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기울어진 운동장
한국 게임산업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0%에 달하는 빠른 성장을 해왔다. 높은 성장률과 대형 게임사들의 대단한 실적발표로 묻혀있지만 지금 국내 게임업계는 사실 중국과 미묘한
전쟁을 치루고 있다. 우선 시장으로 보자면 중국 시장은 두말할 것도 없이 크다. 국내 게임업계의 수익도 상당 부분 중국에서 발생한다.
넥슨의 경우 중국 시장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분기 기준 40%다. 그러나 중국 판호는 막혀 있다.
중국 판호의 경우 퍼블리셔가 바뀔 경우 재발급을 받아야만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이미 수년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사드 사태이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 신규 발급을 전면 중단해오고 있다.
텐센트의 영향력
그 영향으로 나타난 단적인 결과가 중국 종합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영향력 확대다. 틴센트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등 굵직한 국산 게임들의 중국 서비스를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텐센트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시장 유통을 맡고 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던파모바일)’의 서비스도 텐센트에게 맡긴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역시 매년 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그룹 전체의 매출이 8000억원대 인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텐센트는 별도의 투자 회사 설립을 통해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에 대한 지분을 각각 17.7%, 5.6%, 13.2%씩 확보한 상황이다.
텐센트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알면서도 국내 게임사들은 다른 방법이 없다. 텐센트 외에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회사인 텐센트의 성장은 우리나라 게임 산업과 같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텐센트는 10여 년부터 우리나라 게임을 중국에 유통하여 규모를 크게 성장시켜 미국, 핀란드 등의 글로벌 게임회사들을 인수, 이제는 글로벌 게임 시장의 리더가 됐다.
놓쳐버린 시장
중국 게임시장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1.7%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모바일 게임의 매출비중이 75.6%를 차지할 정도로 모바일 시장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게임 유저도 2019년 4분기 6억 5200만 명에서 2020년 1분기 6억 5400만 명으로 소폭이지만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큰 시장에 한국 게임은 단 한 작품도 새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일본이 12건의 판호 허가를 받은 반면 한국의 판호발급 건수는 0건이다. 이로 인해 국내 게임업계는 최소 10조원 이상의 매출 창출 기회를 놓쳤다. 반면에 중국 게임들은 어떤 제약도 없이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하며 해마다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중국의 게임산업 단순히 중
국시장만이 문제가 아니다. 중국에서 내놓은 게임의 퀄리티도 예전과는 다르다.
중국 게임들의 기세는 무섭다. 이미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순위 상위권은 중국 게임들이 과반을 점하고 있다.
눈에 띄는 신작게임이 중국게임인 경우도 많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게임의 국적이 어디인지를 따지지 않고 있다. 넥슨이나 카카오게임즈의 돌풍에도 불구하고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에서 꿈쩍 않는 게임들은 대개 중국산 게임들이다.
‘기적의 검’과 ‘라이즈오브킹덤즈’가 대표 주자다. 릴리스게임즈가 중국 현지에서 직접 서비스 중인 ‘라이즈오브킹덤즈’는 국내뿐 아니라 서구권 등 세계 각지에서 연달아 성공했다.
웹젠의 뮤아크엔젤도 있다. 중국 현지에서 PC웹게임으로 유명한 37게임즈가 개발했다.
중국의 미호요는 야심작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역할수행게임(RPG) ‘원신’을 9월28일 글로벌 출시한다”고 밝혔다.
원신은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3D 그래픽을 택했다. 원신은 멀티 크로스 플랫폼 게임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PC와 모바일, 플레이스테이션 등 다른 플랫폼 이용자끼리 팀을 결성하고 같이 플레이할 수 있다.
한중 게임전쟁
원신만이 아니다. 중국 대형 게임사들이 앞다퉈 개발중인 게임들과 우리 게임사들의 퀄리티 경쟁은 쉽지 않다.,
중국 게임사들은 '원신'처럼 콘솔, 모바일, PC 등 모든 플랫폼에 글로벌 출시를 하여 대규모로 개발에 투입하면서 발생한 투자비를 회수하고 이익을 낸다. 자국 내 시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중국 게임들은 중국 밖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임들이 늘어났고 규모와 투자 면에서 다른 차원에 있는 중국게임들과의 경쟁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 국내 앱마켓 상위에서 볼 수 있는 새 얼굴은 중국산 게임의 차지였다.
리니지 형제가 매출 1,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으로 보면 중국산 게임의 공세에 밀렸다. 국내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이 막힌 이상 현재로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 한국의 게임산업은 어느덧 쫓기는 입장에서 '쫓는 입장'이 됐다.
최근 정부는 게임 산업 진흥계획을 발표했다. 적극적 규제 개선, 창업과 해외 진출 지원, e스포츠 육성, 게임산업 기반 강화 등 4대 핵심전략을 제시했다. 당장 중국시장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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