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뮤지션들 AI 저작권법 반발 '무음 앨범' 발표…창작자 생계 위협
오스카 후보 영화 '브루탈리스트', 편집 중 생성형 AI 기술 사용해 논란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창작 산업에서 AI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영화와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AI의 사용 여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며, 이에 대한 법적·윤리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AI가 무단으로 창작물을 학습하는 것을 허용하는 저작권 개정안이 추진되자, 뮤지션들이 이에 반대하며 ‘무음 앨범’을 발매하는 방식으로 항의했다. 영화 산업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이 오스카 후보로 오르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창작자와 AI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영국 뮤지션들, AI 저작권 법안 반발…'무음 앨범' 발표
영국 정부가 AI의 저작권 적용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000여 명의 뮤지션들이 이에 항의하는 '무음 앨범'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케이트 부시, 한스 짐머, 캣 스티븐스 등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한 이번 항의는 영국의 새로운 저작권 법안이 AI 기술을 활용해 창작물을 학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에 대한 반발로 이루어졌다.
이 앨범은 음성 없이 빈 스튜디오와 공연장의 소리만 담겨 있으며, 이를 통해 AI가 예술가들의 생계를 위협할 가능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되었다. 특히 이번 항의는 AI가 창작 과정에 개입함으로써, 예술가들의 노동과 창의성이 무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케이트 부시는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면 "미래의 음악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AI가 창작자들의 동의 없이 작품을 학습하고 유사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뮤지션들은 이번 법안이 AI 기업들에게 창작자의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현재의 저작권과 AI 법제도가 창작 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의 잠재력을 제약하고 있다"며, 창작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법안이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뮤지션들은 정부가 더 이상의 논의를 통해 창작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기 전에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는 예술 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영국이 검토 중인 법안은 AI 개발자들이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자료를 활용해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키고, 창작자들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동의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야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현재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사용 권한을 갖는 저작권 법의 기존 원칙을 뒤흔드는 것으로, 많은 예술인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AI 기술 도입한 영화, 오스카 후보로 논란…창작 본질 훼손 우려
인공지능(AI) 기술을 영화 제작에 활용한 작품이 최근 공개되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올해 오스카 최다 후보로 꼽힌 영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가 편집 과정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에 대한 비판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주요 비판의 핵심은 AI의 개입이 영화의 본질을 훼손했다는 점이다. 영화는 배우, 감독, 제작진 등의 창의적 노력과 인간의 감성이 담긴 예술로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AI가 창작 과정에 참여하면서, 작품이 더 이상 인간의 상상력과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 아니라 계산된 기술의 산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AI 도입으로 인해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기존 인력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및 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2023년 118일 동안 진행된 파업을 통해 AI 사용에 관한 기준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현재 영화 업계에서는 AI 기술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과 이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 제작을 시도하려는 흐름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AI가 저예산 영화 제작을 가능하게 만들면서 기존 영화 산업의 제작 방식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 감독들은 AI를 활용해 배경을 생성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시나리오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AI의 기술적 장점이 영화 제작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예술적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여전히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아카데미는 영화 출품 요건으로 AI 기술 사용에 대한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AI의 활용 방식은 제작사들의 자율에 맡겨졌으나, 이제는 이를 공개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AI가 각본을 쓴 영화가 오스카상을 받을 수 있을지, AI가 제작한 작품이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재로서는 AI가 창작자의 보조 역할을 하는 수준이지만, 향후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창작자들의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I와 창작자 공존을 위한 기준 필요해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예술 산업에서 창작과 기술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AI는 제작 속도 단축과 비용 절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일부 아티스트들은 AI를 창작 도구로 활용하는 반면, 많은 창작자들은 AI가 창작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창작자들의 권리와 창의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규제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EU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범위를 제한하고, 창작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AI 저작권 개정안을 두고 창작자와 AI 기업 간의 논쟁이 치열하다.
한국도 AI 저작권 보호와 관련된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I와 창작자가 공존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예술 산업 전반에 걸쳐 기존 창작 방식이 급격히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