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장으로 전국 각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급증
전문가 토론회 "국내 인프라 부족, 정부·민간 협력해 통합" 강조
전력망 고속도로 구축, 데이터센터 분산 배치 등 제도 혁신 시급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빠르게 퍼지면서 컴퓨팅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생성형 AI, 초거대 모델, 실시간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5년까지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5년 대비 3배, 2015년 대비 15배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에 국내에선 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활용해 남부 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등 수요 밀집 지역으로 신속히 공급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데이터센터를 수도권에만 집중시키지 말고, 재생에너지 공급이 풍부한 지역에 분산 배치하는 전략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AI 혁신성장을 위한 에너지정책방향 토론회’에서 네이버클라우드 이광용 DX부문 상무는 ““데이터센터를 전기 먹는 하마로만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AI 산업을 지탱하는 국가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전력 수요 예측, 입지 선정, 송전 인프라 연결, 인허가 절차가 따로 진행되며 통합 관리가 미흡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은 단순한 자원을 넘어 AI 생태계를 받치는 핵심 인프라가 됐다. 그러나 한국은 현재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허가 절차가 느리고, 수도권 전력망은 포화 상태이며, 민간의 빠른 투자와 정부 지원 간 간극도 벌어지고 있다. 고성능 AI 운영을 위한 전력 인프라 확충은 이제 국가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전기 먹는 하마 아닌 국가 디지털 인프라로 재인식해야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도 AI가 일상과 산업 전 분야에 깊숙이 자리 잡으며, 데이터센터의 위치와 전력 공급망은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떠올랐다.
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수십 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자체 조달하고 있고, 중국도 화석연료 기반 전력 인프라 강화를 추진 중"이라며 "반면, 한국은 탈석탄 정책과 낮은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겹치며 데이터센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도권은 송전 인프라가 포화 상태고, 지역 분산도 각종 규제와 입지 갈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망 고속도로 구축과 분산 배치, 제도 혁신이 해법
이날 토론회에선 특히 "AI 슈퍼팜과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 인프라 병목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 공약으로도 거론된 ‘전력망 고속도로’ 구축이 핵심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르면 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활용해 남부 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등 수요 밀집 지역으로 신속히 공급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다만 전력망 구축에는 설계부터 완공까지 8~10년이 소요되므로 즉각적인 사업 착수가 절실하다.
토론자들은 또 전력망 인프라와 법·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 구조를 분산시키지 않으면 ‘전력망 고속도로’의 분산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데이터센터를 수도권에만 몰아넣지 않고 재생에너지 공급이 풍부한 지역에 분산 배치하는 전략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이런 공간적 분산은 전력망 병목 완화는 물론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의 V2G(vehicle-to-grid) 기술을 활용해 전력 피크 수요를 조절하거나, 재생에너지 생산이 풍부한 시간대에 AI 연산을 집중하는 ‘시간 이동 학습’ 방식도 고려되고 있다.
제도 측면에선 실시간 전력요금제와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 한전 중심의 전력시장 개편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저해하는 제도적 장벽을 제거하고, 민간 전력 소비 패턴에 맞춘 유연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민간 속도 맞춰야 AI 경쟁력 확보 가능
SK하이닉스, 삼성, 네이버, 카카오, KT, 메가존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AI 슈퍼팜과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에 적극 투자하고 있지만, 전력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AI 생태계 전반이 병목에 갇힐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전력망 구축부터 인허가, 부지 계획, 송전 인프라 건설까지 책임지고 통합 관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광용 네이버 클라우드 상무는 “데이터센터는 단순 서버 집합체가 아니라 국가 디지털 주권과 AI 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라며 “민간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정부가 인프라 구축과 정책 조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망 병목이 지속되면 AI 혁신 속도도 느려지고, 기업 이탈과 국가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AI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전력망 강국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