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칩셋, ‘프리미엄급 880 못지않은 성능ㆍ최고 가성비 구현’

최근 중국 샤오미가 중저가폰 시장의 약진을 바탕삼아 애플을 제치고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실제 그럴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은 전문가들이 회의적으로 보고 있지만 정작 주목을 받는 것은 그런 중저가폰 가성비와 경쟁력을 높이는 퀄컴의 스마트폰 칩 ‘스냅드래곤(Snapdragon) 870’이다.

(제공=퀄컴)
(제공=퀄컴)

사실 중저가폰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 성능이나 품질에 있어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특정 메뉴나 앱을 탐색할 때 아무래도 프리미엄폰에 비해 속도도 느리고 정확도도 떨어진다. 소셜 미디어 앱이 로딩될 때까지 꽤 기다려야 하며 화면이 나타났더라도 화려한 색상의 에니메이션의 경우 뜸을 들이며 펼쳐지곤 하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에 퀄컴이 ‘스냅드래곤’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자랑한 ‘스냅드래곤 870’칩을 내놓은 후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는 “고성능 스마트폰을 효과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기술로서 스냅 게임이나 빠른 내비게이션, 선명한 사진 및 비디오 편집 도구를 즐길 수 있다.는게 당시 퀄컴의 출시 답변이었다.

그러나 삼성이나 애플은 물론 중저가폰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도 처음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정작 이를 실제로 제품에 장착한 후부터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출시 반년이 지난 최근에 이르러선 ‘스냅드래곤 870’은 특히 중저가폰 위주의 중국기업, 즉 샤오미나 중국 현지의 모토로라, 오포, 원플러스 등이 대거 자신들의 휴대폰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스냅드래곤 870은 중국의 모토로라 엣지 S에 처음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Moto G100으로 알려진 제품이다. 그 결과 “퀄컴의 최고급 칩인 ‘스냅드래곤 888’을 굳이 안써도 비슷한 파워를 갖도록 하면서도 휴대폰 가격을 낮추도록 했다”는게 당시 엣지S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였다.

최근 맹렬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샤오미 ‘Mi 노트 11’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자사 웹사이트의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새로운 칩셋인 ‘스냅드래곤 870’ 도입 사실을 공개했다.

애초 2020년형 ‘스냅드래곤 865’를 수정하며 ‘스냅드래곤 888’만큼 강력하지 않다며 외면당했던 ‘870’의 본격적인 데뷔전이 펼쳐진 순간이었다.

샤오미 뿐 아니다. 모토로라 역시 스냅드래곤 870 덕을 보고 있는 케이스다. 애초 모토 G 시리즈는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가성비는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다가 역시 ‘870’을 채용한 G100의 경우 여러 전문가들의 리뷰에선 “모토 G100은 꽤 훌륭한 폰”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칩셋 덕분에 많은 경쟁사 제품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타이틀을 실행하고 더 높은 그래픽 설정에서 게임을 하기에 좋다”는 칭찬도 이어졌다. ‘싼게 비지떡’이란 선입견을 탈피하게 된 것이다.

최근 시장 평가 사이트인 ‘인사이더’나 ‘테크레이다’, 그리고 모바일 제품 평가 사이트인 ‘긱 벤치’ 등에선 모토 로라 G100에 대해 “저가폰치곤 놀라울 만치 뛰어난 처리 능력”이라며 극찬하는 분위기다.

이들 전문 기관과 매체들은 “이러한 성능은 보통 최고급, 최고가 플래그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이처럼 ‘스냅드래곤 870’ 열풍은 저가폰 중심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샤오미 Mi, 모토로라 G100에 이어, 원플러스9R, 블랙샤크4, 비보X60 시리즈, 샤오미포코F3 등 주로 중국의 저가폰들이 모두 이 칩셋을 사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퀄컴의 최고급 프리미엄 칩인 ‘스냅드래곤 888’에 비해 그 동안의 ‘스냅드래곤600’이나 ‘700’ 시리즈 칩셋을 사용하거나, 그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기술을 채용한 동급 제품을 사용하는 저가형 전화기는 그 성능차가 엄청났다.

실제로 벤치마크 웹사이트 ‘긱 벤치’가 매기는 비교 성적표에 따르면, 대체로 이들 600~700 시리즈는 1,000점대 중반의 멀티 코어 점수(복합적인 성능 평가 점수)에 그친다.

예를 들어 중급형 모토로라 엣지는 1,732점, 샤오미 포코X3 NFC는 1,799점대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샤오미 Mi 11, 원플러스9, 누비아 레드 매직6와 같은 ‘스냅드래곤 888’폰은 그 점수가 각각 3,569점, 3,654점, 3,606점대를 기록했다. 600~700대보다 두 배 이상의 점수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한다면 ‘스냅드래곤870’은 놀라울 정도다. 이를 채용한 중국 샤오미 포코 F3의 경우 ‘긱 벤치’가 매긴 점수가 3,369점, 모토로라 G100은 2,875점, 비보(Vivo) X60 Pro는 3,381점으로 ‘스냅드래곤888’에 그다지 뒤지지 않는 점수로 평가되었다.

실제 얼리어댑터들이나 전문가들도 “휴대폰이 지닌 다양한 기능 측면에서 프리미엄 칩과 그다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888’과 비교했을 때 게임은 동일한 속도로 재생되며 비디오, 사진 렌더링 시간도 밀리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용자 입장에선 굳이 비싼 돈을 들여 ‘888’ 칩셋 제품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870’은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며 저가폰의 실질적인 브랜드 가치를 한껏 올려주고 있는 셈이다. 그 때문에 ‘870’을 채용한 모토로라 G100이나 포코F3이 프리미엄 칩을 채택한 또 다른 샤오미나 원플러스 제품보다 못할 것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는 세계 최고 성능을 자랑하면서 가격도 무척 비싼 삼성 플래그십을 대체하려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저가폰 중심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최근 약진하고 있는 것도 이에 힘입은 바 크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젠 저가폰 뿐 아니라, 일부 프리미엄 폰에서도 이를 채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중급을 넘어서 이제 프리미엄 제품으로 평가받는 샤오미 블랙샤크 4도 그 중 하나다.

블랙샤크4는 블랙샤크3가 최고급 칩셋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870’을 채택했고, 비보X60 시리즈도 가격은 프리미엄급인데도 870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저가폰 시장에서 ‘스냅드래곤 870’은 구매자들에게 높은 가성비를 실감케 하면서, 해당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저가폰 시장의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모토로라와 샤오미는 ‘870’ 덕분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층 위상을 굳히고 있는 셈이다.

IT시장 분석기관인 ‘인사이더’는 “‘스냅드래곤 870’은 화려한 카메라나 거대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만큼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특히 이는 스마트폰의 최고 처리 능력을 소비자들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멀지않아 모든 새 스마트폰 제품들이 이런 추세를 따라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이드’는 “삼성이 새로 내놓은 저렴한 스마트폰 역시 모토로라 G9 플러스와 동급의 카메라를 갖추고 있다.”며 묘한 여운을 남기는 코멘트를 덧붙이기도 했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