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즉석에서 커피도 뽑고 화장품도 만들고...
RaaS, 서비스 분야에 투입되는 로봇 확산세
나와라, 가제트 만능 팔!
80년대 인기 만화 ‘형사 가제트’의 모자에서 로봇 팔이 나오는 장면을 기억하는지.
자동차 운전을 손대신 하기도 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망치, 오리발, 프로펠러 등 여러 가지 물건을 모자 속 로봇이 들고 나온다.
애니메이션이나 공상과학물에만 존재하던 로봇이 4차 산업혁명과 ‘비대면’이라는 트렌드의 변화 속에 어느새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특히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로봇을 사용하는 산업 중 하나는 서비스 분야다. 특정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RaaS(Robot-as-a-Service) 분야는 번창하고 있다.
공항이나 백화점, 레스토랑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돌아다니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다. 즉석에서 개인의 피부 톤에 맞춘 파운데이션을 만드는 로봇도 등장했다.
무엇보다 식품 산업이 완벽한 예로, 완벽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로봇 바리스타부터 식탁에 음식을 가져다주는 로봇 서버까지, 식당과 카페가 로봇 적용의 길을 이끌고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가 2020년에 발표한 '로봇 Issue & Trend'에 따르면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서빙 로봇’은 이미 시장 초기단계이며, 특히 최근 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무접촉‧비대면(uncontact) 문화의 확산이 푸드테크(Foodtech) 로봇 시장 성장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는 물론 에이드ㆍ칵테일도 로봇 바리스타가 척척
서울시 성수동에 위치한 로봇카페 '카페봇'은 사람과 로봇이 같이 근무하는 카페로 유명하다. 카페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위치한 기다란 바(Bar)에는 하우스 블렌드 등 브루잉커피를 만드는 '드립봇'과 디저트 데코를 담당하는 '디저트봇'이 설치됐다.
바 뒤편으로 칵테일과 에이드를 만드는 공간에는 ‘드링크봇’이 있다. 모두 로봇 자동화 전문 기업 티로보틱스의 기술로, 미디어 기반의 콘텐츠 회사 디스트릭트홀딩스와 합작한 감성문화공간이다. 내부는 100평(660㎡) 규모로 메인 홀 한쪽 벽면에 대형 미디어 아트가 펼쳐져 있다.
메뉴판 속 ‘bot’에 포함된 메뉴들은 모두 로봇 크루가 제조 가능하다. 날이 더워 자몽에이드를 주문했다. 담당 직원에게 드링크봇이 칵테일을 따로 무알콜로 제조 가능하냐고 물으니 그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오더를 넣자마자 1분이 채 안 된 시점에 로봇 크루가 자몽에이드를 완성했다. 음료를 손님용 컵에 담고, 트레이에 옮기는 작업만 사람 직원이 했다. 에이드를 마셔보니 이름 있는 프랜차이즈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참고로, 이 카페에는 로봇이 4대나 있다. 숨겨진 로봇 1대는 카페 1층 한 켠의 디지털 가든에 있는데, 플라밍고를 닮은 '플라밍고봇'이다. 플라밍고봇 앞에서 서면 로봇이 사람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표정을 뒤쪽 벽면 영상에 띄운다.
로봇이 즉석 제조, 파운데이션이냐 쿠션이냐?
아모레퍼시픽이 서울시 성동구에 오픈한 '아모레 성수'에 가면 로봇이 내 피부톤에 맞는 파운데이션‧쿠션 제품을 만들어 준다.
지난 4월부터 선보인 ‘베이스 피커(BASE PICKER)’ 서비스인데, 20단계 밝기와 5가지 톤으로 구성한 총 100가지 베이스 메이크업 색상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를 찾을 수 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카이스트와 함께 3년여 간 고객의 피부톤과 파운데이션 색상을 연구해 개발한 것이다.
아모레 성수 입구에 들어서면 일단 웹 체크인을 해야 한다. 미니어처 교환권과 오설록 할인권을 모바일을 통해 챙긴 다음 클렌징 룸을 지나 건물의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중앙에 베이스 피커 서비스 공간이 나온다.
베이스 피커 서비스 현장에서 고객은 먼저 피부톤 측색 전에 파운데이션과 쿠션 중 원하는 제품의 제형을 고른다. 그런 다음 매트 혹은 세미 글로우의 제품의 베이스타입을 선택한다.
