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기 추론’ 기술, 끊김 없는 로봇 동작 제어 가능해
허깅페이스, 로보틱스 경량 AI 모델 ‘SmolVLA’ 오픈소스 출시

로봇이 수동적 명령 수행을 넘어,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로보틱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미드저니)
로봇이 수동적 명령 수행을 넘어,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로보틱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미드저니)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로봇이 수동적 명령 수행을 넘어,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로보틱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비동기 추론(asynchronous inference)’이라는 새로운 AI 구조가 있다. 기존 로봇 제어가 단계별 명령 실행에 의존해온 반면, 비동기 추론은 인지와 판단, 행동을 동시에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며, 더 빠르고 유연한 로봇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최근 AI 개발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가 공개한 경량 AI 모델 ‘SmolVLA’는 이러한 비동기 추론 구조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이 모델은 비전-언어-행동(VLA) 스택을 하나의 흐름이 아닌 독립적 프로세스로 나누어 처리하는 방식으로, 기존 로봇이 겪던 지연 문제를 크게 줄였다.

순차 추론의 한계, 비동기 구조로 넘는다

기존의 로봇 제어 시스템은 대부분 순차 추론 구조를 따른다. 명령을 입력하면 이를 해석하고, 이후에 시각 정보를 분석하고, 마지막으로 움직임을 결정하는 단계적 처리 방식이다. 이러한 흐름은 복잡한 판단을 가능하게 하지만, 각 단계 사이의 지연과 오류 전파 문제가 뒤따랐다. 무엇보다 예기치 않은 환경 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비동기 추론은 시각 정보 처리(Vision), 언어 지시 해석(Language), 행동 결정(Action)을 병렬적으로 동시에 작동시킨다. 예를 들어 로봇이 컵을 집으러 손을 뻗는 도중에도, 시각 모듈은 주변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행동 경로를 즉시 수정할 수 있다. '판단→행동'이 아닌 '판단↔행동'이 병렬적으로 일어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멀티태스킹 수행 능력을 강화하고, 실시간 환경 대응력을 높인다. 특히 사람과 상호작용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사물 위치 변화가 잦은 상황에서 기존 방식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안전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

SmolVLA 기반으로 작동하는 로봇이 물체를 인식하고 집어드는 모습. 비동기 추론 구조 덕분에 판단과 행동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보다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사진:X(구 트위터))
SmolVLA 기반으로 작동하는 로봇이 물체를 인식하고 집어드는 모습. 비동기 추론 구조 덕분에 판단과 행동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보다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사진:X(구 트위터))

경량화된 비동기 추론, 실제 적용에 다가서다

비동기 추론은 이론적 개념을 넘어, 이제 실제 로봇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을 만큼 기술적으로 경량화되고 있다. 허깅페이스의 SmolVLA는 그 대표적인 예다. 이 모델은 로컬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경량화돼, 별도의 고성능 GPU나 서버 없이도 실시간 판단과 실행이 가능하다.

또한 SmolVLA는 공개된 ‘Open X-Embodiment’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다양한 로봇의 시연 데이터를 학습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RT-X에도 사용된 이 데이터셋은 22종 이상의 로봇에서 수집된 5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포함한다. 이 덕분에 모델은 사전에 훈련된 다양한 시나리오를 활용해 추론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허깅페이스는 이 모델과 소스코드를 모두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있으며, 사용자는 간단한 명령어만으로도 자신의 로봇에 적용할 수 있다. 이는 비동기 추론 기술의 대중적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비동기 추론이 여는 새로운 로봇 생태계

비동기 추론은 단지 추론 속도를 높이거나 병렬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넘어서, 로봇 기술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로봇이 새로운 명령을 처리하려면 동작을 멈추고 판단을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이 구조에서는 판단과 실행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즉, 로봇이 ‘정지 없이 사고하고 움직이는’ 존재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특히 실시간성이 중요한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가정용 로봇이 좁은 공간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거나, 물류센터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패키지를 분류하고 옮겨야 할 때, 비동기 추론 기반 제어는 기존 시스템보다 훨씬 더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이 된다.

또한 강화학습이나 자기지도학습과 같은 구조와도 잘 맞기 때문에, 향후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면서 판단 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중요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대규모 AI 모델과의 결합 역시 유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 산업 전반에서 기술적 응용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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