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애플·엔비디아 등 ‘특혜’…中 CPU 시장 선점 ‘인텔’ 큰 타격
중국 내 생산시설 갖춘 AMD 시장 잠식, “트럼프 관세정책 외면”

 중국이 자국내 생산시설을 둔 미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관세 면제를 선언했다. (사진=더블시에프테크)
 중국이 자국내 생산시설을 둔 미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관세 면제를 선언했다. (사진=더블시에프테크)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중국이 미국산 칩과 해당 제조업체에 125%의 관세를 매길 계획이다. 반면에 TSMC 등 대만업체와, 자국 내 생산시설을 둔 애플·AMD·엔비디아 등엔 면세해줄 계획이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형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대응, 중국 반도체산업협회(CSIA)는 11일부터 대만산 등의 칩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칩 수입 정책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외의 칩 제조업체로부터의 제품을 조달할 경우 최대 125% 관세를 면제해주는 내용이다. 이는 오로지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겨냥한 것이다.

CSIA가 중국 언론을 통해 발표한 긴급 공지에 따르면, 칩 제품, 특히 패키징 및 비패키징 반도체의 ‘원산지’를 철저히 규명,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 이외의 칩 제조업체에서 칩을 조달하는 기업들은 최고 125%에 달하는 관세가 면제됨에 따라 큰 혜택을 입는 셈이다.

중국의 새로운 칩 정책은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지배력을 과시하는 조치일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미국 등의) 기업들이 중국 내 생산을 고수하려는 의지를 새삼 확고히 한 것이다. 엔비디아, AMD, 애플 등 많은 기업들이 주로 대만에서 반도체를 조달, (중국의) 125% 관세 면제가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기업이 특히 중국 내 생산 시설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게 한다 .

또 중국 CSIA의 새로운 정책은 세계 무역에서 미국 칩 기업의 위상을 크게 축소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즉, 미국 칩 제조업체로부터 칩을 공급받는 중국 기업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급망을 새로 바꿔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에 따른 관세 적용 여부는 기업체의 웨이퍼 제조 시설이 어디있느냐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 기준에 따라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등 중국 내 생산시설이 없는 미국 기업들이 주요 표적이다.

그 와중에 가장 큰 타격을 입게된 것은 인텔이다. 이 회사는 그 동안 중국 CPU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중국 CSIA의 조치로 인해 막대한 관세를 물게 되었다. 그 바람에 향후 유력한 경쟁사인 AMD에게 중국 시장을 크게 잠식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AMD는 이미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대폭 상승하고 있다.

인텔은 이번 중국의 반도체 정책이 아니더라도, 이미 마케팅이나 품질 등에서 시장의 신뢰를 빠르게 잃어버리고 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인텔 CPU가 최근엔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AMD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 50%로 상승하고 있다. 반면에 인텔은 중국 데스크톱 CPU 시장을 장악해왔으나, 지난 몇 세대 동안 심각한 문제에 처하거나, 성능에 하자가 있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 내 인텔의 시장 점유율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사진=더블시에프테크)
중국 내 인텔의 시장 점유율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사진=더블시에프테크)

보드 채널 포럼(Board Channels Forums)은 또 “인텔이 핵심 시장 지역인 중국에서의 지배력을 잃고 있으며, CPU 도입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반면에 AMD는 훨씬 매력적이고 강력한 옵션으로 소비자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인텔의 최신 CPU 세대인 ‘코어 울트라 200S’ 애로우 레이크 라인업이 그런 경우다. 이 제품은 출시 후 인텔이 원래 홍보했던 것보다 훨씬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그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었다. 당시 인텔은 반복적인 업데이트와 새로운 마이크로 코드를 출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었다.

또한 인텔의 ‘랩터 레이크 리프레시’ 라인업은 중국 시장에서 이 회사의 CPU에 대한 불신을 한층 키웠다. 인텔은 수천 개의 CPU를 고객 지원 AS로 처리해야 했다. 소비자들에게 공황 상태를 야기했고, 인텔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크게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AMD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AMD의 최신 Zen 5 CPU(예: Ryzen 9000 시리즈)와 새로운 X3D CPU 출시로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크게 얻고 있다. 그 결과 1분기에 50%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와이어드는 “멀지않아 AMD CPU가 중국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며, 이는 인텔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더욱이 인텔 CPU 채택률이 낮아지면서 마더보드 판매량 또한 바닥을 쳤는데, 이는 인텔의 앞날이 순탄치않을 것임을 시사한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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