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은행권, 경영전략회의 열고 핵심사업 논의
은행권, ESG 관련 채권 발행도 6조원 넘어 
디지털 혁신과 더불어 MZ세대와의 소통 강조... 가상공간 활용 新 금융서비스 채널 도모
ESG 버블과 그린워싱 증가로 감독 강화 움직임... “실질적인 ESG 경영과 투자가 중요”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디지털 전환(DX)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문화 개혁을 통한 MZ세대 공략에 모두 한목소리를 높였다.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 및 미래성장기반 구축과 디지털 혁신을 통한 성과 창출이 늦춰질 경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를 위해 각 지주사와 은행별로 일제히 경영전략 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영목표를 확정지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및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경영전략 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영 키워드를 제시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업들마다 메타버스나 자체 소통플랫폼을 활용해 전면 비대면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한 것이 달라진 풍경이다. 

(사진=SK텔레콤)
(사진=SK텔레콤)

금융권, 지속가능성의 시대 도래 
하나금융그룹은 ‘2020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통해 ESG 중장기 추진 목표 ‘2030 & 60’과 ‘ZERO & ZERO’를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알렸다. 

(출처=2020 하나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캡쳐)
(출처=2020 하나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캡쳐)

하나금융그룹은 ‘2020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ESG 하이라이트’ 섹션을 통해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신설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 신설 ▲한국판 뉴딜 금융 지원을 통한 ESG 금융 확대 ▲ESG 채권 발행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등을 그룹의 주요 ESG 활동으로 공개했다.

특히 지난 3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지지 선언 이후 TCFD 가이드라인에 따른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이번 보고서에 일부 담았으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 TCFD 이행 보고서 발간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 ESG기획팀 관계자는 <애플경제>와의 통화에서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4월 ESG 비전 선포식을 통해 2021년을 ESG 경영 원년으로 공표했다”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변화와 진정성이 담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그룹은 금융 본연의 역할을 통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앞장서기 위해 그룹 탄소중립 중장기 추진 전략 ‘KB Net Zero S.T.A.R.’를 선언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하반기 그룹전략회의를 개최해 "환경과 사회, 주주 및 고객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ESG경영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ESG보고서는 국내 금융사 최다 횟수인 16번째 발간이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보고서에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의 해답은 ESG"라며 "신한금융은 ESG의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걸으며, 올바른 방향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안내하는 ESG 등대가 되겠다"고 ESG 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번 신한의 ‘ESG보고서’는 투자자와 평가기관들이 관심을 갖는 ESG 정량 데이터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KRX(한국거래소)에서 제시한 ‘ESG 정보공개 가이드라인’ 권고 지표를 신규 도입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이사회 산하 ESG경영위원회의 사전 결의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목표로 ‘Plan Zero 100(탄소배출 Zero, ESG금융 100조 지원)’을 선언했다. 2050년까지 그룹 자체의 탄소배출량은 물론, 자산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의 제로(Zero)화를 제시했으며, 2030년까지 ESG상품·대출·투자 및 ESG채권 발행 등 ESG금융에 100조원을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정량목표를 제시했다.

ESG에 대한 시장 및 투자자의 요구가 강해지면서 은행들이 ESG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은행권 전체 발행된 ESG 채권은 6조 18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태승 회장은 “‘금융을 통해 우리가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새로운 ESG 비전 아래, 금융 본연의 역할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앞으로도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도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ESG 관련 상품 출시와 기후리스크 선제적 대응, 국제협약 가입 등 다양한 ESG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과 연계, 오는 2025년까지 총 15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농협의 특화된 ESG 투자 모델로 '그린 임팩트 금융'과 '농업 임팩트 금융'을 설정했다.

윤종원 IBK 기업은행장은 “디지털 전환, ESG경영 등 IBK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도전에 직면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영업점장이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 줄 것”을 강조했다.

이어, 윤 행장은 “출시를 앞둔 ‘금융주치의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별 맞춤형 진단과 처방을 제공할 수 있도록 활용하고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에 맞춰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도 빈틈없이 준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바른경영 실천과 관련해서는 성과와 실력에 기반한 인사를 체계화하는 ‘인사스코어링 시스템’을 내실 있게 준비하고, 디지털금융 확산에 따른 내점고객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시범실시 중인 ‘新영업점 팀제’를 지점별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해 줄 것을 강조했다.

