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 얇은 디자인 불구, 용량과 수명 그대로 유지 가능
흑연 음극이 ‘실리콘-탄소’ 음극으로 바뀌어 ‘효율’ 극대화
중국 업체들 대거 장착, 애플과 삼성도 신 모델에 채택
[애플경제 이지향 기자] 얇은 두께의 디자인이 휴대폰의 또 다른 경쟁요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이 얇을수록 배터리 수명도 짧다. 최근엔 ‘실리콘-카본’ 양극 배터리가 이런 경쟁력의 키워드로 등장하면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두께가 얇은 휴대폰에 장착할 만한 수명이 길고 견고한 배터리를 고민해왔다. 그래서 실리콘-카본 배터리 기술이 그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래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리튬 이온은 휴대폰 사용 중 방전될 때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한다. 기기를 충전하면 이 이온이 음극에서 다시 양극으로,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양극은 흔히 흑연으로 만들어졌다. 이에 비해 실리콘-탄소 배터리는 여전히 리튬 이온 배터리이지만, 종전 흑연 음극이 ‘실리콘-탄소’ 음극으로 바뀐 점이 다르다.
이 기술은 날로 주목받고 있다. 그간 수십 년 동안 연구되어 왔으며 이미 주요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애플이 이번 주에 아이폰 17 에어를 출시할 예정인데, 두께가 불과 5.5mm에 불과해 “역대 가장 얇은 아이폰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신 아이폰에서 기대하는 배터리 수명에 근접하거나 그에 맞먹는 성능을 보장하기 위해 실리콘-탄소 배터리를 사용했다.
휴대폰 두께가 얇아지는 것은 애플 뿐 아니다. 이미 대부분의 휴대폰 두께는 8~9mm다. 삼성 갤럭시 S25 울트라는 8.2mm, 아이폰 16 프로 맥스는 8.25mm, 구글 픽셀 10 프로 XL은 8.5mm다.
특히 중국 휴대폰 브랜드 샤오미와 아너도 최근 자사 휴대폰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중국 원플러스는 원플러스 13에, 심지어 너싱(Nothing)도 새로운 폰에 이 기술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이 기술은 폼팩터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 폴더블 폰은 더 얇은 디자인을, 캔디바 폰은 더 큰 배터리 용량을 과시한다. 이처럼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밀리미터 단위로 두께를 줄여왔고, 2025년에는 초슬림 기기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삼성도 대표적이다. 삼성은 이미 지난 봄 5.8mm에 불과한 갤럭시 S25 엣지를 출시했다. 더 최근 출시된 갤럭시 Z 폴드7은 펼쳤을 때 4.2mm라는 놀라운 두께를 자랑한다. 3단 접이식 휴대폰인 화웨이의 메이트 XT 얼티밋 역시 펼쳤을 때 3.6mm로 갤럭시 S25 엣지를 능가한다. ‘테크노’(Tecno)와 같은 소규모 브랜드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MWC 2025’에서 초박형 스마트폰을 티저로 공개한 후, 5.93mm 두께의 휴대폰을 발표했다.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얇은 두께를 특징으로 삼은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2010년대 초반에도 같은 업체들이 비슷한 경쟁을 벌였다. 2012년 9월 애플 행사에서 아이폰 5에 대한 첫 언급은 “지금까지 출시된 가장 얇은 휴대폰”이었고, 7.6mm 두께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이라고까지 불렀다. 그 후 더 얇은 스마트폰, 즉 2014년 중국의 오포(Oppo) R5는 4.85mm에 달했다.
2025년 현재 가장 얇은 휴대폰과 이를 위한 실리콘-탄소 배터리 두께를 보면 화웨이 메이트 XT 얼티밋이 3.6mm, 아너 매직 V5가 4.1mm, 삼성 갤럭시 Z Fold7가 4.2mm를 기록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아이폰 17 Air 5.5mm, 삼성 갤럭시 S25 엣지 5.8mm, 테크노 스파크 슬림 5.93mm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얇은 두께 경쟁 속에서 화웨이, 아너 등 실리콘-탄소 배터리를 사용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아이폰 17 Air에도 실리콘-카본 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무게 기준으로 약 10배 많은 리튬 이온을 저장할 수 있다. 현재 실리콘 배터리 분야에선 ‘그룹14’, 에노빅스, 실라 나노테크놀로지스, 넥세온 등이 대표적이다.
흑연 음극은 일반적인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배터리 설계에 따라선 약 60% 정도로 알려져있다. 이에 비해 실리콘 음극은 배터리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더 적어 양극을 확장,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그룹14’나 ‘실라’ 등의 회사는 직접 배터리를 생산하진 않는다. 대신에 분말 형태의 실리콘 음극을 다시 스마트폰과 노트북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ATL과 같은 배터리 제조업체로 보낸다. ATL과 같은 회사는 흑연 분말을 실리콘-탄소 혼합물로 교체,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이에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중국 원플러스13처럼 스마트폰 두께는 이전과 거의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그러면 배터리 사용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또 배터리 용량이 더 이상 커질 필요가 없으므로 이전 모델과 거의 동일한 에너지 용량을 유지하는 것이다. 공간 절약을 통해 휴대폰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중국의 아너, 원플러스, 너싱 등의 제조업체들은 최신 ‘캔디 바’형 휴대폰에 실리콘-탄소 소재를 사용한다. 이런 기기는 대부분 표준 두께를 유지하면서 배터리 용량이 증가한 경우다. 예를 들어 원플러스13은 이전 모델보다 용량이 더 큰 6,000mAh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얇아졌지만, 두께는 8.5mm로 대부분의 기존 휴대폰과 비슷하다.
이에 비해 애플 아이폰 17 에어의 배터리 용량은 약 2,900mAh다. 특히 6.6인치 화면 크기에서 이전 아이폰 모델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애플은 배터리 수명을 다른 아이폰과 유사하게 유지하기 위해 절전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올해 초 아이폰 16e에 처음 적용된 애플의 더욱 효율적인 C1 모뎀이 포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