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여러 작업 배워 숙달하는 ‘휴먼로봇 노동자’ 등장
보스턴다이내믹스·현대차 본격 현장 투입, 테슬라·애플·메타 등도
특정 용도 국한된 로봇자동화와 달라, “시키는 일 모두 해내”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오랫동안 연구실이나 시범 공개에 그치곤 했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금년부터는 마침내 제조업 현장에 본격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시장에서 완전히 대중화되기까진 해결해야 할 장애물이 적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 사실상 상용화가 본격화될 것이란게 업계와 시장의 관측이다.
그 사례를 보면 금년 연말 이전에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자동차 공장에 자사의 완전 전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투입할 계획다. 이 회사는 2021년 현대자동차에 11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이로써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중에선 현대자동차가 가장 먼저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정에 본격 투입하는 셈이다. 물론 테슬라 등도 로봇자동화를 기하곤 있으나, 휴머노이드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보스터 다이내믹스는 2013년부터 바이럴 영상 시연을 해온 유압식 ‘아틀라스’ 모델을 기반으로 새로운 버전의 로봇을 이번 봄에 공식 출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강아지 모양 로봇 ‘스폿(Spot)’과 창고 로봇 ‘스트레치(Stretch)’는 이미 산업 현장에 배치되어 있지만, 현대자동차의 경우 제조 공정에는 ‘아틀라스’가 처음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직은 현대차에서 이 로봇이 어떤 공정에 어떻게 쓰일 것인지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 작업자보다 더 강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측은 “이 로봇은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주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인간이 들기 어려운 물건을 옮기는게 대표적”이라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지트’, ‘피겨’ 두 발 로봇 등도
이같은 휴머노이드 트렌드에 대해 ‘와이어드’는 “이젠 ‘아틀라스’ 뿐 아니라, 지금까지 주로 연구실에서만 사용되던 다목적 휴머노이드 로봇이 널리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미 유료 로봇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사례도 있다”고 예를 들었다.
예컨대, ‘애질리티 로보틱스’사의 디지트(Digit)는 창고에서 물건을 옮기는데 사용되고 있으며, ‘피겨’(Figure)의 두 발 로봇은 작년에 이미 상업용으로 시판되었다. 이 정도의 초보적 휴머노이드마저 이미 수십억 달러로 값이 매겨지고 있다.
테크 대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애플과 메타 등은 모두 ‘소비자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골드만삭스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10년 후인 2035년까지 3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년 전 골드만삭스가 예상했던 규모의 6배가 넘는 규모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능이나 목표는 인간처럼 여러 작업을 모두 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제조 공정에서 부품 옮기기나 제품 운반 등 특정한 작업만을 해내도록 투입된 기존 로봇 자동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스템이다.
앞서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로봇 책임자인 조나단 허스트는 “로봇이 제조 공정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정과 함께 작동하는게 휴모노이드 로봇의 가치”라고 설명했다.
인간 작업자와 똑같이 ‘닥치는대로 모든 작업 처리“
특화된 목적의 기존 로봇 자동화 솔루션은 항상 맞춤형으로 특정 성능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24시간 연중무휴로 특정한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24시간 내내 작동할 필요가 없는 작업의 경우는 어떡할 것인가. 이 경우 그야말로 ‘유연한 로봇’, 즉 특정한 작업 뿐 아니라, 일손이 필요한 모든 작업에 두루 투입할 있는 범용의 로봇이 더 생산적일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이미 로봇자동화를 시행하고 있는 공장이나 사업체 안에서 어디든 이동할 수 있고, 무슨 일이든 맡겨진대로 작업을 해낼 수 있는 것이 ‘아틀라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간을 최우선으로 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그런 세상을 반영하는 (인간과 똑같은 특성을 지닌)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간형 로봇을 본격 상용화하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2021년 처음 발표 이후 큰 기대를 모았지만, 10월에 공개된 시연에서 전시된 로봇이 사실은 인간의 조종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옵티머스의 자율 주행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머스크는 다시 “2025년 한 해 동안 수천 대의 로봇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월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희토류 금속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할 경우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또 다른 걸림돌은 로봇이 인간처럼 일을 가리지 않고 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LLM이 이룬 엄청난 발전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애플, 메타, 테슬라처럼 이미 활발한 AI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일수록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를 선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자체 LLM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관련 R&D에 유리하기 때분이다.
3월에는 구글 딥마인드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염두에 두고, ‘제미니 로보틱스’라는 새로운 AI 모델을 출시했다. ‘제미니 로보틱스’는 LLM의 적응력을 활용, 로봇이 새로운 상황에 더 잘 적응하도록 만든 것이다.
“신입사원이 일 배워가며 하는 것과 비슷”
휴모노이드 로봇은 마치 인간 신입사원처럼 어떤 분야든 즉석에서 기술을 배우고 숙달할 수 있다. 그런 경지에 오를 경우 인간 작업자나 다름없이 여러 작업을 오가며 ‘휴머노이드 로봇 노동자’로 큰 몫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다.
예를 들어 식료품점이나 트랙터 용품점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은 크게 도움이 된다. 창고에서 팔레트를 정리하거나, 청소와 선반 정리, 재고 확인 등 다양한 일을 해낼 수 있다. 또한 자연어 처리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 사람이 로봇에게 말로 지시하거나, 안내할 수도 있다.
작업관리자가 현장 직원에게 하듯, 로봇에게 “바닥 좀 닦아주세요"라고 지시할 수도 있다. 또 마치 동료들 간에 서로 협의하고 대화를 나누면 작업을 하듯, 로봇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협동할 수도 있다.
물론, 고장이나 오작동 등은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밤새도록 선반을 채우라고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관리자가 출근해서보니 선반에는 아무것도 없고, 모든 제품고 물건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수도 있다. 고장난 로봇 때문이다. 또 비싼 돈을 주고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했지만, 불이나서 로봇을 포함한 모든 설비나 시설이 불타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예외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AI 기반의 휴모노이드 로봇은 특히 금년에 급속히 기술이 발전하면서 본격 상용화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와이어드는 “5년 전만 해도 휴모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LLM을 통해 그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면서, 드디어 본격 상용화가 시작될 시점에 도달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