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SW는 있는데 HW‧장치 필요”…현대차 “거대한 애플 시장 탐나지만~”
애플이 현대차에 전기차 협업을 제안한 가운데 현대차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결론이 쉽지 않을 것이란게 관련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는 장차 10억에 달하는 애플 생태계를 둔 양측의 계산과 함께 협업에 의해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된 전기차 시장을 누가 주도할 것이냐를 둔 치열한 주판굴리기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현대차도 나름대로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형국이어서 더욱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현대차 “단순 OM업체 취급 용납 안돼”
업계 전문가들 분석에 의하면 현대로선 일단 싫지는 않은 입장이다. 그러나 애플이 어디까지를 내놓고 그로부터 뭘 얻을 것인가가 핵심이다. 만약에 애플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그저 주변기기나 하드웨어만을 납품하는 OM업체처럼 현대차가 취급당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협업에 의해 완성된 자율주행 전기차의 경우 우선 ‘작명’ 단계에서부터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이른바 ‘애플 현대차’, 혹은 ‘애플카’나 ‘현대차 애플 버전’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애플로선 당연히 ‘애플카’를 원하지만 현대는 ‘현대차 애플 버전’을 요구할게 당연하다.
‘10억명 달하는 애플 생태계’가 가장 탐나
다만 현대차가 가장 ‘눈독’을 들이는 것은 따로 있다. 즉 전세계 10억명으로 추산되는 애플의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다. 거대한 애플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단순한 ‘애플카’가 아니고, ‘현대차 애플 버전’이 애플카의 생태계 안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현대차는 현재의 5위권에서 단숨에 디지털 시대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갖고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이를 뒷받침하는 예측을 내놓았다.
그는 “일단 10억 명이라는 기본 고객을 베이스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10%만 가져와도 1억 명”이라며 “만약 1억 대를 판다고 치면 현재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연간 판매되는 자동차가 8천 7백만 대를 뛰어넘는 숫자”라고 말했다.
그럴수록 더욱 주도권 싸움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현대차로선 그럴수록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게 최근의 관전편이다.
앞서 권 교수는 그러나 현대차 입장의 ‘이상적인 협업’은 있을 수 있다고 나름의 방안을 제시, 눈길을 끌었다. 즉 “일단 양측이 손을 잡고, ‘애플카’를 만들어준다. 그런 다음 현대는 똑같은 차를 ‘현대차’로 네이밍해서 출고하면 된다”면서 “그럴 경우 아무래도 애플카는 비쌀 것이므로, 현대차는 조금 싼 가격으로 내놓으면, 거대한 애플 생태계를 공략하고, 그 속에 진입해들어가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발상이다.
애플, BMW․벤츠에도 제의…협상 결렬
사실 애플의 이같은 시도는 현대차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애플은 독일의 BMW와 벤츠에게 비슷한 내용의 협업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최종 협상 과정에서 데이터의 소유권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려서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BMW, 벤츠 입장에선 오로지 하드웨어나 장치, 부품만 공급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의 상황도 흡사하다. 애플은 분명 인공지능 기술이나 SW에선 단연 앞서 간다. 반면에 현대차는 세계 톱 클라스의 자동차 생산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현대차 나름대로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부지런히 연구, 개발하고 있으며 레벨 3나 레벨4의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위해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의 제휴나 M&A도 진행 중이거나 체결한 상태다.
이에 반해 애플은 아직 자율주행 기술 등 자동차에 직접 적용할 만한 기술 단계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긴 하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모든 정황을 고려할 때 현대차로선 “관심은 가지만, 덥썩 받아들이기엔 찜찜한” 거래인 셈이다.
양측 협상 “쉽지 않을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계들은 이런 거대한 애플 생태계에 대해 늘 군침을 흘리고 있는 입장이다. 현재차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만약에 누군가가 10억 명의 애플 시장에 진입해 주도적으로 성과를 낸다면 세계 완성차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판이다. 애플 역시 자신만의 ‘애플카’를 만들어 기왕의 고객들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로 등장하고 싶은 욕심이 클 수 밖에 없다.
권용주 교수는 “그러나 현대차 역시 지금 현재는 (애플에게) 다소 뒤질 수 있으나 몇 년 후엔 애플에 버금가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 만큼 현대차로서도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수싸움’은 상당한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