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판매 전략을 고수해 왔던 애플이 달라졌다. 올 들어 잇따라 중저가의 보급형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전략의 변화를 예고한다. 무엇을 노리는 걸까.
애플의 중저가 라인업 강화
애플은 ‘프리미엄 전문’이었다.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해왔다. 하지만 애플이 달라졌다. 애플은 올해 들어 보급형·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하며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새로 공개한 신제품 4종 중 3가지가 중저가 모델이다. 애플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본사에서 온라인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애플워치와 아이패드 신제품을 공개했다. 혈중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을 새롭게 탑재한 ‘애플워치6’가 공개됐다. 하지만 애플의 첫 보급형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SE’와 중저가 아이패드 2종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애플워치SE는 겉으로 보기엔 애플워치6와 큰 차이가 없다.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 기능을 제외한 대부분의 핵심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가격은 애플워치6에 비해 18만원 저렴한 30만원대다. 8세대 아이패드는 애플의 ‘가성비’ 모델로 유명한 아이패드 시리즈 신작이다. 성능은 향상됐지만 가격은 전작과 그대로다. 애플은 올해 상반기에도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SE’를 출시했다. 애플이 보급형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은 4년만에 처음으로 399달러부터 시작하는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중저가 라인업강화의 배경
애플의 중저가 라인업 강화는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대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경기 침체와 스마트 기기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을 고려했을 것이다. 사실 아이폰SE의 성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서도 애플이 좋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1등 공신이었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이탈을 막으면서 높은 가격대나 사양 등으로 망설이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새로 출시된 애플워치SE와 아이패드 에어4, 아이패드도 비슷한 역활을 할 전망이다. 애플에 부족한 중간 가격대 이하의 제품군을 강화함으로써 기존 사용자에게도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신규 고객도 유입시키겠다는 것이다. 애플이 다음달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력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의 진입 가격도 649달러로 예상된다. 그간 출시됐던 아이폰 대부분이 100만원을 훌쩍 넘겼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것이다. 애플워치의 경우 기존에 애플 제품을 가격 등의 이유로 구매하지 않았던 소비자를 타겟으로 삼고 있다. 태블릿 2종은 최근 원격근무, 동영상 강의 등으로 증가하는 태블릿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애플은 제조업체로서의 비전을 서서히 바꾸려는 전략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기업, 애플
애플은 6대 서비스를 묶은 애플원을 올 가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애플원은 따로 구독해야 했던 아이클라우드, 애플뮤직, 애플TV 플러스(+), 애플 아케이드, 애플 뉴스+, 애플 피트니스+ 등 애플의 6대 서비스를 패키지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각 서비스를 따로 이용할 때와 비교하면 최대 월 25달러(약 3만원) 저렴하며, 올 가을 본격 출시된다. 애플의 콘텐츠 서비스 강화 행보는 수익원 다변화와 생태계 강화를 위해 애플이 최근 몇 년간 공을 들이고 있는 부문이다. 애플은 서비스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수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애플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게임, 동영상, 건강관리 등 콘텐츠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신기술인 증강현실(AR)과 가상형실(VR) 분야에도 상당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애플의 실적
애플은 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 2분기 매출액도 약 71조원. 569억달러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전 분기 대비 약 11% 증가했다.
올해 애플의 호실적 일등공신은 아이폰이 아닌 서비스 사업이다. 아이폰 매출액은 259억9000달러를 기록, 전체 매출의 48.3%를 차지했다. 애플의 매출에서 아이폰 비중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반면 서비스 분야 매출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앱스토어, 애플뮤직 등은 13%의 성장률을 보이며 매출액 114억6000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 분야의 마진율은 64%에 달했다.
서비스 부문의 실적은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아이폰을 비롯한 아이패드 등 제품 부문 실적은 오히려 줄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은 보급형 제품의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신흥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차적인 목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지만 이 안에는 자체 서비스를 통한 애플 충성도 고객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락인 전략'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의 변화
애플은 이제 아이폰 중심의 제조기업에서 '디지털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구독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기존 휴대폰, 이어폰, 컴퓨터 등을 제조하는 하드웨어 기업을 넘어 콘텐츠 산업 전반을 다루는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애플 생태계 구축으로 이용자들을 가두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2019년 3월 말, 애플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TV 플러스’, 뉴스 구독 서비스 ‘애플 뉴스 플러스’, 게임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 등을 선보였다. 월정액 구독 서비스 확대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특히 2019년 11월 출시한 ‘애플 TV 플러스’는 애플답지 않은 저렴한 가격 월 4.99달러에 가족 공유를 포함한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한다. 마침 코로나 팬데믹은 구독경제 확산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모든 산업이 구매에서 구독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최전선에서 애플이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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