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의 방대한 수요물량 커버…인텔 등 칩 제조업계도 긴장
이달 들어 아마존, 구글, MS가 자체적으로 컴퓨팅 칩을 설계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나서면서 관련 업계에 큰 파장을 부르고 있다.
제작 자체보다 설계와 디자인이 더 중요해지는 현실에서 이들 기업은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위해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다시금 세계 칩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특히 클라우드 사업이 확대되면서 외부에서 칩을 구입하는 대신 자체 칩 설계에 대한 이들의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중 아마존의 경우 온라인 서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대기업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면서 자사의 방대한 데이터 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컴퓨터 칩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만약 이런 글로벌 수요업체들이 자체 설계로 방향을 틀 경우엔 인텔이나 애드번스드 마이크디바이스 등 기존 칩 제조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아마존은 2015년 이스라엘의 소형 칩 디자이너 안나푸르나랩스를 인수하면서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후 AWS용 데이터 센터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칩 개발에 적극 나섰다.
실제로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의 AWS는 여전히 대부분 인텔 칩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매일 AWS를 이용해 수십억 장의 사진을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온라인 사진 서비스 스머그머그에서 작업 실행 시간이 20% 줄어들게 하는 스머그머그칩으로 컴퓨팅 파워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그 만큼 칩 설계 여부가 비용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알파벳사의 구글도 전문 칩을 설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글로벌 기업들이 과거와는 달리 거대한 데이터센터에 드는 비용을 어떻게든 절감하려는 노력과 맞물리고 있다.
애초 데이터 센터 운영자들은 그들 자신의 칩을 디자인하는데 거액을 투자한다고는 생각한 바 없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급속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한 기술적인 변화도 이런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인텔과 AMD가 속도를 우선시하는 데이터 센터용 칩을 만드는 동안, 모바일 기기에는 가능한 한 적은 전력을 사용하는 프로세서가 필요하게 되면서 저비용을 위한 칩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저전력 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저전력 칩을 개선하려는 강력한 수요가 생겨났으며, 데이터 센터 사업 분야에서도 이런 수요가 일기 시작했다.
사실 반도체 제조 장비 최대 제조업체인 ‘Applied Materials’에 따르면 2025년까지 데이터 센터는 전 세계 전기 소비량의 약 2%에서 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센터 소유자에게는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 칩 자체의 비용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존과 MS 등은 내부적으로 칩을 설계하기로 하면서 그 기반 기술로 Arm을 사용하고 있다. 저전력 스마트폰 칩의 기반이 되는 이 기술은 영국 반도체 기업 암(Arm Ltd)이 라이선스하지만 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기술이다.
이는 현재 칩시장의 강자인 인텔의 데이터 센터 제품들과 경쟁할 만큼 고성능을 자랑하는 칩 기술이어서 주목된다. 영국 ‘암’사는 그 덕분에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가 최근 높다.
즉 “아마존, 구글, MS가 클라우드 컴퓨팅 고객을 위해 경쟁함에 따라, 자사 칩 기술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클라우드 시장의 수요에 맞춰 차별화를 기하며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거대 공룡 기업들의 칩 설계 움직임 덕분에 크게 재미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자 이번엔 엔비디아 사가 ‘암’사를 인수할 것으로 전해지기도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 회사를 인수할 경우 암 기술의 원본을 그대로 유지하며, 고객 서비스에 나설 것이란 후문도 있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런 움직임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이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글로벌 기업들의 칩 설계 움직임과 맞물리며, 관련 업계도 각자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