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ing O1 탑재 제품 출시 임박… 설계는 자체, 생산은 외부 위탁 전략
스마트폰부터 전기차까지… 샤오미 반도체 생태계 확장 가속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샤오미가 자체 설계한 3나노 모바일 칩 ‘Xring O1’의 양산에 돌입했다.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화웨이의 7나노 칩 ‘어센드 910C’에 이어, 샤오미가 더 앞선 공정의 칩을 상용화하면서 기술 자립 흐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샤오미는 설계 능력을 내재화하면서도 제조는 외부에 맡기는 ‘혼합 전략’을 택해, 화웨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반도체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은 20일 웨이보를 통해 Xring O1 칩이 양산에 들어갔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칩은 22일 공개 예정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샤오미 15S 프로’와 ‘샤오미 패드 7 울트라’ 태블릿에 먼저 탑재된다. 샤오미는 이 칩을 개발하는 데 4년간 약 135억 위안(약 1조 8천억 원)을 투입했으며, 앞으로 10년 동안 500억 위안(약 9조 원)을 반도체 설계에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샤오미 3나노 칩 Xring O1 양산 시작… 애플식 통합 생태계 지향
Xring O1은 샤오미가 설계한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로, 3나노급 공정이 적용됐다. 제조는 대만의 TSMC 등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내 최대 파운드리인 SMIC가 아직 7나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생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샤오미는 이런 구조를 통해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하는 동시에 최신 기술을 비교적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식을 택했다. 반면 화웨이는 칩 설계뿐 아니라 제조까지 모두 자국 내에서 해결하려 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로 인해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는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두 회사의 전략은 목표는 같지만 방향은 전혀 다르다.
이 같은 ‘설계는 내부, 생산은 외부’ 모델은 기술 내재화와 시장 대응 속도, 그리고 국제 규제 회피까지 동시에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단기간 내 고성능 칩을 확보하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샤오미의 반도체 전략은 단순히 성능 좋은 칩을 만들겠다는 차원을 넘어서 있다. 자체 칩을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 TV, 웨어러블 기기, 심지어 전기차까지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애플이 A 시리즈, M 시리즈 칩을 통해 자사 제품 간 연동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처럼, 샤오미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샤오미는 2,500명 이상으로 구성된 반도체 전담팀을 운영 중이며, 올해 R&D 예산만 300억 위안(약 5조 원) 이상을 배정했다. 칩뿐 아니라 AI, 운영체제,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 주요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디바이스 성능을 한층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Xring O1은 배터리 효율, 발열 제어, 실시간 AI 추론 처리 성능 등에서 개선이 이뤄졌으며, 향후 샤오미의 차세대 기기에 적용돼 사용자 경험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 7나노 칩과 차별화된 전략… 설계 내재화·생산 외주 활용
샤오미의 이번 행보는 자연스럽게 화웨이와 비교된다. 화웨이는 AI 연산에 특화된 칩 어센드 910C를 앞세워 자국 기술로 칩 자립을 추진 중이지만, SMIC의 기술 제약으로 인해 여전히 7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다. 생산은 자국에서 이뤄지지만, 그만큼 기술 발전 속도는 제한을 받고 있다.
화웨이는 칩뿐 아니라 자체 프레임워크, 운영체제, 클러스터 관리 툴까지 직접 개발하며 통합형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폐쇄형 전략이 강점일 수 있지만 제재 환경 속에서는 기술의 진화를 빠르게 따라가기 어렵다는 단점도 드러난다.
반면 샤오미는 외부 기술과 협력 구조를 유연하게 조합해 성능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첨단 칩이 당장 필요한 상황에서 샤오미의 전략이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기차까지 확장하는 샤오미 칩 전략… 중국 반도체 산업 다변화
샤오미는 이번 칩을 스마트폰에 먼저 적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사 전기차 SU7 시리즈에도 독자 칩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차량 제어부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커넥티비티까지 아우르는 ‘자동차용 칩 생태계’로 확장해, 전기차-스마트폰-가전이 하나의 칩 플랫폼에서 연결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샤오미의 칩 전략은 단순한 부품 확보가 아닌, 미래 산업 전반을 아우르려는 기술 인프라 구축에 가깝다. 이는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자립 정책과도 방향이 맞닿아 있다. 하나의 기업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확보해 나가는 동시에, 국가 차원의 기술 생태계 다변화도 동시에 진전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