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가 실제 장비와 환경을 판단·제어하는 ‘피지컬AI 전략’ 발표
산업 현장서 맞닥뜨린 기술 난제와 테스트 환경 구축 필요성 논의
가전·모바일까지 확산…온디바이스 보안·실시간 대응 기술 상용화 단계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정부가 ‘피지컬AI 시대’를 공식 선언하면서 산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조·물류·에너지·헬스케어 등 실제 장비와 현장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AI가 눈앞의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필요한 기술과 정책 지원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피지컬AI 포럼’에서는 현장에서 겪는 문제와 기술 검증 방법, 정부 전략이 산업 현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다.
제조·물류 현장, 기술 난제와 테스트 환경 마련 시급
포럼에 참여한 산업 관계자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공장과 물류창고 장비는 제조사마다 통신 방식과 데이터 형식이 달라 통합 사용이 어렵다. 센서 데이터 품질이 일정하지 않아 안정적인 실시간 제어가 힘든 경우도 많다. 새로 개발한 AI 모델이나 제어 기술을 바로 시험할 환경이 부족해 기술 개발 속도가 늦어지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참가자들은 장비와 네트워크, 센서 간 호환 기준 마련과 실제 환경을 재현한 테스트베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술 요구사항도 구체적으로 나왔다. 장비를 제어하려면 공정 변화나 예외 상황을 즉시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초저지연 데이터 처리와 실시간 분석 기술이 필요하다. 로봇과 무인 장비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일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하며, 안전 인증 체계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고열, 분진, 전파 간섭 등 환경에서는 기존 AI 모델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문제들은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피지컬AI를 현장에 적용하려면 AI 모델 자체를 현장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모델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고 연산 부담이 커 즉시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장비 단에서 판단하는 작업에는 경량 모델과 온디바이스 처리 기술이 더 적합하다.
실제 기업들은 특정 라인의 데이터를 즉시 분석할 수 있는 소형 모델을 개발하고, 전체 공정 학습보다는 이상 상황 감지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최적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AI의 핵심은 현장을 이해하는 AI”라며 모델 구조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지컬AI, 가전·모바일 등 산업 전반을 바꾸는 핵심 기술
가전과 모바일 분야에서도 피지컬AI 적용 사례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기기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거나 의심스러운 앱을 차단하는 기능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금융 서비스에서는 음성을 기반으로 사기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술도 활용된다. 다만 기기별 센서 성능과 품질 차이 때문에 표준화된 검증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지컬AI는 산업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공장은 상황 예측 기반 자동화 라인으로 바뀌고, 물류는 로봇과 무인 장비가 실시간으로 협업하는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발전 설비가 스스로 최적화되는 제어 체계가 가능하고,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감지해 필요한 처치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비 개발도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피지컬AI는 공장과 물류, 의료 등 산업 전반을 바꾸는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피지컬AI 전략, 현장 중심 접근 필요
정부 전략은 기존 소프트웨어 중심 AI를 넘어, 장비와 환경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존 AI가 문서 작성, 이미지 분석, 추천 서비스 등 디지털 환경 중심이었다면, 피지컬AI는 공장 장비, 로봇, 차량, 의료기기 등 실제 시스템을 움직이는 데 활용된다. 정부는 센서, 제어, 실시간 데이터 처리 기술을 묶어 표준과 인증 체계를 만들고, 산업 현장에서 바로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도 단계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포럼 참가자들은 정부 전략과 산업 현장을 연결하려면 현장 중심 접근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표준, 인증, 테스트베드 모두 실제 사용 경험을 반영해야 하고, 산업별 사고 위험, 제어 방식, 작업 환경을 고려한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정부 전략 발표 이후 산업 전반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공용 테스트베드와 검증 환경이 구축되면 새로운 제어 기술을 바로 시험할 수 있고, 장비 간 규격 통일로 개발 비용과 호환성 문제도 줄어들 전망이다. 포럼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데이터를 연동하는 표준 체계를 마련하고, 산업군별 규제를 테스트 환경에서 먼저 검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