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제재 최대 피해자 ‘엔비디아’, 화웨이 ‘반사이익’ 급부상
젠슨 황 “엔비디아의 최대 경쟁자는 인텔 AMD 아닌 화웨이”
중국 시장 화웨이가 장악, “수 년 내 엔비디아 중국서 퇴출될수도”
화웨이 ‘어센드900’칩 등 엔비디아 맞먹어, “언젠간 엔비디아 추월”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앞으로 엔비디아의 왕좌를 위협할 상대는 인텔도, AMD도 아닌, 중국 화웨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엔비디아의 최대 시장 중 한 곳인 중국 내 점유율이 50%로 추락하고, 화웨이가 이를 대체함에 따라 그런 예상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로이터 통신 역시 “엔비디아의 다음 경쟁자는 서구의 다른 빅테크 기업이 아니라, 중국 AI 시장을 장악할 준비를 마친 화웨이”라며 “화웨이는 엔비디아를 중국 AI 시장에서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엔비디아 사업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비디아, 지난 수 년 간 中시장 점유율 95%→50%
앞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컴퓨텍스 2025’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바이든 행정부 시절 수출 규제 이후 중국 AI 시장 점유율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큰 우려를 표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한층 강화된 대중 제재로 인해 연간 500억 달러 규모 중국 시장에서 날로 위상이 쪼그라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엄격히 차단함으로써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이래 엔비디아는 중국에서 많은 고객을 잃었고,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시장 영향력이 약화되었다. 젠슨 황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95%에서 50%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사실 지난 30년 넘게 인텔이나 AMD 등을 ‘경쟁사’로 인식하지 않을 만큼, 독보적인 위상을 굳혀왔다. 하지만 이제는 젠슨 황과 엔비디아 내부에선 “매우 불길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이는 특히 중국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내 부진을 계기로)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중국 시장만 놓고 보면, 화웨이는 AI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화웨이, 엔비디아 H100 겨냥 Ascend 910C 출시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면서, 이를 기회로 삼아, 이를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시장에 ‘Ascend 910B’와 ‘910C’ 칩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시중에서 최고급 칩 중 하나로 꼽히는 엔비디아 ‘H100’ AI 가속기와 동등한 성능을 제공한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Ascend 910C’와 ‘910B’ AI 칩들은 추론 워크로드에 적합하며, 텐센트, 바이두, 바이트댄스 등 여러 중국 IT 대기업에서 이미 애용하고 있다. 더욱이, 화웨이의 첫 랙 스케일 솔루션인 ‘클라우드매트릭스 384’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GB200 NVL72’ 구성을 겨냥한 것으로 현재 이미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에 엔비디아의 상황은 결코 녹록지않다. 중국 시장엔 오로지 자사의 저가형 솔루션만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AI 칩은 GDDR7과 같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술을 통합한 것이어서, (화웨이 제품과) 성능 격차를 더욱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성능 측면에서 (중국에 수출 가능한) 엔비디아의 차기 칩은 화웨이의 제품과는 비교가 안되며,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명성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본사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지만, 화웨이는 유능한 대안 개발에 적극적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화웨이는 단순히 AI 칩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도체부터 메모리 생산까지 공급망을 수직 통합했다. 이미 여러 자회사 산하 공장을 다수 운영하고 있으며, 7nm 공정을 꾸준히 생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멀잖아 중국서 도태” 예상도
엔비디아로선 단순히 한 기술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국력을 모두 기울인 중국 최대 기업 중 하나와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아즈테크니카와 같은 매체는 “이런 식이라면,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도태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일”이라고까지 했다.
젠슨 황은 “세계가 중국이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만약 그렇게 되면, 미국은 AI 지배력을 잃게 될 것이며, 이는 중국 기술이 향후 몇 년 안에 서구 수준에 충분히 근접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엔비디아에 대한 제한이 현재 속도로 지속된다면, 결국 화웨이에 밀려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중국 내 미래는 불확실하며,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가 현재의 입지를 유지하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