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세우는 그랜저
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올해 들어 8월까지 1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역대 한국 승용차 가운데 단일 모델 기준 최단 기간 최다 판매 신기록이다. 현재 판매 추세라면 국산차 최초 연간 15만대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2일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는 올해 1~8월 국내 누적 판매 10만22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7.0% 증가했다. 내수 판매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판매 기록은 지난해 그랜저 연간 판매량이었던 10만3349대에 육박하는 수치다. 올해 현대차의 국내 판매 실적은 51만여대였다. 10만대가량을 그랜저로 채웠다. 현대차 5대 중 1대는 그랜저였던 셈이다. 같은 기간 아반떼(5만4434대), 쏘나타(4만7781대)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이 팔렸다.  업계는 올해도 그랜저가 4년 연속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유지하며 국산차 최다 판매 기록을 다시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년간 그랜저의 연간 판매량은 2017년 13만2080대, 2018년 11만3101대, 2019년 10만3349대를 기록했다

아쉬운 8월 실적
하지만 전반적인 8월의 실적은 다소 아쉽다. 현대차는 지난 8월 국내에서 5만4590대, 해외 25만8400대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총 31만2990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국내 판매는 3.2% 증가, 해외 판매는 17.1% 감소했다. 차종별로는 그랜저가 1만235대 팔리며 국내 판매를 이끌었다. 해외 판매량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에 따른 해외 공장 생산 감소 등의 영향으로 줄었다.

기아차는 지난달 국내 3만8463대, 해외 17만8482대 등 지난해 동기 대비 5.2% 감소한 21만6945대 판매를 기록했다. 국내와 해외 각각 11.3%, 3.7% 감소한 수치다.

미국 판매실적
특히 지난 달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자동차 판매량은 나란히 감소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실적 자료를 통해 8월 미국 시장 판매량은 5만8361대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8%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아차 미국판매법인(KMA)도 이날 공개한 실적 자료를 통해 8월 미국 시장 판매량은 5만7천15대로 작년 동월과 비교해 6% 감소했다고 밝혔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전략도 기대한 만큼 진행되지 않고 있다.  럭셔리 세단 G80은 올 상반기 북미시장에서 2000대 가량 판매됐을 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G90도 1140대 판매되며 전년 대비 45% 이상 줄었다. G70도 1~6월 4300대쯤 팔리며 전년 대비 23% 줄었다.

내용은 나쁘지 않다
얼핏 보면 부진한 실적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현대차의 경우 영업일을 기준으로 하루 판매량을 보면 소매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7% 늘었다. 특히 주력 SUV 팰리세이드의 소매 판매는 56% 증가했다 기아차의 경우도 대형 SUV 텔루라이드는 7588대가 팔려 월간 판매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합계 판매량은 지난 7월까지 총 330만5080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6만3398대보다 18.67% 감소한 규모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춤했던 4월 이후 판매량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7월의 판매량 53만2998대도 지난해의 58만4462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회사는 더 어렵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지난 2분기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2분기에 흑자를 낸 자동차 회사는 우리나라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해 미국 테슬라와 일본 토요타가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손해를 봤다.

2분기 기준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4억8400만 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차 판매가 전년 대비 30% 안팎 감소했으나 신차효과와 판매 이윤 향상 등으로 이를 상쇄했다. 이어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3억2700만 달러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고, 일본 토요타와 한국의 기아차가 각각 1억2900만 달러, 1억19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낸다. 영업이익이 반 토막이 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경쟁사의 사정을 고려하면 그나마 선방한 셈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은 10억42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냈고, 독일 폭스바겐은 영업손실 26억3600만 달러, 미국 포드 역시 27억59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해외생산 증가와 비대면 전략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은 지난 4월 10만대 아래로 떨어지며 저점을 찍은 뒤 5월 15만7598대, 6월 21만1061대, 7월 24만5988대로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과 6월 두 달 연속 1만대 수준의 차량을 만드는 데 그친 현대차 인도 공장은 7월 한 달 동안 4만2000대를 쏟아냈다.

비대면 전략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차의 온라인 판매 플랫폼인 ‘클릭 투 바이(Click to Buy)’가 대표적이다. 2017년 영국을 시작으로 2018년 싱가포르·이스라엘, 2019년 호주·러시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인도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기아차도 하반기 글로벌 판매 전략을 ‘비대면’에 맞췄다. 막바지 손질 중인 ‘범유럽 온라인 판매 시스템’은 연내 독일에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다. 제조사가 자동차를 직접 판매할 수 없는 미국에서는 딜러를 통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낙관은 이르다
물론 복병은 있다. 코로나 재확산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도 좋지 않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 감소를 겪고 있다. 현대 기아자동차의 국내 판매 시장도 비상등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 여파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확대했던 개별소비세 혜택을 축소하면서 내수 판매도 둔화됐다.

이 때문에 하반기 시장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공존한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한편에선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변수가 남아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미래에 대한 기대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차를 합친 유럽 시장 점유율은 6.9%로 유럽 진출 이후 가장 높았다. 현대자동차는 어느덧 52주 최고가를 경신했고 기관투자자들의 순매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잘 버터냈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으로 한 전기차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E-GMP를 이용한 차종은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3종인 eG80, eGV70, JW 등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 필요없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도입하면 부품 공용화로 전기차 원가도 개선할 수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현대차의 전기차인 코나EV의 경우 손익 분기점을 넘어서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한 단계다.

업계에서는 내년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는 올해 11만대에서 22만대로 2배로 뛸 것이라고 예상한다. 수소차도 올해 1만2000대에서 내년 2만대로 6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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