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가 ‘윈도우 버추얼 데스크톱’ 베타를 공개하면서 혹자는 ‘데스크톱의 종말’이라고 했다. 현실에선 없지만 실제 컴퓨터 환경과 똑같은 ‘가상 컴퓨터 환경’이 널리 쓰이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런 환경에선 자판기와 마우스, 모니터만 있으면 된다. 책상 위 컴퓨터가 필요없고, 중앙 데이터센터에 있는 서버를 수많은 사용자들이 ‘내 PC’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그 의미는 ‘데스크톱’ 너머로 확장될 수도 있다. 진공관 컴퓨터 애니악에서 시작되어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번성했던 시대, 곧 3차산업혁명이 진정한 종언을 고한 것이라고나 할까.
이 즈음 물리적인 ‘내 PC’의 윈도우 운영체제는 클라우드 기반 윈도우를 빌려쓰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애먼글먼 내집 마련에 매달리기보단, 맘 편히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것과도 같다. ‘윈도우 버추얼 데스크톱’은 그런 점에서 버추얼하되, 극히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버전이다. 이는 기존의 ‘내 PC’ 이상의 옵션을 갖추고 있다. 명실공히 DaaS 답다고 할까. 윈도우 10 엔터프라이즈와 오피스 365,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시큐리티, 클라우드 기반의 MS 365 엔터프라이즈 등 갖출 건 다 갖추었다. 가재도구와 생활편의시설 일체가 구비되어 몸만 입주하면 되는 공공주택을 연상하면 된다.
클라우드 기술은 이런 기류를 더욱 부추기며, ‘신공유경제’ 세상을 앞당기고 있다. 이미 소비자들은 언젠가는 쓰고 버려야 할 ‘오피스 2019’를 구태여 사려하지 않는다. 대신에 ‘오피스 365’를 그저 빌려서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윈도우를 살 이유가 없다. 구글의 ‘스타디아’ 게임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보듯, PC에서 클라우드로 옮겨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왔다. 간혹 PC에서 데이터나 문서를 생성한다고 해도, 그 기반이 되는 매뉴얼은 역시 클라우드 방식이다. 크롬 OS나 윈도우 라이트를 실행하는 스마트 터미널에서 클라우드 앱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사용 환경이 변하고 있다.
이젠 분명해졌다. 3차산업혁명에나 걸맞은 ‘순수한 실물’과 소프트웨어를 고집했다간 뒤처지고 마는 세상이 온 것이다. 기왕의 실물자산이 디지털 자산과 결합하고,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이 가해지면서 파괴적 혁신을 창출하는 것이다. 조금 비약하자면, ‘가상 컴퓨터 환경’은 그런 유토피아적 현실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윈도우 7과 10, 오피스 365 프로플러스 앱, 그리고 서드파티 앱까지 애저 기반 가상머신으로 가상화하듯,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해체된 미래가 온 것이다. 다차원적 결합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며, 다양하고 이질적인 엣지의 화학적 섞임에 의한 ‘융합’의 실천이라고 하겠다.
오프라인의 관성으로 보면 컴퓨터 화면은 허망한 잔상일 수도 있다. 그림과 영상으로 온갖 스릴과 서스펜스가 펼쳐진들, 기계 전원을 끄는 순간 모든게 사라지고 만다. 이런 컴퓨터 환경에서 우리는 ‘컴퓨터’라는 눈 앞의 존재를 별도 대상으로 지각해왔다. PC본체, 모니터, 그것과 분리된 키보드, 그 형상은 인간과 기술이라는 주객의 분리를 상징하는 것과 같았다. 좀 어려운 말로 인간 ‘실존’과는 거리가 먼 인지 대상일 뿐이었다. 지금까지의 그런 모습들이 이제 달라지고 있다.
그런 비실존적 인간 소외의 공식을 경계한 것이 이른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고,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HCI)이다. 그것과 끈이 닿는 것이 또한 VDI나 DaaS의 가상 컴퓨터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을 컴퓨터가 발생시키는 가상 현실로 끌고 들어간다고만 할 수 없다. 가상의 ‘실재’로 한 발 물러서서 보이지 않게, 현실보다 더욱 현실같은 삶을 견인한다. 그래서 이는 우리가 아직 가보지 않은 세계로 인도한 가상의 이정표라고 하겠다. 또한 미래를 선점한 열린 문명의 서사라고 할 수 있다. 하긴 지금이 바로 그 미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