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에 ''발행·자본·회계 요건 등 명확히 규정'
금융권과 핀테크, 안정성 확보와 초기 비용 부담 놓고 고민
IT·핀테크 기업, 블록체인 기반 실증 준비…기술 요건 충족이 시장 성장 관건

스테이블 코인 이미지.(사진:미드저니)
스테이블 코인 이미지.(사진:미드저니)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국회가 이번 달 가상자산기본법을 발의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인가 기준을 법안에 포함할 예정이다. 법안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강화하면서 발행 주체, 최소 자본 요건, 지급준비금, 회계 투명성 등 기술 요건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발의가 임박한 가운데, 국회와 금융당국, 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명확한 규제 틀 안에서 운영될 수 있지만, 기업 참여 가능성과 기술 요건 논의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업계에서는 “법안이 나오면 사업 방향이 분명해지겠지만, 초기 비용과 규제 부담이 현실적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국회에서는 민주당 민병덕·이강일 의원이 ‘글로벌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과세 체계’ 토론회를 열고, 발행·유통·회계·과세를 아우르는 종합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규제 틀, 시장 신뢰 확보의 첫걸음

국회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명확히 하고, 시장 신뢰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발의를 준비 중인 상임위 관계자는 “법안의 핵심은 투자자 보호와 발행 주체, 요건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 초안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금융당국 인가를 받아야 하고, 최소 자본 요건, 지급준비금, 회계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기존 가상자산법과 달리 실제 가치와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한 장치다.

발행 주체 범위도 은행과 기업 등 다양한 참여를 허용해 시장 구조를 설계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일부 의원은 “법안 발의로 시장이 성숙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다른 의원은 “발행 요건이 높으면 신규 기업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안정성 확보에 촉각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법안 자체에는 긍정적이지만, 발행 요건과 관리 체계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자산 담보와 내부 관리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비은행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외환 유출 위험이 있다며,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한정하고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핀테크 기업도 참여할 기회가 생기지만, 은행 중심 구조가 되면 혁신 기업이 배제될 수 있다”고 했다.

은행과 핀테크 업계도 발행 주체와 요건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연구와 시범 사업을 진행하며, 법안이 구체화되면 상용화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핀테크 기업은 초기 자본 요건과 운영 규제가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금융권은 지급준비금, 자산 운용, 회계 투명성, 외부 감사 등 위험 관리 체계가 투자자 신뢰 확보에 결정적이라고 강조한다.

기술 요건과 기업 참여가 시장 확대 열쇠

법안에 기술 요건과 기업 참여 가능성이 얼마나 반영될지도 관심사다. 국내 IT·핀테크 기업은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 보안 체계를 갖추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운영 준비를 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발행·유통·결제·환전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 실증 시범을 진행하며, 거래 진위 증명과 KYC 연동 등 기술 과제를 점검 중이다.

하지만 법안에서 요구하는 자본과 기술 수준을 기업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블록체인 진흥주간 X 웹 3.0 컨퍼런스’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기반 자산과 공존하며 한국 경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틀이 명확해지면 신규 기업 참여 기회가 생기지만, 초기 비용과 리스크 부담이 크면 대기업 중심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도 “법적 틀이 마련되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지만, 초기 부담이 크면 일부 대기업 위주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사례에서도 안정성과 규제를 갖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 신뢰를 얻었다.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등에서는 외환·AML 규제를 준수하면서 QR 결제 연동과 CBDC-스테이블코인 연동 시험을 통해 실증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내 시장 역시 발행 주체와 기술 요건 반영 방식에 따라 구조가 달라질 전망이다.

김 위원은 “국내 은행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기 어렵다. 민관 컨소시엄 협력이 필요하며, 네이버·두나무 연합이 그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결제 수단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경제 확장성을 높이는 전략 자산”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무역 결제와 자산 결제 효율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달 발의될 가상자산기본법은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법안이다. 국회와 금융당국, 업계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발행 요건과 기술 기준을 어떻게 조율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발행 주체와 요건, 규제 준수 방식에 따라 시장 구조가 달라질 수 있어, 업계와 투자자는 앞으로의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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