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의 IT 공룡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이들 기업은 높은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다른 기업의 활동을 방해해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이익을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의회의 반독점 소위 보고서는 4IT 기업들의 디지털 플랫폼 영향력 남용을 지적했다. 규제강화와 함께 증세도 예상된다.

 

IT업계의 반응과 시장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에 미국 IT업계 주요 인사들은 축하말을 쏟아내고 있다. 아마존의 최고 경영자 제프 베조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 국민들은 기록적인 투표를 통해 우리의 민주주의가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이야 축하할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간 아마존은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는 지난 2015년부터 아마존을 공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베조스 CEO의 워싱턴포스트 소유권을 비롯해 아마존의 세무기록, 미국 우정국(USPS)과 아마존의 관계 등을 비판해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애플 공동창립자인 고() 스티브 잡스의 아내인 로렌 파월 잡스와 척 로빈슨 시스코 CEO도 모두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출범과 특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며 새 정부가 빈곤과 기후변화 등의 의제에 대해서도 전 세계와 협력해 불평등과 기회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적인 축하와는 달리 미국 빅테크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이슈는 구글·페이스북·아마존·애플 등 IT ‘4’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규제다. 이미 미국 의회에서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가 논의되어 왔다. 바이든 당선자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법인세 강화도 거대 ‘IT 공룡들엔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IT 공룡들의 시장독점

기술기업들의 시장 독점현상은 이미 논란이 되어왔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반독점소위원회는 디지털시장 내 경쟁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16개월에 걸쳐 완성된 보고서는 민주당 주도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사대 'IT공룡'의 독점현상을 450페이지에 걸쳐 지적했다. 보고서는 4대 기술기업이 웹 검색,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 쇼핑 등 분야에서 의심스럽고 해로운 수단에 의존해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이자 선도적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로서 아마존은 자사의 이득과 경쟁업체 저지를 위해 지배력을 사용했다. 3자 입점업체 230만개가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이 중 37%는 오직 아마존을 유일한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데,아마존은 판매 데이터를 집계해 잘 팔리는 상품을 찾아내 베낀 뒤 더 낮은 가격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자사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애플은 앱 판매에 수수료 30%를 부과해 많은 개발자가 소비자 가격을 올리거나 개발 투자를 줄여야 했다. 또 애플은 앱 스토어에서의 지배력으로 경쟁업체의 순위를 낮추고 고객과의 소통을 제한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은 30억명의 일상적인 사용자를 보유했지만 가짜 뉴스와 사용자 개인정보 침해가 만연했다. 아울러 경쟁자를 물리치고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사를 인수하는 전략이 문제가 됐다.

구글은 허가 없이 제3자의 정보를 빼내면서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인 입지를 유지해왔다. 자사 서비스를 내세우고 경쟁사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검색 방식에 변화를 도입하기도 했다.

 

230조 개정 움직임

IT 기업들에게 악재는 또 있다.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 움직임이다. 230조 폐지 혹은 수정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겐 초대형 악재다. 최근 미국 법무부는 의회에 230조 개정안을 제출했다. 인터넷이 대중화 되던 1996년 제정된 230조는 이용자의 게시글에 대한 기업의 법적 책임을 광범위하게 면제하고 있다. 이 법이 없었으면 인터넷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230조 개정을 포함한 후속 입법을 행정부에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가 이 법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진보 성향이 많은 실리콘밸리의 기업이 공화당원의 게시글을 차단하는 편향적인 검열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은 인터넷 기업의 면책 특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게시글이 범죄나 불법 행위를 촉진할 것을 알면서도 인터넷 기업이 이를 제한하거나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혹은 이용자의 게시글을 막거나 접근을 제한하고도 그 배경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같은 인터넷 플랫폼이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통로로 급성장 했지만 정제되지 않은 오보를 실어 나르는 등 부작용을 제재할 법적 수단이 전무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역시 230조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230조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이 '검열이 너무 심하다'고 목소리는 높이는 반면 바이든은 '검열을 너무 안한다'고 비판한다. 바이든 당선자는 올 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받도록 하는 통신품위법(CDA) 230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면책 범위가 축소되면 가짜뉴스와 명예훼손성 게시글에 대한 소셜 기업들의 책임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증세와 반독점 규제