피부톤 측정도 스킨톤 파인더 혹은 미놀타 2가지 방법으로 측색을 할 수 있다. 그런 다음 현장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컬러를 상담하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
샘플제조로 피부 테스트 후 마음에 들면 바로 로봇이 본품 제조에 들어간다. 아모레퍼시픽이 특허 출원한 제조 로봇은 현장에서 빠르고 위생적인 공정으로 개인 맞춤화된 제품을 만든다. 제조가 끝나면 유리 부스 아래 서랍에서 조제 관리사가 제품을 꺼낸다.
현장 서비스 비용은 1인당 3만원으로, 최대 2인 동시 체험이 가능하다. 현장의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는 “베이스 피커 서비스는 예약제”라면서 아모레성수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한 고객들만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1인당 약 30~40분 정도 걸리며, 로봇이 맞춤형 파운데이션 제품을 만들고 포장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0여분 정도"라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지난 12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됐지만 이날 베이스피커 예약은 연이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아모레 성수 홈페이지에서 1주일 간 예약만 받는데 이미 모두 매진. 맞춤 파운데이션을 기다리던 고객들은 제조 중인 로봇 옆에서 셀카를 찍자마자 SNS로 업로드를 하며 들뜬 표정이었다.
재미있는 건, 파운데이션을 제외한 기타 화장품들은 현장에서 체험만 해볼 수 있으며, 구매를 위해서는 제품 옆에 붙은 QR코드를 스캔하면 아모레퍼시픽 몰로 연결돼 온라인 주문할 수 있다.
물건도 나르는 자율주행 로봇... 마사지를 하는 로봇 팔
IT 관련 박람회장에 가면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서비스 로봇은 이제 ‘디폴트’ 같은 존재다. 올해 초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월드IT쇼에서도 자율주행 로봇들이 종횡무진 활약했다.
LG전자의 LG클로이 서브봇은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안내 책자를 운반하고 다녔다. 서브봇에는 3칸의 서랍이 있으며, 서랍별 최대 적재 무게는 5kg이다.
일부러 앞을 가로막으면 디스플레이 속 눈동자를 귀엽게 깜빡이며 '죄송합니다. 잠시만 양보해 주세요 '라고 문구를 띄우며 사람을 피해 간다. LG클로이 서브봇은 서울대학교병원, CJ푸드빌 매장 등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다.
수많은 로봇들 중 만성어깨통증을 달고 사는 직장인의 눈을 사로잡은 건 단연 마사지 로봇이었다. 마젠타로보틱스는 월드IT쇼에서 다관절 로봇팔과 기능별 마사지 장치를 탑재한 새로운 마사지 플랫폼인 ‘피로-제로(PIRO-ZERO)’를 선보였다.
마젠타로보틱스에 따르면 마사지 플랫폼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와 자연스러운 상호작용 기술을 적용했고, 마사지 받는 사람이 부위나 강도를 지정‧조절할 수 있다.
또, 진동‧온열‧저주파‧고주파 등 근육의 피로를 푸는 기능별 마사지 장치가 있으며, 3차원 카메라를 이용해 자동 인체인식 및 위치 보정이 가능하다.
피로-제로의 하드웨어는 협동 로봇, 엔드이펙트체인저, 영상인식 및 처리장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시간 연상인식과 협동 로봇을 사용함으로 안전성을 확보했다.
14일 마젠타로보틱스 관계자는 <애플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쉽게도 마사지 플랫폼 ‘피로제로’는 아직 시제품 단계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즈음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현장에 투입되기 까지는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용화가 실현되면 헬스케어나 스포츠센터, 요양병원 재활센터 등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상 로봇의 미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19년 310억달러(약 37조원)에서 2024년 1220억달러(약 146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량 기준으로는 연평균 29% 성장률을 나타낼 전망이다.
또,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무접촉‧비대면 문화의 확산은 기업과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전문용 서비스 로봇'의 확산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위의 일례로 보듯이 아직 우리네 일상 속 서비스 로봇들의 업무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로봇 그 자체로 인상적이지만, 여전히 복잡한 결정을 내릴 능력이 없고, 마지막 마무리는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이 계속 발전하고 기업들이 더 복잡한 작업에 AI를 사용하는 로봇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분명히 미래는 바뀔 것”이라면서 “SF영화 속 사람처럼 행동하는 AI 로봇과는 거리가 멀겠지만 대신 운전보조 장치같은 지능형 도구에 더 가까운 로봇, 음식 준비부터 병원에 갔을 때 받는 물리치료까지 일상의 질을 확실히 높여주는 로봇을 점점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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