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불확실성에 반도체 공급망 긴장 고조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2026년 본격 가동 준비
SK하이닉스, 미국 내 첨단 메모리 생산 역량 강화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미국 관세 정책이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변화하는 통상 환경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7일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시 관세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아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통상 정책 속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사업 방향을 새롭게 조율하고 있다.
미국 관세 정책, 시장 혼란 키워
미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분야로 보고, 생산 거점을 자국으로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루트닉 장관의 발언은 미국 내 제조를 확대하려는 시그널로 해석되지만, 실제 관세 완화 범위와 적용 시점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기업들의 사업 계획 수립은 쉽지 않다.
관세 정책이 확정되지 않으면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도 혼선이 발생한다. 특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현지 공장 투자와 생산 계획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세제 혜택과 관세 부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의 관세 결정은 단순히 세금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 준비 가속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202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력 제품은 3나노미터 파운드리 칩과 고성능 AI 반도체다. 시장에서는 이 공장이 가동되면 미국 내 고객사에 대한 공급 안정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MD, 엔비디아, 퀄컴 등 미국 대형 팹리스 업체와의 협력 확대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고, 관세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테일러 공장에는 첨단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가 투입되며, 현지에서 약 2,000명 이상의 신규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부품·소재 기업과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원재료 조달부터 패키징까지 현지화 비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과 패키징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8년까지 총 15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미국 내 첨단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를 확충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AI 기업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HBM3, HBM3E 등 차세대 제품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공장은 연간 수억 기가비트 규모의 HBM을 패키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며, AI 데이터센터 시장 수요에 대응할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또한, 미국 내 AI 인프라 확대 흐름과 맞물려 패키징·검증 공정까지 현지에서 처리함으로써 물류 효율과 고객 대응 속도를 높인다. 이를 위해 현지 반도체 장비 업체와의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글로벌 경쟁 구도 속 변수 많아… 국내 업계, 장기 전략 필수
미국의 관세 정책은 중국과의 기술 경쟁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중국산 반도체에 높은 관세가 유지되면 한국 기업은 반사 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가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일본과 유럽까지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각국의 보조금, 인력 확보, 기술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한국 기업의 의사 결정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다.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의 전략에도 압박을 주고 있다. 중국은 ‘국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 일본은 첨단 제조 기술 공동 연구를 위해 TSMC와 손잡았다. 유럽연합(EU)도 ‘유럽 반도체법’을 통해 대규모 제조 보조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정책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만큼 단기 대응과 함께 장기 전략 마련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특히 미국 내 생산 확대, 기술 혁신, 공급망 다변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정책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경쟁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향후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관세 정책이 발표되면 두 기업의 대응 전략도 한층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