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컨퍼런스 ‘냇콘’에서 ‘실리콘밸리’ 공격과 함께 ‘성전’ 촉구
“AI개발자들은 인간과 국가에 대한 배신자, 배교자, 아이들에게 위협”
“빅테크, 대량 실업, 공산주의 획책, 인간을 초지능 ‘시동 버튼’ 취급”
‘여성화된 트랜스휴머니스트’로 묘사, “빅테크와 AI 타파가 지상과제”

MAGA 이미지. (출처=펙셀)
MAGA 이미지. (출처=펙셀)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이른바 마가(MAGA)를 중심을 한 미국 우파 내지 극우가 빅테크와 AI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들은 빅테크와 AI야말로 “대량실업을 유도하고 공산주의와 자유주의를 동시에 계획하며, 여성화된 트랜스휴머니스트”라고 맹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MAGA 중심의 맹목적 극우 이데올로기가 교조적 신념을 바탕으로 현대 기술문명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는 최근 열린 세계 최대의 극우 컨퍼런스인 ‘냇콘’(Natcon)에서 소위 ‘성전’을 선언했다.

더 버지, 엑시오스, WSJ 등에 따르면 이들은 ‘냇콘’에서 AI 개발자들은 ‘배교자’로, 빅테크 CEO들은 결코 믿지 못할 자들로서 서구 문명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특히 이날 MAGA 우파들은 패널리스트로 등장한 빅테크 임원과 관계자들에 대해 거의 폭력에 가까운 저주를 섞어가며 공격을 퍼부었다.

극우 스티브 배넌 “실리콘밸리, 자폐 장애자들 투성이”

대표적인 ‘MAGA’ 핵심 인사이자, 뉴멕시코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제프리 밀러가 대표적이었다. 그는 이른바 ‘문화 전쟁 패널 토론’에서 패널리스트 중 한 명인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AI 사업 총책임자인 샤얌 상카르를 질책하기 시작했다.

그는 “AI 산업은 국가적 보수주의와 이념적으로 적대적”이라고 했다. 특히 AI개발자들을 “인간에 대한 배신자, 국가에 대한 반역자, 신앙에 대한 배교자, 아이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로 규정하고, 말 그대로 ‘성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팔란티어의 상카르를 저격하며 “AI 산업은 전반적으로 세계주의적이고, 세속적이며, 자유주의적이고, 여성화된 트랜스휴머니스트”라며 “그들은 대량 실업을 원하고, 기본소득 기반의 공산주의를 계획하며, 인간을 인공지능 초지능의 생물학적 ‘부트로더’(시동 버튼)로 여긴다”고 비난했다.

이에 팔란티어의 상카르는 내셔널콘(NatCon) 용어를 적절히 활용하여 차분하게 변호에 나섰다. 그는 “실리콘 밸리의 세속적인 문화가 그들의 마음속에 ‘신처럼 생긴 구멍’을 인공지능(AGI)에 대한 믿음으로 채웠다”며 자못 종교적 해석을 가하며 무마에 나섰다.

그러나 ‘냇콘’이 끝나기까지 아무도 상카르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 대표적인 ‘마가’ 진영의 극우 인물인 스티브 배넌은 폐회사에서 “인공지능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건 곧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단점이다. 그리고 실리콘 밸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자들로 채워져있다. 그들이 미국에 그렇게 헌신적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고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또 “네트워크 시스템에 대해 떠드는 이상한 사람들, 즉 ‘우리는 네트워크지 국가가 아니다’라고 떠드는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그들이 미국 국민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그런 연설에 관중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극우 MAGA 추종자들은 AI개발자를 저주하기도 한다. (출처=펙셀)
극우 MAGA 추종자들은 AI개발자를 저주하기도 한다. (출처=펙셀)

