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제부터 자산보관까지…한국형 스테이블코인 제도 밑그림 나왔다
이용자 보호와 시장 신뢰 확보가 핵심 과제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정부가 본격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기술이나 개별 사업자 중심으로 논의가 흘렀다면, 이제는 발행 구조, 자산 보관, 상환 책임 등 전반적인 틀을 갖추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인가제를 중심으로 한 규제 체계부터 해외 발행 코인의 유통 기준, 법제 간 정합성 문제까지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현장 발표자로 나선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제는 이용자 보호와 시스템 리스크를 함께 고려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행 자격부터 자산 보관까지, 기본 요건 윤곽
토론회에서 가장 먼저 제안된 건 ‘인가제’다.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사전에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일정 수준의 자본금과 내부 통제 체계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황 연구위원은 “발행 요건의 현실성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누가 발행할 수 있을지도 쟁점이다. 은행과 증권사 같은 전통 금융회사뿐 아니라 핀테크 기업도 포함되지만, 초기에는 컨소시엄 형태가 더 적절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 금융회사 중심으로 인프라를 먼저 안정적으로 마련한 뒤, 점차 민간 기업의 참여를 넓히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자산 보관 방식도 중요하다.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언제든 액면가 기준으로 상환이 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 발행인은 1:1 비율의 준비 자산을 갖춰야 한다. 자산은 외부 수탁기관을 통해 분리 보관돼야 하며, 유동성이 높은 현금성 자산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 연구위원은 “상환 가능성과 자산의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발행인은 백서를 통해 사업 구조, 리스크 관리 방식, 자산 운용 체계 등을 명확히 공개하고, 이용자가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해외 발행 코인 관리 방안도 과제로
국내에 이미 유통 중인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USDC, USDP 등)에 대한 관리 방안도 논의됐다. 현재는 별다른 규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등록된 사업자를 통해서만 유통을 허용하고 발행인의 자격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본이나 유럽처럼 상환 책임을 유통업자에게 부여하거나, 자산을 국내에 보관하도록 요구하는 방식도 제도 설계 시 참고할 수 있다. 황 연구위원은 “해외 발행 코인의 경우에도 국내 금융 시스템과 연결되는 만큼, 국내 기준 안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제 간 정합성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스테이블코인은 자본시장법, 전자금융법, 외국환거래법, 특금법 등 여러 법률과 동시에 맞닿아 있다. 하나의 법으로 모든 기능을 포괄하기는 어려운 만큼, 관련 법령들을 유기적으로 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의 정의만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의 책임과 역할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별도의 법적 지위 설정이나 해석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단순히 규제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발행 구조, 이용자 보호, 금융시장 안정, 외환과 통화 정책까지 모두 연결된 만큼, 초기 설계부터 정교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