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또 “비금융투자상품인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새로운 글로벌 규제체계는 기존의 자본시장 규제체계를 벤치마크하며 구축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했다. 특히 국내외 가상자산시장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정보비대칭 문제가 더욱 커지고, 불공정거래 세력이 점점 더 조직화되고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는 현실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발행ㆍ유통시장에 관한 공시규제, 다양한 사기적 거래행위에 대한 불공정거래규제, 거래소 등 암화화폐 업자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진입규제, 행위규제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 역시 “장기적으로 모든 규제체계의 핵심은 가상자산 거래자 보호와 시장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을 앞둔 특금법 시행령을 추후 그런 방향으로 보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만하다.

물론 한편에서는 암호화폐의 폐해와는 별도로 블록체인의 분산원장이 가진 잠재력에 주목하며, 그 순기능을 산업적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애초 블록체인은 ‘정보의 비대칭’, ‘거래 비용’, ‘인센티브 부족’ 등의 거래 방해요소들을 제거하고, 혁신을 구현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사이의 연결과 확장성이 중요해지고, AI(Artificial Intelligence), IoT와의 융합, 자산 기반의 토큰화와 네트워크 분산 온디맨드 생산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 국제화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이 거대한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시장 안정과 신뢰를 위해 다양한 규제책이 마련되고는 있으나, “무엇보다 개인 시장 참여자의 피해 보상과 보호책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그런 바탕에서 가상자산 시장이 작동하고 블록체인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라는게 많은 산업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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