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키오스크 시장규모, 연평균 61.5%씩 성장
언택트로 디지털 소외감…‘느린 키오스크’도 등장
[애플경제 윤수은 기자]
#정모씨(28살)는 1년 넘게 재택근무 중인데, 집에서 집중이 안 될 때 근처 스터디 카페로 향한다. 여느 스터디 카페와 마찬가지로 키오스크를 이용해서 입장권을 사는 100% 무인 시스템이다. 키오스크로 결제가 끝나면 스마트키가 발급된다. 도처에 있는 CCTV는 물론 스마트키를 통해 입장하기 때문에 안전한 느낌이 든다. 또, 입실과 퇴실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어 마음에 든다.
# 서울 한 쇼핑몰 내 로봇카페. 커피 제조는 작은 유리 부스 안에 있는 대형 바리스타 로봇 한 대가 도맡는다. 키오스크에서 25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 결제하니 로봇 팔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1분여 만에 커피를 완성한다. 투명막 너머로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영수증에 기재된 픽업번호를 누르면 배출구가 열려 커피를 가져갈 수 있다. 시럽이나 빨대는 부스 옆 테이블에서 챙기면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무인 형태의 매장이 늘고 있다. 무인 매장은, 자동화 기계로 사람 없이 물건이나 서비스 따위를 파는 점포를 말한다. 차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무인 카페뿐만 아니라 스터디 카페, 무인 편의점, 무인 밀키트 등 무인화되는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 무인 상점에서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키오스크(kiosk)라고 불리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단말기를 이용해서 구매할 수 있다.
무인 키오스크처럼 사람을 만나는 일을 피하는 기술을 '언택트(untact) 기술'이라 부른다. 불편한 소통 대신 편한 단절을 권하는 형태로,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목받고 있다. 유통업계는 매장 직원 대신 키오스크를 설치하거나 아예 사람이 없는 무인 점포를 여는 등 다양한 방식의 언택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 무인 체크아웃 키오스크를 넘어 무인 매장과 밤에만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편의점 4사가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은 전국 1000여개에 달한다. GS25의 경우 450여개 무인 편의점을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550여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 연평균 61.6%↑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롯데리아, 맥도널드, 버거킹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키오스크 도입 비율은 60%를 넘어서 전국에 약 260곳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무인상점은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키오스크 시장규모는 연평균 61.5%씩 성장하여 2006년 600억원대에서 지난해 3000억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소비자들도 비대면 방식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면 매장에 비해 비대면 시스템 도입 점포의 매출은 전년동월 대비 20.7% 증가한 반면, 도입을 하지 않은 매장은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객 만족도도 비대면 구매 이용 경험의 증가로 사용자 89.2%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디지털 키오스크와 앱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잉여 직원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도 관건이 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직원을 두지 않은 자영업자 수는 지난달 429만명이었다. 이는 직원을 두지 않은 ‘나홀로 사장님’ 점포나 무인점포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7월 기준으로 9년 전인 2012년 이후 가장 많다.
반면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127만4000명이다. 지난 4월 132만3000명에서 3개월째 감소했는데, 1990년 7월 이후 31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이처럼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줄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이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있고, 또 코로나 유행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언택트 시대,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도... ‘느린 키오스크’ 등장
한편, 비접촉과 비대면, 이른바 언택트 시대가 길어지면서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의 '디지털 소외감'도 커지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디지털 소외에 대한 경기도민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60.9%가 키오스크 도입으로 무인점포가 확대될 때 가장 소외될 것으로 예상되는 계층은 고령층이라고 인식했다. 또한 디지털 포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은 ‘디지털 기기의 취약계층 맞춤형 개발’(25.3%)이라고 응답했다.
배영임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적 기술⋅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지원함으로써 공정하게 디지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온⋅오프라인 디지털 교육⋅체험 서비스 지원 거점을 조성하고 디지털 소외계층 대상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디지털 리터러시를 향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지자체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묘안들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성동구가 이달부터 주민들이 자주 사용하는 마트,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 천천히 시간을 두고 사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 4개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당 키오스크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분위기 확산을 위한 ‘느려도 괜찮아’ 캠페인의 일환으로 운영, 왕십리 이마트, CGV, 왕십리역 롯데리아, 메가박스 성수 총 4개 장소에 설치된 여러 개의 키오스크 중 1대를 ‘느려도 괜찮아’ 코너로 지정했다.
아울러 코너 옆에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배려한다는 안내판을 게시하고 배려를 위한 거리두기 대기선을 부착, 어르신들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키오스크 사용 시 바로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한 심리적 부담 없이 천천히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왕십리의 한 영화관을 방문해보니 6개의 영화예매 키오스크 중 1대가 ‘느린 키오스크’로 운영되고 있었다.
성동구청 스마트포용도시국 생활밀착정책팀 박미현 주무관은 26일 <애플경제>와의 통화에서 “기존의 키오스크를 여러 대 운영하는 업체들과 협의해 디지털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캠페인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느린 키오스크 코너’의 소식을 듣고 타 지자체에서도 문의 전화가 많이 왔으며, 실제로 느린 키오스크를 도입하겠다는 지자체도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영화표 예매소와 상품권 판매소, 패스트푸드 주문 장소에 시범 설치해 대상자들이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업체를 발굴, 추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 5월부터 운영되었던 ‘스마트 디지털 봉사단’은 스마트폰 사용법에서 키오스크 활용까지 교육내용을 확대, 세대 간 디지털 정보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적극 대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