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칩 공개, 새 모바일 운영체제도 발표
애플이 연말부터 생산하는 맥 컴퓨터에 인텔 대신 자사 칩을 채택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15년간 인텔이 만든 칩을 사용해 온 애플의 인텔 의존도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인텔의 결별
애플이 드디어 인텔과 헤어진다. 애플은 22일 오전(이하 미국 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WWDC 2020 기조연설을 통해 올 연말 출시될 맥부터 자체 설계한 칩을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자체 설계한 칩을 올 연말 출시할 맥에 탑재하고 2년 안에 모든 제품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칩 명칭은 ‘애플 실리콘’으로 정했다. 애플 실리콘의 특징은 저전력·고성능이다. 애플이 인텔 프로세서를 버리고 자체 프로세서를 투입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력 효율성이다. 애플이 파워PC 칩에서 인텔로 바꿀 때 내세웠던 이유와 같다. 그러나 전력 효율성 이외에도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아이폰을 개발하면서 만든 신경망 가속 기능인 뉴럴엔진, 아이패드의 고해상도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강화한 그래픽칩셋을 온전히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애플은 자체 설계한 칩을 적용해 인텔(프로세서)이나 AMD(그래픽칩셋) 등 다른 제조사의 스케줄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애플에 따르면 모든 애플 기본 앱은 애플 칩이 탑재된 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다.
예정된 이별
애플과 인텔의 이별은 오래전부터 돌았던 얘기였다. 오늘 발표이전 이미 주요 외신들은 애플의 인텔 이탈을 이미 기정사실로 보고 있었다. 최신 맥 운영체제(OS)인 ‘빅 서(Big Sur)’도 함께 공개했다. 애플은 기존 인텔 프로세서용으로 개발된 개발된 각종 앱을 애플 칩에서 구동할 수 있는 번역기'인 '로제타 2'(Rosetta 2)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의 주요 프로그램을 자체 칩에 맞게 변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애플은 개발자들이 애플 칩 탑재 맥용 소프트웨어를 미리 개발할 수 있는 '개발자 전환 킷'(DTK)도 이번 주부터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기는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된 A12Z 프로세서와 16GB 메모리, 512GB SSD와 맥OS 빅서(11.0) 베타 버전을 탑재했다.
자체 칩 탑재 맥은 올 연말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이 탑재될 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주요 외신들은 맥북프로와 아이맥을 후보로 꼽았다. 또 애플은 앞으로 2년 안에 모든 인텔 라인업을 정리하고 자체 칩으로 옮겨가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
애플과 인텔의 결별로 삼성전자에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의 애플 CPU 점유율 하락은 삼성전자가 다시 1위를 탈환할 수 있는 기회란 관측이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처음으로 인텔을 꺾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다시 인텔에 선두자리를 뺏긴바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거둔 매출은 512억9100만 달러로 2018년 737억800만 달러 대비 29.2% 줄었다. 매출 1위 자리도 677억달러의 인텔에 내줬다. 물론 맥 PC에 들어가는 칩은 인텔의 연간 매출에서 5% 미만에 불과해서 인텔에 큰 타격이 있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파운드리(칩 위탁생산) 사업의 경우 역시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직접 설계한 ARM 기반의 새로운 맥 PC용 칩을 대만 TSMC에 맡길 계획이다. 맥 PC용 칩이 인텔의 연간 매출에서 약 5%를 차지한다는 점을 봤을 때, 맥 PC 칩의 규모는 약 33억87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만약 애플 PC칩 물량을 TSMC가 모두 수주한다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삼성전자로서는 아픈 일이다. 다만 애플이 모든 물량을 한 기업에 몰아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삼성 파운드리 매출 역시 증가할 수도 있다.
모바일 운영체제도 공개
애플은 새 모바일 운영체제 iOS 14도 발표했다. 애플의 새 아이폰 운영체제 'iOS 14'는 새로운 기능들을 대거 담으며,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디자인과 성능이 대폭 개선됐고, 사용자 선택권을 높이며 편의성도 나아졌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도 대거 가미했다. iOS 14에는 우선 ‘위젯' 기능이 추가됐다. 애플은 ‘위젯’을 메인 홈 스크린에 추가해 앱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위젯이란 사용자가 바탕화면 상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날씨, 달력, 계산기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만을 모아 놓은 미니 도구 모음이다. 음성 비서 시리(Siri)는 음성 인식 기능을 강화해 장문의 메시지도 받아쓰기가 가능해졌다. 또 한국어를 포함한 11개 언어 번역을 제공하는 번역 앱도 추가했다. 하지만 상당수 기능이 이미 안드로이드에서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젯 등 상당수 기능은 이미 구글 OS 안드로이드에도 있다. 사실 이번에 애플이 새롭게 추가한 위젯, 번역앱, 앱클립, 앱 라이브러리, 자전거 길 찾기, 화면 속 화면 등의 기능은 이미 안드로이드에 있다. 안드로이드에 없는 새로운 기능으로는 ‘자동차 열쇠’기능, 에어팟 관리 기능 정도다. iOS14는 아이폰6S 이상의 기종부터 적용된다. 일반 이용자를 위한 퍼블릭 베타 버전은 7월부터 제공된다. 정식 버전은 올 가을 출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