금융지주와 은행들, 디지털 전환과 MZ세대에 초점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마이데이터, 대환대출 플랫폼 등 디지털 신산업 조기 선점을 위해 실효성을 갖춘 디지털 전환에 접근 중이다. 특히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는 점이 올해 달라진 금융풍경 중 하나다. 잠재적 고객층인 MZ세대와의 접점 마련은 물론 향후 메타버스를 바탕으로 한 가상경제시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제공=KB금융그룹)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제공=KB금융그룹)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경영진 간 소통의 시간인 ‘경영진 타운홀 미팅’에서 디지털 부문 강화와 MZ세대 공략을 강조했다. 윤 회장은 “다양한 업종에서 과거 영광을 누렸던 거대 기업 중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진 사례가 많다”며 “디지털 시대의 주역인 MZ세대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KB 고유의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늘 ‘혜택, 편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No.1 금융플랫폼’으로 인정받도록 전 경영진들이 결기를 가지고 속도감 있게 실행해 나가자”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까지 열었던 '하반기 경영포럼'을 대체한 온라인 비대면 방식의 '신한문화포럼'을 통해 '고객중심의 초심'과 '직원 창의성과 주도성', '과감한 도전'을 핵심 가치로 선언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MZ세대 직원들이 창의성과 주도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리더들이 열린 환경을 만들고, 중간관리자들의 권한과 역할도 재설계해야 한다"며 시대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을 주문했다.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는 은행들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하나은행, 신한DS, BNK부산은행.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는 은행들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하나은행, 신한DS, BNK부산은행.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하여 가상세계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하고, 메타버스 연수원 ‘그랜드 오프닝’ 행사와 신입행원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벗바리 활동’ 수료식을 진행했다. 하나글로벌캠퍼스는 하나금융그룹이 첫 번째로 공개하는 메타버스 공간으로, 2019년 5월 인천 청라에 오픈한 실제 연수원의 구조와 외형을 생생하게 구현해냈다는 평가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신입행원들이 가상세계에 스스로 만들어낸 하나글로벌캠퍼스는 하나은행의 도전정신과 혁신을 보여주는 우수한 사례”라며,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하나은행 곳곳에서 계속될 수 있도록 주변 MZ세대들의 목소리를 응원해주실 것과 많은 직원들과 손님들의 하나글로벌캠퍼스 방문과 체험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도 MZ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메타버스 테스트베드를 금융과 연계하는 실험에 나섰다. 직원들의 메타버스 활용과 경험 확산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게더’를 활용한 ‘KB금융타운’을 오픈했는데, 앞으로 경영진 회의나 타운홀 미팅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술 기업과 협업해 금융 콘텐츠 개발을 추진하는데, 로블록스 플랫폼이나 가상현실기기(HMD)를 활용한 가상금융 체험관을 실험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아바타와 AI를 활용해 메타버스 영업점을 구축해 고객상담·이체·상품 가입 등 금융 서비스 제공 가능성도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고객의 행동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으로 상품을 추천해 주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행동 기반 개인화 마케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고객별로 최적 상품을 추천하는 AI 마케팅 모델도 자체 개발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빠른 자만이 살아남는 속자생존(速者生存)의 시대를 맞아 디지털 혁신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며, “새롭게 맞이한 하반기에는 원팀(One-Team)을 이뤄 탄성과 속도를 더해 더 빠르고, 더 새롭게 전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애플경제>와의 통화에서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구현 가능한 다양한 서비스 검토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가상영업점포 개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 (제공=우리은행)
권광석 우리은행장 (제공=우리은행)

지방금융지주도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DGB금융그룹은 메타버스 기술 도입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DGB금융지주 경영진회의를 시작으로 그룹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그룹경영현안회의를 진행했으며, 향후 전 직원에게 디지털 문화를 전파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 활용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BNK금융그룹도 하반기 페이퍼리스 및 RPA 확대를 통한 디지털 채널 혁신과 함께, 그룹 디지털 인재 육성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다. BNK금융그룹 김지완 회장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금융산업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본원 사업역량 개선을 통한 경상이익 제고 및 사업모델 혁신을 통한 위기 회복력(Resilience) 확보가 필수적”이라면서 “지역금융그룹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 단계 더 레벨업(level up) 하기 위해 하반기에도 끊임없는 도전이 필요하고, 동시에 시장상황을 감안한 선제적 리스크관리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SG 버블과 그린워싱 주의... “실질적인 ESG 경영과 투자 중요”
한편, 경영계에서 ESG 경영을 선언하고 강조하는 과정에 ESG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 환경주의)과 ESG버블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투자업계도 ESG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데, 일부 펀드는 명칭만 ‘ESG’로 변경하고 기존 펀드 포트폴리오 변경 없이 운용하는 등 그린워싱 사례가 빈번해지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린워싱 관련 문제점을 지적하고 ‘ESG관련 위법행위에 초점을 맞춘 규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도 자산운용사에 그린워싱과 관련해 ▲투자 전략에 대해 정보를 불충분 기재, ▲금융소비자를 오해하게 하는 표현 사용, ▲금융소비자의 기대와 불일치하는 자산운용을 했을 경우 ESG 펀드시장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는 행위 등에 대한 구두경고를 지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SK증권 윤원태 연구원은 “ESG 버블과 그린워싱 증가로 전 세계적으로 감독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실질적인 ESG 경영과 투자가 중요해졌다. 이에 금융당국이 추후 ESG 관련해 구체적인 운용 기준에 대한 세부 방침과 징계 수위 등 가이드라인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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