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시장의 점유율 규제가 폐지되고 요금 규제가 완화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방송 산업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관련법 개정안을 31일부터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10월12일까지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유료방송시장 규제완화

이번 발표는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의 후속조치다. 개정안에는 현재 가입자의 3분의 1로 상한이 정해져있는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 폐지가 포함된다. 유료방송 경쟁촉진 및 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해서다.

자율적 품질개선을 유인하기 위해 현재 종합유선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음악유선방송사업자에게 적용하는 준공검사 규제도 폐지될 예정이다. 현행 요금 승인제는 신고제로 완화해 시장자율성과 이용자 선택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과도한 요금인상이나 이용자 차별행위 방지를 위해 최소채널 상품과 방송·통신 결합상품에 대해서는 승인제를 유지토록 했다. 이와함께 미디어 융합서비스 시장진입 촉진을 위해 지상파·SO·위성·IPTV 상호간에 전송기술을 혼합하여 제공하는 기술결합서비스 진입규제가 현행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완화된다. 과기정통부는 또 OTT사업자는 동영상 콘텐츠를 유통하는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해서 원칙적으로 신고만으로 사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콘텐츠 내용 심의와 관련해서도 OTT 유형으로 지정된 사업자는 영상물 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아도 돼 콘텐츠 제작자율성을 높인다.

 

미디어시장 재편

미디어 시장 재편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료방송 시장은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LG헬로비전(당시 CJ헬로)과 LG유플러스가 합쳤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도 진행됐다. 이와 함께 케이블의 유력사업자인 HCN 역시 공개매각을 발표했고, 이동통신 3사의 실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의 무게 중심은 케이블TV에서 IPTV로 옮겨가고 있다. 양방향 데이터 방송이 가능한 IPTV는 주문형비디오(VOD), 인터넷 서핑, T커머스(쇼핑) 등 케이블TV와 비교해 다양한 강점을 가졌다. 권역별로 가입할 수 있는 방송사가 정해진 케이블TV와 달리 전국 어디서든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기존 이동통신 상품과 결합한 후 할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2018년 IPTV 가입자 수는 1433만명으로 케이블TV(1404만명) 가입자 수를 처음으로 넘어섰고 이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OTT는 모든 콘텐츠를 유통하는 신흥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넷플릭스

특히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1위인 KT의 넷플릭스 제휴는 상징적이다. 넷플릭스는 2016년 딜라이브, 2018년 LG유플러스에 이어 KT와 제휴를 하면서 지난 8월 3일부터 국내 방송사들과는 달리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수 약 3,300만의 과반 이상에게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KT는 IPTV 가입자 유지나 확대를 위해 선택한 대안일것이다. 하지만 그 영향은 플랫폼 산업을 넘어 국내 콘텐츠 제작 산업전반에 미칠 수밖에 없다. 2016년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한 후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최근 200만 가입자 시대를 열었다. 케이블TV나 ·IPTV, 위성 사업자는 방송법과 IPTV법 등의 규제 대상이지만, OTT 사업자는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넷플릭스 등 인터넷 기반 방송(OTT) 서비스의 빠른 성장에 따라 유료방송 가입자의 서비스 해지를 의미하는 코드커팅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의 늦은 대처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는 수년 전부터 변화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는 높은 벽이었다. 2016년 공정위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 간 인수합병 불가 결정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당시 향후 5년간 총 5조원을 투자해 망 고도화와 미디어 생태계 육성을 하겠다는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 법인의 권역별 시장 점유율 문제를 들어 M&A를 불허했고, M&A 불가 결정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 기업의 탄생을 4년간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뒤늦게 2019년 SK텔레콤·티브로드와 LG유플러스·CJ헬로 간 M&A를 승인했지만, 이미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진영의 가입자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콘텐츠’ 제작 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넷플릭스에 내줬다고 봐야 한다. 넷플릭스가 제시하는 제작비는 국내 제작사와 비교하기 어렵다. 낡은 규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라인 중심의 미디어 시장에 맞지 않다. 국내 방송사나 미디어 기업들은 경쟁 규칙부터 콘텐츠 규제, 편성 비율, 거래 조건, 과세, 기금출연, 심의, 광고 등에서 일정한 규칙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해외 거대기업들은 그 규칙을 거의 적용받지 않는다

 

미디어 생태게 발전방안

현재 미디어 산업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진출과 함께 이에 대항하기 위한,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 확보가 화두다.

지난 6월 22일 정부는 범부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은 대부분 선언적이다. 과기정통부는 2022년까지 국내 미디어 시장규모 10조원, 콘텐츠 수출액은 16조2000억원, 글로벌 플랫폼 기업 최소 5개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규제 폐지와 유선방송국 설비 검사 폐지, 요금 규제 완화 등만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사업자 간 자율적인 구조개편이 가급적 원활하고 빠르게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공습 속에 국내 미디어 사업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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