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한국, 12인의 AI Artists 展’ 계기, 새삼 ‘논쟁적 사안’
기계와 인간 경험 융합된 ‘생성 공감각’으로 ‘제2의 세계’ 창조?
저작권·창의성·일자리 대체 등 해결 과제 여전
[애플경제 정한빈 기자]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국을 대표하는 12인의 AI Artists 展 : 미래의 결, 한국성’은 AI 기술과 예술의 융합 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을 제시한 이벤트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10일부터 시작된 ‘파리 AI 행동 정상회의(AI Action Summit)’의 부속행사로 열린 이 전시는 특히 ‘생성공감각’(generative synesthesia) 등 새로운 사고체계와, 미드저니, 달리2 등 멀티모달에 의한 학습과 복제 등 논쟁적 테마를 새삼 환기시킨 계기가 되었다는 해석이다.
생성 공감각, 'AI와 교감하는 새로운 사고체계'
AI 예술은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만든 예술 작품을 일컫는 말로 디지털 아트와는 구분된다. AI는 인간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 상상하지 못했던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주최측에 의하면 이번 출시작들은 ‘생성 공감각’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감각 체계를 표출, AI와 예술의 교집합이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지를 질문하고 있다. ‘생성 공감각’이란 AI를 활용해 여러 감각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상호 변환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기술이다. 인간의 감성과 AI의 데이터 처리 능력이 결합해 색다른 감각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AI 예술은 기존의 예술이 가진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초월해 새로운 차원을 창조한다.
그 예시로 2022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에서 디지털아트 부문 1위를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은 AI가 생성한 작품으로 기존 얘술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다채로운 색감이 어우러져 정교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지닌 이 작품은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을 통해 생성됐다. 이 작품을 두고 예술에서의 AI 역할과 범위를 두고 여러 의견들이 엇갈렸다. AI 기술의 활용 범위 설정과 AI 작품의 예술적 가치 유무 등 AI 기술을 예술로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일어났다.
AI 예술의 윤리적 한계 여전히 존재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예술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윤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그간 이에 관한 논쟁을 요약해보면 우선 AI가 생성한 예술 작품의 저작권 문제는 아직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의 개입 여부에 따라 AI를 보조 도구로 볼 수 있는 경우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인간의 개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저작권 보호와 별개로 인정 여부는 규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AI 저작권 문제에 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둘째로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논쟁도 존재한다. AI 예술이 아무리 독창적이라 해도 인간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적 깊이와 진정성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아르메니아에서 개최된 ‘세계 혁신 및 기술 대회 2024(WCIT 2024)’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적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논의 과정에서 AI가 단순한 업무를 처리해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은 맞지만 악상을 떠올리는 것과 같이 창의성이 요구되는 작업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강조됐다.
셋째, AI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인간 노동과 맞물려 있다. AI가 예술 창작의 일부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예술가의 역할은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한 직업의 불안정성은 예술계의 새로운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오픈AI의 달리2가 출시되면서 전문가들은 시스템이 예술가의 동의 없이 수많은 작품들을 학습하고 작품 스타일을 복제한다며 예술계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분명 AI 기술은 단순하고 반복되는 작업을 대신하는 도구를 넘어 인간과 협업을 통해 작품을 창조하는 강력한 예술 도구가 됐다. 이번 파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기존의 예술 형식을 뛰어넘는 AI 예술의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것이란 기대도 낳고 있다.
그러나 “AI와 예술의 공존은 단순한 기술적 발전에만 초점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한국 12인 AI Artists 展’ 주최측도 “인간의 가치와 창의성, 윤리적 기준을 중심에 두고 AI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I는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으며, AI 예술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