'IT 공룡'들이 특히 취약한 것은 바이든의 증세 공약이다. 거대 IT 기업들에 실질적으로 가장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정책이 바로 법인세다. 바이든 당선자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고 기업들의 국외 소득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에 따르면 바이든표법인세 인상으로 IT, 통신서비스 분야 기업들의 수익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IT 기업들은 국외 매출의 비중이 높아 다른 업종보다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당선자는 또한 1억달러 이상 수입을 가진 기업들에 대해 15% 최소 세금을 별도로 과세한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이 또한 IT 공룡들의 순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의 세금 정책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의 수익이 9.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정책의 여파는 특정 분야에 더 큰 충격파를 미친다. 미 증시 반등을 견인해온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아마존과 애플 등 IT 대형주들이 상대적으로 퇴조하고 다른 부문의 주식이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 거대 IT 기업에 대한 반독점 행위 규제는 바이든도 강조해온 사안이다. 미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정보기술(IT) 대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정책을 강화해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법무부는 구글과 유튜브를 운영하는 모회사 알파벳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었다. 이 회사가 온라인 검색·광고 시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경쟁에 반하는 행위를 했는지 작년부터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페이스북을 상대로 1년 이상 조사를 진행한 끝에 올해 안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지 여부를 검토 하고 있다고 WSJ는 전하고 있다. FTC는 페이스북이 2012년 인스타그램, 2014년 왓츠앱을 인수하며 업계에서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반독점 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봤다.

 

예상되는 접근

악재가 많지만 바이든 시대의 IT 업계가 오로지 타격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우선 중국과의 디지털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존재한다. 사실 바이든도, 민주당도 미국의 패권 유지를 원한다. 중국이라는 외부의 강력한 경쟁대상을 두고 디지털 경제 핵심인 IT 기업들의 날개를 꺾기는 쉽지 않다. 중국과의 디지털 경제 속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 IT 공룡의 경쟁력도 필요하다.

실리콘밸리가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IT업종 투자 규모가 큰 헤지펀드와 대형 IT 기업 노동자들은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기부금 상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결정 과정에서도 다른 후보들처럼 '빅테크 해체'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공식적인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법인세율 인상 등의 조세정책으로 주가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정작 실질적인 규제를 펼치기에는 현실적인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업 과세를 바라보는 시각은 바이든과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다. 디지털 기업의 조세체계 논의는 단일 국가만의 사안이 아니다.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digital tax)는 앞서 2012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도 아래 논의되고 있다. OECD는 다국적 IT 기업에 대한 합리적 과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디지털 기업 비중 확대라는 변화에 따라 고정사업장 없이도 수익 실현이 가능해지면서 발생하는 과세 문제와 무형자산 활용 이익 측정에 대한 문제를 다루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해당 프로젝트의 부담이 미국 IT기업에 집중된다며 논의에서 빠지겠다고 밝혔다. 미국 IT 기업 과세는 스스로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증세 공약 자체를 실행에 옮기기도 어렵다.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추진 자체를 연기할 수 있다. 또 바이든 후보가 공약한 대로 수조 달러의 추가 재정 지출을 실행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증세의 부정적인 효과가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의회의 보고서는 IT 공룡들의 시장 독점 현상 해결방안으로 플랫폼의 구조적 분리, 반독점법 강화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장 의회나 미국 행정부가 특정 기업의 분할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거나 지시할 것으로는 예상하기 어렵다. 바이든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거대 IT 기업 해체 논의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만 말했다. 대신 문제가 될 수 있는 중소기업 혹은 스타트업 인수를 제한하는 조치는 가능하다. 어떤 방법으로든 인터넷 기업들의 책임성 강화는 주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IT기업에 '일자리 보호 방안'을 확충하라고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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