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SMIC 수출 통제하며 중국 반도체 공급망 차단 강화
미국 제재에 대만 조치까지 더해져 화웨이 AI 칩 생산에 큰 걸림돌
생산 설비와 소재 부족 전망, "중, '반도체 굴기'에 태클 걸까" 주목

대만이 화웨이와 SMIC를 전략물자 수출 통제 명단에 올리며 중국 반도체 공급망 압박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미드저니)
대만이 화웨이와 SMIC를 전략물자 수출 통제 명단에 올리며 중국 반도체 공급망 압박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미드저니)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중국의 AI 반도체 자립 시도가 다시 한번 벽에 부딪혔다. 대만 정부가 이달 초 화웨이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를 전략물자 수출 통제 명단에 올리면서다. 미국의 제재에 더해 대만까지 직접 나서면서, 중국 반도체 공급망의 숨통은 더 좁아지고 있다.

화웨이와 SMIC는 그동안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이미 적잖은 제약을 받아왔다. 여기에 대만의 독자적 규제 조치가 더해지면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소재 확보가 더욱 어려워진 형국이다.

대만 정부는 이번 조치를 안보 차원에서 설명했지만, 사실상 중국의 AI 칩 생산을 직접 겨냥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중국 AI 칩 공급망에 직접 제동

AI 반도체 생산은 단순히 설계 기술만으로는 어렵다.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장비와 소재, 그리고 안정적인 양산 능력까지 모두 갖춰야 비로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자체 설계한 7나노미터(nm)급 칩을 자사 스마트폰에 적용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생산 인프라 없이 설계만으로는 의미 있는 공급량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제재 이후, 화웨이와 SMIC는 대만의 중소 장비·소재 업체를 활용해 우회 공급망을 구축해왔다. 이번 대만 정부의 조치로 이 경로까지 막히면서, 사실상 이중 봉쇄에 직면했다.

대만 경제부는 지난 6월 초 총 601개 외국 기업과 기관을 전략물자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명단에는 화웨이와 SMIC뿐 아니라, 러시아·이란·파키스탄 등도 포함돼 있다. 블룸버그, 로이터 등 외신은 해당 조치가 "사실상 군수 품목 수준의 제재"라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TSMC는 물론, 대만 내 부품·설계·소재 업체들도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으면 해당 기업들과 거래할 수 없게 됐다. 단순한 외교적 협조를 넘어, 대만이 자국의 기술 주권과 산업 주도권을 지키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현실적 한계 명확해져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첨단 장비와 소재의 국산화율은 낮다. 글로벌 수준의 생산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은 기술 독립의 결정적 한계로 작용한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화웨이의 AI 칩 생산량이 2025년까지 연간 20만 개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 내 AI 칩 수요는 연간 150만 개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급 부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화웨이는 미국산 칩을 대체할 자체 패키징 기술과 클러스터 연산 방식 등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이다.

전문가들은 "설계와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일부 진전을 이뤘더라도, 제조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번 조치는 대만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단순한 생산 기지가 아니라, 전략적 결정권을 가진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과의 기술 공조에 그치지 않고, 자국 안보와 산업 보호를 위해 독자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은 그간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지만, 이번 대만의 결정은 기술 개발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립할 수 없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단기간 내에 중국이 AI 반도체 자립에 성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도 대만의 역할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수출 통제를 넘어, 기술의 흐름과 공급망 중심을 어느 쪽이 쥐느냐가 글로벌 반도체 패권의 향방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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