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업계, ‘휴머노이드 로봇’ 외형을 두고 의견 엇갈려
“인형처럼 만들면, 작업을 더 잘 할 수 있는가” 반문
“인간 닮을 필요없어” vs “‘인간형’, 탄력적으로 상황 대처”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이 점차 상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로봇을 꼭 사람의 모습과 똑같이 만드어야 하나”라든가, “인형처럼 사람과 똑같이 만들면, 작업이나 업무를 더 잘 할 수 있는가”라는 등의 논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이에 대해 빅테크나 로봇업계,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첨단 로봇이라고 해서, 그 모양도 반드시 ‘스타워즈’의 단골 캐릭터 ‘쓰리피오’(C3PO)나, 애니메이션 TV시리즈 ‘조지 젯슨’의 로봇 하녀 ‘로지’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는 비유도 나오고 있다.
“로봇, ‘만물의 영장’ 인간 대체 아닌 능숙한 작업기계일뿐”
사람을 그대로 본딴 인간형 로봇에 대해선 로봇 업계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즉, 로봇은 더럽고 위험하며 지루한 반복 작업을 대신하도록 만들어졌을 뿐, ‘만물의 영장’으로 가장 정교한 ‘피조물’인 인간을 대체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의하면 가장 생산적이고 작업을 효율적으로 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는게 로봇의 ‘사명’이다. 이런 로봇은 단일 작업을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다. 즉 “외형이 인간을 닮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로봇 전문기업인 ABB는 최근 엑시오스에 “오히려 그 보단 제조 환경에서 로봇이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들은 대체로 산업용 로봇이나 협동 로봇을 ‘모빌리티’와 결합하는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는 아직 없다”고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심지어는 진화생물학적 기원을 언급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들은 “우리가 두 다리를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다윈이든 신이든, 아니면 우리를 만든 그 누구든, 산을 오르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무한한 경우의 수’의 것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즉 인간은 세계와 우주의 무한한 상황에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존재로서, 지금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공장에 들어가면, 설사 수 백 만개의 물건을 생산하더라도, 정작 해야 할 일의 종류나 가짓 수는 몇 개로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형 로봇’은 대부분의 작업 현장을 생각하면 “과도한 공학적 해결책”이란 설명이다. 그 보단 “바퀴 달린 베이스에 로봇 팔을 장착하면 더 나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간적 요소’만이 동적으로 더 정교하고 안정적”
다만 산업 현장뿐 아니라,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은 부유층의 동반자나 가정부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인간형 로봇’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인간형 로봇’ 주장에 따르면 휴머노이드의 장점은 “인간적인 요소를 통해 동적으로 더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디지트’(Digit)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인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사의 최고 제품 책임자인 멜로니 와이즈(Melonee Wise)는 이런 점을 내세우며 그 (인간형 로봇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즉, 인간은 무거운 물건을 잡을 때 균형을 더 잘 잡기 위해 무게 중심을 조정하거나, 무리없이 옮길 수 있도록 자세를 바꾸기도 한다. “이는 휴머노이드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로봇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야 이런 능숙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동식 베이스에 그저 로봇 팔만 장착해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은 매우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굳이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본딴 ‘인간형 로봇’이 아니라도, (저비용의 효율적인) 작업도구 모습의 로봇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다만, 아직은 ‘인간형 로봇’ 논쟁의 대상인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은 여전히 기술적 난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공장 곳곳을 안전하게 돌아다니며 의미 있는 작업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