트럼프 측근, 전직 백악관 인사들도 ‘냇콘’ 대거 참가

‘냇콘’ 행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우파의 본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이 행사는 특히 ‘기술이 서구 문명에 가하는 실존적 위협’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우파’와 ‘MAGA 포퓰리스트’들은 트럼프를 백악관에 입성시키기 위해 잠시 연합했다. 하지만 최근 그들의 연합이 깨지면서 ‘냇콘’에 여러 번 참석했던 J.D. 밴스 부통령이 그들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려 했다. 그러나 올해 ‘냇콘’에선 기술과 빅테크, AI에 대한 ‘마가’ 진영의 맹공이 퍼부어지면서, 더 이상 양측은 연합이 불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이번 컨퍼런스 패널의 거의 절반은 ‘기술’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기술은 학교에서 아이들의 두뇌를 위축시키고, 대학에서 비판적 사고를 파괴하고 있다.”거나 “기술은 미국 경제를 약화시키고, 국방과 국제적 지배력을 약화시키며, 유대-기독교 신앙을 공격하고 인류를 파괴한다”는 식의 비난고 저주가 쏟아졌다. 일부에선 또 “AI 개발이 더 진행될수록 ‘문명적 자살’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빅테크와 AI에 대한 그들의 적대감은 매우 다양했다. 일부는 “AI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올바르게 활용한다면 사회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보단 많은 사람들이 기술 산업에 대해 깊고도 뿌리 깊은 적개심과 의심을 표명했다.

중국의 AI 지배 위협조차도 그런 반 기술적 ‘마가’ 추종자들을 흔들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게이트와 같은 프로젝트에 자금 지원을 승인했다는 사실에도 그들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역시 현장을 취재한 ‘기즈모도’에 의하면 반기술 시민단체인 ‘패밀리 퍼스트 테크놀로지 이니셔티브’(Family First Technology Initiative)의 마이클 토스카노 이사는 이날 강연에서 “정부가 AI 가속화에 대해 내세우는 논리는 매우 명확하다. 즉 ‘중국을 이기고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개하며, “그러나 그 메시지는 황량한 삶을 초래하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을 이기려면 ‘모든 것을 기꺼이 포기’해야만 후손들의 행복한 미래가 보장된다”고까지 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위법 행위도 ‘빌미’

빅테크 공격엔 스티브 배넌을 위시해 조시 홀리, 마이크 벤츠 등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까지 가세했다. 심지어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조차 빅테크를 공격했다. 이들 중엔 “‘검열’을 하는 기술 기업들이 과학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트럼프 백악관에서 AI 및 신기술 담당 수석 정책 고문을 지낸 딘 볼은 “이런 적대감이 극우 진영에서 수년간 끓어오르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랫동안 옳았다고 생각했던 감정, 즉 기술 업계가 보수주의자들과 공모하여 보수적인 사상을 ‘침묵’시키고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 빌미가 된 빅테크 기업들의 위법 행위 일부를 나열했다. 즉 알고리즘 차단, 트위터 금지, 가짜 정보로 판명되는 콘텐츠 등이다.

물론 빅테크 역시 우파 내지 극우 진영의 이런 적개심과 경계심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 중독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챗봇은 ‘가족 가치’에 대한 우파의 ‘공황’을 직접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해킹과 유전자 변형은 기독교 자연 법칙에 대한 직접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술이 인간성을 직접 향상시킬 것’이라고 인식되는 트랜스휴머니즘도 신의 창조물에 대한 모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보수주의는 인간의 존엄성과 번영에 관한 것”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어떤 정의에 따르더라도, “트랜스휴머니즘 보수주의자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AI 코딩 화면. (출처=픽사베이)
AI 코딩 화면. (출처=픽사베이)

앞서 딘 볼은 “우파의 AI에 대한 반감이 너무 깊다보니, 한때 진정한 (우파의) 이념적 동맹으로 여겼던 일론 머스크를 영구적으로 추방했다”고도 했다.

비록 보수적인 사람이라도 언어 모델을 사용한다면, (머스크의) 그록(Grok)을 신뢰하며 사용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최근 머스크가 그록(Grok) xAI의 생성형 AI 포르노 기능을 공개하고 ‘헨타이 섹스 봇’이란 걸 내놓으면서 우파가 등을 돌렸다. 또 ‘불임’ 문제 해결에 대한 그의 극도로 非기독교적인 입장 또한 상황을 악화시켰다.

극우, 적대 진영인 노조와도 흡사한 목소리?

소위 ‘적의 적은 아군’이란 논리도 통한다. AI에 대한 극우진영의 적대감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이 적대시했던 노동조합과 흡사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본래 노동조합들은 기술 변화에 맞서 싸워 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렇다보니 “트럼프가 우파와 노조를 하나로 모으는 데 성공한다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란 기대도 낳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우파임을 강조하는 딘 볼은 “빅테크에 대한 의구심이 이런 (냇콘의) 적대적인 언어로는 극복될 수 없다”고 했다. 그 보단 “아이들을 위해 챗봇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기술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합리적인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게 아니라, 사실상 기술과 기술자들을 상대로 일종의 ‘종교 전쟁’을 벌이는 것이 목표라면, 그 어떤 토론과 논의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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