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건설 붐 ‘주춤’, 반도체 칩도 부분적 영향
SaaS, AI 기업 클라우드 스토리지 가격 등도 크게 인상
해외 생산 의존 비중 큰 애플, 테슬라, 메타 등도 ‘곤혹’
“美빅테크 견제하는 EU에 고율관세로 보복” 해석도

트럼프 관세 발표 직후 폭락한 엔비디아 주가 시세가 전광판에 표출되고 있다.(사진=AFP, 뉴욕타임스)
트럼프 관세 발표 직후 폭락한 엔비디아 주가 시세가 전광판에 표출되고 있다.(사진=AFP, 뉴욕타임스)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트럼프 관세가 실리콘밸리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부분의 빅테크들이 예외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데이터 센터와 AI 인프라는 이로 인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의 모든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10% 기준 관세와, 개별 국가에 대한 추가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트럼프는 앞서 ‘미국 무역 적자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는 약 60개국에 추가적인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런 조치는 IT제품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조치다. 특히 애플이나 테슬라 현지 공장이 있는 중국의 경우 이미 부과된 20% 관세에 더해 34%의 상호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결국 54%의 관세를 부과받는 셈이다.

관세를 무기로 英 ‘디지털서비스법’ 예외 요구

그러나 트럼프는 향후 각국과 얽힌 현안이나 과제를 해결하는데 관세를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미 캐나다, 멕시코의 관세를 조건부로 철회한 것도 그런 경우다. 특히 영국 ‘더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는 영국에게 새로운 관세 장벽에서 벗어나는 대가로 미국의 주요 빅테크들에 대한 ‘디지털 서비스 세’를 감면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은 특히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기술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가 지난 1일 관세를 발표한 후 엔비디아 주가는 5% 하락했고, 애플과 아마존은 6%나 하락했다. 트럼프 관세로 인해 각종 비용이 상승하고, 특히 해외 제조 및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공급망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엔비디아의 경우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면제로 인해 어느 정도는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SMC가 대만에서 제조한 칩에 대한 32% 관세로부터 면제된다. 그러나 이같은 반도체 면제에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기준 관세가 포함할지는 불확실한 실정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애플의 경우 좀더 심각하다. 대부분의 제품이 중국, 인도, 베트남에서 제조되다보니, 미국 소비자에게 수입 비용을 증가할 수 밖에 없고, 가격이 더 비쌀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마켓플레이스에 나열된 상품의 상당 부분이 중국 판매자들의 상품이기 때문이다.특히 800달러 미만의 중국 제품에 대한 기존 면세제도가 철폐됨에 따라 더욱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클라우드, AI인프라 등에 ‘파장’

미국은 또 20~45nm 칩의 경우 파운드리 용량의 약 80%를 중국과 대만에 의존하고 있다. 또 50~180nm 칩의 경우 약 70%를 중국과 대만에 의존하고 있다. 빅테크들로선 이에 관세가 없는 국가로 수입원을 전환하려고 시도할 수 있지만, 당장은 쉽지않은 일이다. 이에 할 수 없이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 2월부터 새로운 관세는 부과되기 시작했다. 에너지 자원과 광물을 제외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모든 수입품에 25%, 중국 상품에 20%, 반도체와 같은 유럽 연합 기술 구성 요소에 25%가 부과되었다. 현재 주요 반도체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용량의 80%가 중국과 대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AI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 부문에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 투자은행 D.A. 데이비슨의 기술 연구 책임자인 길 루리아가 내놓은 해석이 눈길을 끈다. 그는 블룸버그에 특히 “트럼프가 EU의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즉, “이 지역이 애플, 구글, 메타와 같은 주요 미국 기업들에게 EU는 에 ‘어떤 행동에 대해서든 처벌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습관’을 갖고 있는데 대한 보복”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EU 역시 이에 대응하여 ‘공세적’이 될 수 있으며, 어느 정도까지 보복 수위를 높이느냐에 따라 따라 앞으로 관세가 빅테크들에게 미치는 영향의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2월부터 알루미늄과 강철에 대한 관세가 실시된 후 데이터 센터 기업에 타격을 줄 것이란 예상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랙, 냉각 시스템 등 각종 인프라에 다양한 건설과 장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역시 주요한 관세품목이기도 하다.

에플 플래그쉽의 옥외광고물. (사진=뉴욕타임스)
에플 플래그쉽의 옥외광고물. (사진=뉴욕타임스)

데이터센터 기업도 ‘큰 타격’

이같은 추가 비용 상승과 잠재적인 공급망 혼란은 모든 빅테크들이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활용하는 SaaS, 그리고 AI 회사의 클라우드 스토리지 가격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세계 3대 클라우드 기업들도 주요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들 기업들은 그 동안 AI에 대한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지해왔다. 그러나 당분간 그런 계획이 지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트럼프 관세폭탄 이전에도 많은 회사가 미국 내에 새로운 시설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월에 TSMC는 미국 내 데이터 센터 건설에 대한 지출을 1,6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단일 외국인 직접 투자”로 간주된다.

2월에 애플은 “향후 4년 동안 미국에서 제조 및 연구에 5,0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월에는 ‘Stargate’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소프트뱅크, 오픈AI, 오라클 등의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를 포함한 미국의 생성 AI 인프라에 5,0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처럼 부정적일 뿐 아니라, 긍정적 측면도 부각되고 있다. 불룸버그는“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국내 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공급망 회복력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하기도 한다. 아직은 트럼프 관세폭탄이 기술산업에 미칠 영향을 속단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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