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소개, 대출업무ㆍ부동산 투자 등도 가상의 메타 공간에서…
메타버스는 이제 경제, 사회 전반에서 광범위한 일상의 도구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제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 분야에서 남다르게 빠른 속도로 메타버스가 도입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현재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AR/VR이나 금융 애플리케이션 등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으로 본격적인 ‘가상경제 시대’를 앞두고, 부동산이나 대출사업, 일선 점포 업무 등의 분야에 메타버스 기술이 본격적으로 접목될 전망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사례 중 하나는 메타버스나 AR 앱을 활용해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실시간으로 스캔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물 부동산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하나금융연구소의 신석영 연구원이 펴낸 ‘메타버스 금융서비스 개발 본격화’ 자료에서도 이런 구체적인 실례를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 연구원은 호주와 영국, 미국, 그리고 한국의 경우를 비교하며, 이른바 메타버스 금융서비스에 대해 ‘금융중심형’과 ‘연계형’, 두 가지로 구분해 사례를 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금융중심형으론 AR앱으로 카드나 금융상품을 소개하며,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에도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또 영국처럼 차량용 대출 ‘앱 오토 네비게이터’를 개발한 후, 이에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도 있다. ‘연계형’ 메타버스 금융서비스는 국내에서 이미 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가상경제 플랫폼인 제페토를 연결한 메타버스 점포가 곧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 금융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KB금융그룹에서도 최근 자사 지점망이나 금융네트워크에 메타버스 기술을 적극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처음엔 일부 연구진의 제안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엔 영업 현장에 구체적으로 실용화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2억 명의 잠재 고객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제페토에 KB국민은행의 디지털 지점을 개설하는 방식이다. 이 은행의 경영연구소는 일찌감치 이런 제안을 내놓으면서 구체적 실행 매뉴얼도 제시했다. 즉 KB국민은행의 광고 모델 방탄소년단이 직원으로 일하는 지점을 소셜 플랫폼 제페토에 개설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요 고객인 Z세대에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는 금융그룹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미래 고객과의 스킨십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나아가선 VR, XR 기기를 활용해 KB금융그룹의 연수원을 가상 공간에서 운영하는 방식이다. 또 영업 창구에서의 각종 실제 상황을 가상현실에서 미리 숙지하고, 대응하는 훈련도 할 수 있다. 창구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이나, ‘블랙 컨슈머’와 같은 곤란한 일을 겪을 때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가상현실 속 영업창구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경험과 고객 응대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제언이다.
이런 제도권 금융 뿐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에선 이미 메타버스가 널리 실용화되고 있다. 메타 공간에서 실물 법정화폐가 암호화폐와 교환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이용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로볼록스 등 게임 공간에서는 이미 메타 기술은 필수적이다. 로볼록스의 경우 가상화폐 ‘로벅스(Robux)’를 이용해 게임이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으며, 로벅스는 1개당 0.0035달러로 환전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해 ‘로블록스’ 게임 개발자가 1인당 평균 1만 달러(약 1,100만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상위 300명의 수익은 약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를 기록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다.
그런 가운데 제도권 금융계에서도 메타버스의 실용화를 위해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는게 최근의 분위기다. 이미 앞서가는 금융사나 은행은 금융 중심형 메타버스 서비스를 개발, 각종 업무와 고객 상담에 활용하고 있다. 시티은행의 경우 트레이더 전용 AR 분석기(Holographic Workstation)를 개발하여 금융 자료를 분석하고, 효과적인 팀워크와 원격 의사소통에 활용하고 있다.
‘Common Bank’와 HSBC도 상품 소개 및 고객 상담용 메타버스 서비스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의 메타버스 금융 서비스는 AR/VR 기술을 기존의 금융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식이었으나, 더욱 향상된 메타버스 기술을 금융서비스에 연계하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