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전쟁속의 인수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한,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매각 시한은 다음 달 15일이다. 한 달이 남았다.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느냐에 따라 전 세계 IT 기업의 판도도 바뀔 수 있다.
콘텐츠 공유앱 틱톡
틱톡은 15초에서 1분 사이의 짧은 동영상 콘텐츠 공유 앱이다. 이용자들은 수십 초짜리 동영상을 찍어 음악을 깔고 다른 이들에게 공유한다. 사업 형태는 간단하다.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회사 바이트댄스는 2012년 설립됐지만, 틱톡은 2016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이트댄스는 콘텐츠 시장의 미래는 '숏폼'이라 판단하고 틱톡을 출시했다고 한타. 2016년 내놓은 ‘15초 동영상’ 제작 공유 앱 틱톡은 1020세대가 선호하는 짧은 동영상에 스토리를 입히는 전략으로 급성장했다. 틱톡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추천방식을 통해 이용자들을 전 세계에서 끌어모았다.
바이트댄스는 중국 업체지만,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했다. 틱톡의 출시부터 중국 내수용(더우인)과 글로벌용(틱톡) 제품을 이름을 달리해 내놓았다. 틱톡은 2017년 11월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영상 공유 앱 '뮤지컬리'를 합병하며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틱톡은 지금 콘텐츠 업계의 미래라 불리는 숏폼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업체다. 세계 150여 개국에서 75개 언어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공유되며 가입자 10억 명 중 1억6500만 명이 미국인이다. 지난해 기준 틱톡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5억 회. 일일 이용자 수는 무려 8억 명에 달한다. 추산 시가총액은 500억 달러로, 전 세계 비상장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기업가치가 크다.
중국기업 틱톡
이를테면 위챗이 1세대 벤처 텐센트가 운영하는 중국판 카카오톡이라면 틱톡은 2세대의 대표 주자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주목받기는 했지만 틱톡에 브레이크가 걸린 건, 사실 지난 6월 벌어진 인도와 중국 간 국경 분쟁 때 부터다. 인도의 틱톡 이용자는 5억 명가량으로, 세계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국경분쟁을 계기로 인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틱톡 금지 목소리가 높아졌고, 인도 정부는 지난달 틱톡 등 중국 앱 59개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틱톡은 세계 최대 시장을 잃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을 소위 '스파이 앱'으로 규정하며 사용 금지를 하겠다고 압박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모든 미국인 및 미국 기업과 틱톡의 거래를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연방공무원의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틱톡 거래금지 행정명령에는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틱톡 다운 금지와 광고 행위 금지 등이 포함됐다. 이미 설치된 앱도 애플과 구글이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시장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인 바이트댄스는 결국 미국 사업 부문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을 통째로 잃느니,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틱톡의 북미 사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제동을 걸었다가 다시 수익 일부를 정부에 내는 조건으로 인수에 동의한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것은 틱톡에 우호적인 젊은층 유권자들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틱톡 인수전
틱톡의 인수 후보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트위터다. MS는 틱톡의 북미 지역만이 아니라 유럽, 인도 등 해외 사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선 MS의 인수 가능성을 유력하게 본다. 인수자금으로 보면 트위터가 아무래도 MS에 비해 불리하다. 인수 자금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다. 틱톡의 미국 사업부 인수 비용은 트위터의 시가총액(약 291억달러)보다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말 기준 트위터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8억달러로, MS가 보유한 1360억달러의 6%에도 미치지 못한다. 트위터는 지난 2분기 12억달러의 순손실을 내는 등 적자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트위터는 사모편드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트위터는 틱톡의 미국 사업부만 인수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가 틱톡을 인수할 경우 사업 구조 변화가 가능하다. 트위터는 짧은 메시지에 특화한 소셜미디어다. 틱톡은 15초 이내의 짧은 동영상 공유에 특화돼 있다. 따라서 이 둘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의 결과
유탄을 우려하는 미국 기업들도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이 그렇다. 중국 내 여론조사에서 위챗 앱을 애플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지 못하면 아이폰 대신 다른 스마트폰을 사겠다는 응답이 90%가 넘었다. 틱톡을 탑재하지 못하게 되면 중국시장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미국이 틱톡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식적인 이유는 ‘국가안보’문제다. 중국 기업은 대부분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데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일수록 국가안보가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사실 틱톡이 최소 15개월이상 구글 안드로이드 이용자로부터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보도도 있었다. 테스트 결과, 틱톡이 최소 15개월 이상 고유 식별정보인 맥 주소(MAC Address)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맥주소는 인터넷이 가능한 기기별로 부여되는 고유 식별 정보로 기기를 교체하기 전까지는 주소를 바꾸거나 초기화할 수 없다.
반면 중국은 미국 정부가 자국 IT 기업에 대한 견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화웨이의 5G 시장 점유를 견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반발하고는 있지만 큰 소리를 낼 처지는 못된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는 방화벽을 쳐 중국인들의 페이스북, 유튜브 접속을 막고 있다. 미국네 대해서 뭘 강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앞서 미국은 자국은 물론 우방국이 화웨이 제품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화웨이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5G 기술의 세계적인 기업이다. 결국 틱톡이나 화웨이나 제재 사태의 본질은 같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갈등의 결과다. 미국과 중국은 지금 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