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음성인식 AI 기업인 뉘앙스 인수
“의료 시장의 방대한 클라우드 수요 추가 확보 기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헬스케어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별로 경쟁우위에 있는 분야를 기반으로 신사업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구글은 의학 연구부터 헬스 데이터 관리까지 헬스케어 산업에 전방위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애플은 애플워치와 앱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관리와 소비자 친화적 서비스를 통해 헬스케어 분야로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2019년 임직원 대상 원격 및 방문진료부터 의약품 배송까지 아우르는 아마존 케어(Amazon Care)를 런칭한 이후, 가정용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출시하고 가정 진료 확대 정책을 요구하는 단체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 중이다.
업계에서는 빅테크 기업과 기존 헬스케어 기업 간 합종연횡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향후 풍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지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며, 전 세계 GDP의 10%, 미국 GDP의 20%를 차지하는 헬스케어 산업 성장의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가운데 12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음성인식업체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Nuance Communications)를 160억달러(약 18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뉘앙스의 인수가격은 9일 종가 대비 23% 프리미엄이 가산된 주당 56달러로 책정됐다. 인수 기대감으로 당일 뉘앙스 주가는 15.95% 상승 마감했다.
이번 인수는 2016년 MS가 링크드인(LinkedIn)을 262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MS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MS와 뉘앙스 양사 모두 이사회 승인을 얻었으며, 올해 말 까지 주주 총회를 포함한 기타 법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인수 마무리 후, 뉘앙스는 MS의 인텔리전트 클라우드(Intelligent Cloud) 부문에 편입될 예정이다. MS에 따르면, 2022년(6월 결산)에 반영될 편입효과는 순이익 기준 1% 미만으로 예상되며,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번 인수를 통해 MS 헬스케어 사업이 침투 가능한 잠재시장 규모는 기존 대비 약 2배 확대된 5000억달러(약 560조 8500억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뉘앙스, 의료현장에서 활용되는 음성인식 AI 기술 공급
뉘앙스는 애플 ‘시리’에 음성인식 엔진을 공급한 음성인식 AI 솔루션 분야 글로벌 선도 업체다. 2020년 산업별 매출 비중은 헬스케어 62%, 기타산업 36%으로 헬스케어향 매출 비중이 높으며, 미국 내 병원 77%를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뉘앙스 헬스케어 사업부는 의료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음성인식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진료차트 작성 자동화 솔루션인 DMO(Dragon Medical One)를 시작으로, 영상의학과 문서작성 자동화 솔루션인 파워스크라이브(PowerScribe)360, 차세대 음성인식 AI 문서작성 솔루션 DAX(Dragon Ambient eXperience)를 통해 의료현장에 자동화를 도입했다.
뉘앙스와 MS는 지난 2019년부터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개발을 공유하는 중으로, 뉘앙스는 원격진료에 MS의 화상회의 앱인 팀스를 이용한 바 있다. 두 회사는 의사-환자 간 음성 녹음 기록을 통해 EHR(Electronic Health Record, 전자건강기록) 작성하는 기술을 고도화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뉘앙스의 주력 제품인 DAX, DMO, 파워스크라이브 원(PowerScribe One은 모두 SaaS 기반프로그램으로, MS 애저(Azure)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MS, 의료 시장의 방대한 클라우드 수요 추가 확보 기대
업계에서는 이번 MS의 뉘앙스 인수를 양사에 모두 긍정적인 윈-윈(Win-Win)으로 보고 있다. MS의 경우, 2020년 의료기관용 솔루션인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포 헬스케어(Microsoft Cloud for Healthcare), 코로나19 백신 관리 플랫폼 등을 런칭했고, 올 1월에는 MIT, 하버드, 베릴리(Verily)가 구축한 바이오의학 연구 플랫폼 테라(Terra)에 애저와 AI 기술을 접목하는 등 최근 헬스케어 분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뉘앙스의 음성인식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포 헬스케어 안에서 다양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EHR을 활용한 다양한 개인 건강관리 서비스 출시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뉘앙스가 보유 중인 방대한 데이터와 고객사(의사, 방사선사, 병원)를 흡수할 수 있어 헬스케어향 고객사 및 제품 라인업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다.
대신증권 김한룡 연구원은 “의료기관은 뉘앙스 음성인식 솔루션을 통해 운영 효율성 향상과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차세대 제품 DAX 도입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환자 진료 시간과 대기시간은 도입 전 대비 각각 6분, 9분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하루에 진료 가능한 환자 수는 기존 대비 24%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과거 M&A 추이를 살펴보면, 아마존이 2018년 필팩(PillPack)과 2019년 헬스 네비게이터(Health Navigator)를, 구글이 2017년 세노시스(Senosis)와 2019년 핏빗(Fitbit)을 인수할 때, MS는 헬스케어 관련 M&A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본 인수를 시작으로 추가적인 M&A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뉘앙스의 경우, MS의 AI 및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보다 고도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술 개발 과정에서 시너지 극대화와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으며, 나아가 MS의 글로벌 지배력을 활용한 저변 확대도 용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