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펩타이드 설계부터 손상 분석까지…연구개발 전반에 기술 접목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뷰티 산업이 AI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성장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지 분석이나 개인화 추천에 머물렀던 AI 활용이 이제는 피부와 모발에 쓸 수 있는 기능성 소재를 설계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모발을 강화하는 펩타이드를 AI로 찾아내고 효능을 실험으로 입증하는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머신러닝과 분자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실제 모발 조직에 적용 가능한 펩타이드 서열을 효율적으로 찾아낸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대규모 서열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단백질 구조에 강하게 결합하는 펩타이드를 추출했다. 이후 실험을 통해 이 펩타이드가 모발 인장 강도를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머신러닝 기반 분석과 시뮬레이션이 결합되면서, 기존보다 빠르고 정밀하게 후보 물질을 걸러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연구에 대해 “AI 기술을 활용하면 방대한 서열 조합 가운데 실질적 효과가 있는 후보를 빠르게 걸러낼 수 있다”며 “화장품 개발 속도와 효율 모두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세션에서는 모발 손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연구도 함께 발표됐다. 경희대학교 김경숙 교수 연구팀은 질환이나 화학적 염색에 의해 발생하는 손상 정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분석 모델을 제시했다. 원자현미경 등 고해상도 장비를 활용해 모발 표면 구조의 변화를 추적하고, 손상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 핵심이다.
두 연구 모두 뷰티 산업이 AI 기술을 연구개발의 핵심 도구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단순히 마케팅에서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AI가 소재 개발과 기능성 평가의 핵심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아모레퍼시픽 R&I센터 서병휘 CTO는 “AI와 피부과학, 소재과학을 융합해 보다 효과적인 제품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며 “스킨케어를 넘어 두피와 모발까지 연구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대한모발학회는 ‘Cool Ideas, Warm Connections in Hair Research’를 주제로 국내외 연구진이 최신 기술 동향을 공유하는 자리로 열렸다. 해외 주요 연구기관도 참석해, 탈모와 두피 질환, 기능성 헤어 제품 개발 등에 대한 다양한 발표가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