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예금 급감하는 ‘디지털 런ㆍ지하자금 극성' 등 우려

최근 한국은행이 사실상 디지털화폐 도입 가능성을 노출한 가운데 금융계 일각에선 부작용과 부정정 영향을 걱정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이달 들어 외주 용역보고서 형태로 디지털화폐 도입 의도를 선명하게 내비친 바 있다.

반면에 금융계 일각에선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부작용도 크다면서 “도입하더라도 다른 선진국의 선례를 봐가며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일반 경제주체 ‘소매 디지털화폐’가 문제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이 은행에 대해서만 디지털화폐를 보급하는 도매 디지털화폐의 경우에는 디지털화폐와 지급준비금간의 전자적 교환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더라도 경제내의 통화총량이나 금융부문에 새로운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일단 전제했다.

연구원은 그러나 일반 경제주체들, 즉 소매 디지털화폐의 경우 자칫 심각하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지적도 곁들였다. 즉 소매 디지털화폐의 경우에는 지급결제의 편의성은 물론 통화정책의 효율성과 금융안정성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사실상 최근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도입 움직임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일단 디지털화폐의 지급결제와 관련하여 편의성과 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익명성’에 의한 부작용을 걱정했다. 즉 분산원장방식 하에서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운영체계가 도입될 경우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으나 불법거래나 지하경제 자금 유통이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전자적 형태의 지급수단을 다양하게 도입하고 있는 민간부문의 은행 인터넷뱅킹이나 전자지급 및 송금업무 등을 담당하는 전자금융업자와의 경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화폐 금리에 은행 예금금리도 영향

또 신속한 유동성 공급이나 이를 통한 통화승수효과와 같은 통화정책의 효과가 커질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화폐에 대해 지급하는 금리는 기준금리에서 디지털화폐 유통에 따른 편의성을 차감한 수준에서 결정되는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즉, 은행 예금금리가 가장 낮고, 그 뒤를 이어 단기시장금리, 기준금리, 디지털화폐금리 순으로 금리체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디지털화폐에 부과된 ‘무위험 금리’수준에 따라 은행 예금금리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장기 시장금리 및 은행대출금리, 나아가선 실물경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시 말해 양(+)의 금리가 부여된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무위험 금융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금리수준이나 경제주체들의 안전자산 선호 등에 따라 은행 예금중 일부가 디지털화폐로 대체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 경우 은행의 신용창출을 통한 통화정책 파급경로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은행의 중개기능에도 부정적 영향

디지털화폐는 또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및 금융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예금의 일부가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로 전환될 경우 민간의 은행예금은 감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고 대출여력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은행의 금융중개기능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다.

보고서는 “특히 금융불안 등 위험회피성향이 큰 상황에서는 이러한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지면서 은행예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이른바 ‘디지털 런(digital run)’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럴 경우 은행이 이에 대응하여 R/P나 콜차입과 같은 단기시장성 수신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 간 상호 연계성이 커지게 되므로 만약에 외부의 또다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클 것이란 지적이다.

물론 은행의 자금이 이처럼 감소할 경우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조작, 즉 국공채를 매입하거나 은행에 대한 대출을 늘려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확대되므로 통화정책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디지털화폐에 대한 민간 경제주체들의 수요가 클수록, 이에 따른 은행 예금기반도 감소 내지 축소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또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블록체인 등으로 인해 사이버 공격에도 취약할 수 있고, 결제시스템의 안전성이 침해당하는 일이 생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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