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 QPU부터 지역 클러스터까지 균형 전략 본격 시동
균형 잡힌 기술 발전과 지역 클러스터 활성화로 산업화 기반 구축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양자 기술이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양자 컴퓨팅, 통신, 센싱 등 주요 분야를 골고루 발전시키는 균형형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투자 아래 주요 연구기관과 민간 기업이 협력하며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병행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퀀텀코리아 2025’서 주요 기관·기업 총출동, 양자 기술 전시
지난 ‘퀀텀코리아 2025’ 전시회 현장에서는 50큐비트급 초전도 양자컴퓨터, 극저온 냉각 장치, 양자 암호 모듈 등 실제 기술 시제품들이 다수 선보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초전도 QPU 모형을 공개했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자체 개발한 양자 에뮬레이터와 클라우드 기반 양자 소프트웨어를 직접 시연했다.
민간 기업인 SK텔레콤, 이와이엘, 큐노바, SDT 등도 상용화에 가까운 제품과 기술력을 선보이며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특정 분야에 편중하지 않고 컴퓨팅, 통신, 센싱 전 영역을 아우르는 ‘균형 발전’ 전략을 추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자기술진흥법에 근거해 5년 단위 전략 로드맵을 수립하고, 양자컴퓨팅 인프라 구축, 통신망 테스트베드 확대, 정밀 센싱 실증사업 등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 클러스터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서울은 스타트업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대전은 대규모 테스트베드와 개방형 공정을 중심으로 한다. 부산은 응용 실증 프로젝트를, 충북은 소부장 특화 연구시설과 풀스택 양자컴퓨터 운영센터를 기반으로 지역별 특화 역량을 강화해 분산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재 양성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KAIST, 성균관대, 고려대 등 9개 대학이 양자 대학원을 운영하며 100명 이상의 박사급 인재 배출을 앞두고 있다.
연세대는 산업계 수요에 맞춘 비학위 교육 과정 ‘퀀텀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맞춤형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연구기관에서도 양자 기술 교육이 함께 이뤄져 기술 인력 공급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국산 극저온 냉각기, 통합형 양자키분배(QKD) 장비, 하이브리드 보안 네트워크 모듈 등 실증 단계에 들어선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 적용에 근접한 상용화 움직임으로, 국내 양자 생태계가 본격적인 산업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날 발표에 나선 엄상윤 ID 퀀티크(ID Quantique) 대표는 “한국은 정부 주도의 체계적 투자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생태계를 설계하고 있다”며 “양자 컴퓨팅, 통신, 센싱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 속 핵심 분야 집중과 협력 체계 강화 필요
국내 양자 산업이 본격적인 상용화 국면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는 기술 간 균형 유지와 함께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컴퓨팅, 통신, 센싱 전 분야를 고르게 발전시키면서도,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핵심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해외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만의 강점을 살린 기술 표준화와 글로벌 협력 확대가 필수적이다. 또한 지역별 클러스터가 서로의 역량을 연계하고 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재 양성 측면에서도 단기적 인력 공급을 넘어 산업계 수요 변화에 맞춘 맞춤형 교육과 재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긴밀히 협력해 기술 연구부터 실증, 상용화까지 전 주기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향후 한국 양자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