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비대면 의료 도입, 디지털 기술 의료분야 접목 등엔 ‘보수적’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와 의료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는 이런 세계적 시장 트렌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디지털 의료 시장의 경우 비대면 원격 의료에 대한 규제 등 국내의 법적, 제도적 환경으로 인해 디지털화가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산업연구원이나 현대경제연구원, KT경제경영연구소 등 관련 연구기관들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세계 디지털 헬스 시장이 2019년 3천500억 달러에서 2024년 6천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는 전년보다 3배 이상의 투자가 헬스와 의료시장에 투입되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비대면 의료에 대한 과도한 경계와 규제, 제도 미비, 의료계 이해 당사자 간의 갈등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기술이 빠르게 발전되거나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 이스라엘 등 디지털 의료기술 활발한 도입

해외의 경우는 이미 원격 의료를 비롯한 의료기술의 디지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초기인 작년 3월에 이른바 ‘코로나19 대응 법안’(CARES Act)을 통해 노인에 대한 의료보험(Medicare) 적용 범위를 원격의료 전반으로 확대한 바 있다. 보수적인 의료보험체제인 미국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발빠른 움직임이다. 이스라엘은 코로나 이후 일부 분야의 원격진료 규정을 크게 완화하고,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의 기술혁신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디지털 플랫폼 차원에서 접근하기도 한다. 즉 한국은 디지털 전환, AI 등 신기술의 폭넓은 발전과 활용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I와 플랫폼 역량 부족으로 ‘디지털 혁신 생태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의료 분야의 디지털화가 더딘 점도 그런 한계때문이라는 의미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ㆍ온라인 수요는 날로 국제적으로 날로 증가하면서 글로벌 데이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한국은 이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특히 AI의 경우 미국 등 주요국이 글로벌 수준의 AI 플랫폼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반면, 한국은 기술수준이 낮고 인재와 창업기반이 약한 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 의료’는 한 국가의 디지털 경쟁력 좌우

디지털 의료 역시 그런 디지털 혁신 생태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마지 못해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과 처방을 허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현행 법제도의 한계도 크게 작용한다. 현행 의료법상 원격의료가 불가하고, 로봇이나 VR, 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나 의료행위에 대한 제도적 장치나 실용화의 경로도 매우 부족하다는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솔루션 업계에선 디지털 의료기술 개발이 활발하긴 하다. 특히 원격의료를 위한 기술과 솔루션도 이미 완비된 상태다. 예를 들어 의료 솔루션 기업인 ‘인성정보’의 경우 국내외 환자, 의료 전문인, 의료 기관을 대상으로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 회사측은 “비디오 API를 본사의 하이케어 허브(HiCare Hub)나, 하이케어M(HiCare M), 하이케어 홈 닥터(HiCare Home Doctor) 등 원격의료 기기에 내장하면 의사들이 PC, 노트북, 모바일 기기의 브라우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환자를 원격 진료할 수 있게 된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이 경우도 국내의 제도적 규제 때문에 싱가포르에 있는 비즈니스 클라우드 통신 기업과 협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 회사가 개발한 하이케어 기기와 솔루션이 언제 실용화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 솔루션 기술 개발 ‘그러나 언제 실용화될지…’

“그러나 이런 원격 및 비대면 의료 솔루션은 단순한 의료기술을 뛰어넘어 디지털 기술혁신으로 국가적 산업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게 인성정보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같은 원격 디지털 의료기술은 국내 IT기술의 수준을 크게 향상시킨다. 예를 들어 환자 중심의 가상 지원 시스템을 응용해 모바일 기기로 환자들에게 음성 또는 텍스트 질문에 응답을 유도, 최신 환자 정보에 지속적인 액세스를 제공하는게 대표적이다. 또한 임상 권고 단계에서 환자 정보를 고려할 수 있는 기능을 영상 장비 내 탑재해 환자 특이 상태에 관한 효과적인 진단과 최상의 치료 프로토콜을 결정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스마트 기기와 mHealth 웨어러블, 애플리케이션, 진단방식의 혁신을 통해 환자 선별 및 진단, 치료 과정을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디지털 의료기업들은 AI 및 데이터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환자 맞춤형 치료법에 대한 내부적 R&D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약물 설계와 개발을 가속화하는 계기도 된다. 나아가선 대량의 사후 분석 데이터 파일 처리를 자동화시켜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고, 사후 분석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이용해 게놈 워크플로우를 간소화할 수도 있다.

디지털 의료는 ‘디지털 기술 발전의 촉매’

그러므로 비대면 의료나 유전자 치료, 로봇 활용 등과 같은 새로운 의료기술의 개발과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공개한 바 있는 심우중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등 연구진은 “특히 개발과 도입에 대한 법적, 제도적, 사회적으로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해서 원천 기술 연구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위생ㆍ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융합화, ‘코로나19’로 인해 위생ㆍ살균 및 바이러스 감염 방지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현신 기술이 공개되는 등 격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절히 대처하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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