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바이스 LLM·멀티 에이전트·문서 AI로 산업과 제품 전반 확산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삼성이 ‘삼성 AI 포럼 2025’에서 AI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행사에서 회사는 생성AI를 기반으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문제를 풀어가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차세대 핵심 기술로 내세웠다. 단순히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수준을 넘어서, 산업과 일상 곳곳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AI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전경훈 삼성전자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AI가 더 이상 단순한 도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여러 AI가 협력하는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과 기기 안에서 직접 학습과 추론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앞으로 AI 발전을 이끌 핵심 축으로 짚었다.
에이전틱 AI로 향하는 기술 변화
삼성이 강조한 에이전틱 AI는 입력에 맞춰 결과를 내놓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 목표를 스스로 세우고,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아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소개됐다.
전 사장은 특히 여러 AI가 동시에 작동하며 협력할 수 있어야 하고, 외부 도구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AI가 단순한 보조가 아니라 독립적인 주체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술은 산업 현장에서 먼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은 반도체 분야를 사례로 들며, 회로 설계와 검증, 생산 과정에서 AI를 적용하면 효율과 품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DS부문은 이미 설계 과정을 자동화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AI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복잡한 절차를 줄이고 오류를 최소화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생활과 업무로 번지는 AI
AI는 소비자 기기에도 점점 더 깊이 들어오고 있다. 삼성은 스마트폰과 TV 등 주요 제품에 온디바이스 LLM을 적용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온디바이스 AI는 기기 자체에서 연산을 처리하기 때문에 응답 속도가 빠르고, 서버 연결 없이도 작동해 보안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삼성은 이런 특성이 소비자 신뢰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무 환경에서는 문서 AI가 주목됐다. 대량의 자료를 자동으로 정리하고 요약해 주는 기술로, 반복적인 작업을 줄여 직원들이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연구진이 그린 AI 청사진
포럼 무대에는 해외 대학 연구자들도 올랐다. UC버클리, 애리조나주립대, 스탠포드, 몬트리올대 교수들이 참여해 대규모 추론 모델(LRM), 확산 언어 모델(DLM), 슬립타임 컴퓨트 등 최신 연구를 발표했다.
삼성은 학계와의 협력을 통해 산업계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과 일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글로벌 AI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의지다.
전 사장은 “AI가 사람의 파트너로 자리 잡을 때 산업과 사회 전반이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삼성의 기술 전략을 넘어, 차세대 AI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지를 보여주는 장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