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관세, 예외 적용 후 또 다시 '번복'
수시로 손바닥 뒤집듯 정책 변경, 글로벌 전자산업 생태계 혼란
기업들 미국 '불확실성'에 수시로 전략 재조정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장미정원에서 관세에 대한 연설을 하는 동안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 옆에서 차트를 들고 있다.(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장미정원에서 관세에 대한 연설을 하는 동안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 옆에서 차트를 들고 있다.(사진:로이터)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불과 하루 전 발표된 스마트폰 등 약 20개 전자제품의 관세 예외가 반나절 만에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예외를 발표한 직후 이를 철회하며, “상호 관세는 예외가 아니라 단지 다른 범주에 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반도체와 전자제품 공급망 전반에 대한 정밀 조사를 예고하며, 관세 부과 방침을 번복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삼성전자와 애플은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따라 공급망 전략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오늘은 유예, 내일은 관세”…기업 전략이 무력화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두 글로벌 IT 기업을 예측 불가능한 경쟁 구도로 몰아넣고 있다. 애플은 대부분의 아이폰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어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삼성전자 역시 베트남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46% 관세 적용 가능성이 거론되며 긴장감이 커졌다. 한때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자제품 전체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관세 방침을 밝히면서 양사의 입장은 다시 불확실해졌다.

현재 한 달간의 유예 기간이 주어졌지만, 그 사이 트럼프 행정부가 또 다른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어 기업들은 여전히 혼란 속에서 향후 대응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하루 만에 번복된 관세 예외 방침과 전자제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 예고는 두 기업 모두에게 공급망 전략 재조정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애플은 이번 조치로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주요 생산 기지가 중국에 몰려 있어 관세가 현실화되면 미국 시장 내 아이폰 가격 상승과 수요 둔화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삼성전자 또한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우려하며, 앞으로 한 달간의 정세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팀 쿡이 2019년 텍사스의 컴퓨터 조립 공장을 방문했다.(사진:WSJ)
트럼프 대통령과 팀 쿡이 2019년 텍사스의 컴퓨터 조립 공장을 방문했다.(사진:WSJ)

정치는 로비로, 산업은 혼란으로…워싱턴을 둘러싼 힘의 균형

정작 정책 혼란 속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공개적으로는 조용하다. 애플의 팀 쿡,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 미국 대표 IT 기업 CEO들은 관세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애플 CEO 팀 쿡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부터 개인적 관계를 쌓아왔으며,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에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정책에 영향을 미쳐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애플이 관세로부터 예외를 받기 위해 트럼프와 긴밀히 소통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이런 로비는 애플만의 전략이 아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역시 트럼프 사저인 마라라고에서 열린 고액 만찬에 참석한 직후, 중국 수출 칩에 대한 통제 예외를 얻어냈다. 마크 저커버그 등 다른 빅테크 경영진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조용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면제를 발표했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철회하는 일이 반복되며, 기업들은 공식 입장을 내는 대신 물밑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 전경.(사진:로이터)
베트남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 전경.(사진:로이터)

기업들, 생산 전략도 '정치적 변수'에 좌우

이제 기업들의 생산 전략은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치 변수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삼성과 애플 모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생산 기지를 다변화해 왔지만, 트럼프의 전자제품 관세 확대 발언 이후 이들 국가도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역시 46%의 고율 관세 적용 가능성이 제기되며,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인도나 국내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애플도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했지만, 인프라 부족과 인건비 상승 등 현실적인 문제로 진척이 더딘 상태다. 팀 쿡은 효율성과 비용 문제를 고려해 당분간 아시아 생산 중심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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