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한 도시에 두 회사 자율주행택시 동시 투입, 경쟁
“그 결과에 따라 지구촌 최고의 자율주행기술 승자 가려질 듯”
현재 웨이모 ‘레벨3’ 이상으로 우위, 테슬라도 ‘레벨3’ 이상 도전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자율주행택시의 대표적인 사례는 이미 로보택시를 상용화한 알파벳(구글)의 ‘웨이모’다. 그러나 테슬라도 일부 도시에서 시범 운행을 하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엔 테슬라가 미국 텍사스주 수도인 오스틴에서 ‘로보택시’를 운행할 계획이어서, 기왕에 운행 중인 알파벳(구글) 웨이모에 도전장을 내는 모양새다.
인구 100만 남짓한, 크지 않은 도시에서 두 거대기업이 나란히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경쟁적으로 운행하는 셈이다. 이에 한판 치열한 ‘자율주행택시 전쟁’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대중의 호응과 기술적 평가를 더 높이 받느냐에 따라 향후 자율주행 기술 경쟁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 동안 웨이모는 이미 2017년부터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해왔다. 처음엔 시행착오가 많았고, 최근에도 운행 중 인명사고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이젠 자율주행택시의 독보적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 가운데 테슬라가 ‘로보택시’를 앞세워 동일한 지역에서 동시에 운행,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인구 100만 남짓 도시의 거리에서 정면 승부
테슬라는 일단 6월부터 로보택시를 운행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매우 다른 전략을 가지고 있다. 테슬라의 오스틴 출시는 분명 웨이모의 로보택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오스틴은 테슬라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기술을 시험할 계획인 첫 번째 도시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알파벳의 지원을 받는 ‘웨이모’는 지난 5년간 샌프란시스코 등 다른 세 도시에서 운행해왔으며, 지난 3월부터 오스틴에서 로보택시를 시작했다.
테슬라는 오스틴에 이어, 연내 다른 미국 도시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캘리포니아에선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피닉스, 댈러스, 뉴욕, 마이애미 등 전국 각지에서 자체 테스트 운전자를 여러 명 투입하여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4월 실적 발표에서 머스크는 “테슬라 소유주들도 연내 자율주행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테슬라가 궁극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모도 일부 도시에서 점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4월 현재, 웨이모의 로보택시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오스틴의 일부 지역에서 완전 자율주행 운행을 하고 있다. 또 애틀랜타, 워싱턴 D.C., 라스베이거스, 마이애미, 샌디에이고, 도쿄에서 시범 운행 중이다. 그런 가운데 두 회사가 오스틴에서 동시에 운행을 시작함으로써 정면으로 우열을 다투는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양사, 서로 상대 깎아내리며 ‘신경전’도 펼쳐
오스틴 출시를 앞두고 일론 머스크는 웨이모에 대해 특유의 입담을 섞어 여러 자체 비난을 퍼부었다. 이달 초 실적 발표에서 “웨이모의 비용이 ‘훨씬 더(way more) 든다’”고 농담을 던진 것도 그 중 하나다.
이에 웨이모의 전 CEO 존 크래프칙은 “테슬라가 말만 많고 행동은 없다”고 비난, 양사의 신경전은 이미 가열되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테슬라는 언젠가 웨이모와 경쟁하기를 희망한다며, 지난 10년 동안 웨이모에 대해 이야기해 왔지만 매번 패배와 실패만 거듭해왔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오스틴 운행은 일단 최고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수년간의 경쟁과 논쟁에서 중요한 장을 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테슬라의 대대적인 기술혁신과, 이와는 다른 웨이모의 점진적인 기술 개선 중 어떤 방식이 성공할 것인지도 관심꺼리다.
테슬라와 웨이모는 자율주행을 위한 AI 시스템 훈련에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해왔다. 테슬라는 8개의 카메라를 사용하고 외부 센서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비전 기반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테슬라는 2021년부터 테스트 차량에서 라이더 센서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라이더 센서를 “값비싼 버팀목”이라고 불렀다. 테슬라는 라이더와 레이더가 장착된 ‘지상 탐지 머신’(Ground Truth Machine)을 훈련 목적으로 사용하긴 하지만, 매우 드물거나 특이한 주행 상황 등 극단적인 경우에만 이를 적용한다.
이에 비해 웨이모의 ‘재규어 I-PACE’ 로보택시에는 라이더 센서 5개, 레이더 6개, 카메라 29개가 장착되어 AI 소프트웨어가 주변 환경을 탐색하도록 한다. 최근 웨이모는 “차세대 ‘웨이모 드라이버’에는 센서 수가 줄어들고 가격이 저렴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웨이모 로보택시는 본격적인 상용화에 앞서, 미리 안전 운전자를 활용해 샌프란시스코 등 운행 예정인 도시의 매우 상세한 지도를 사전에 작성, 익히도록 한다.
“웨이모, ‘레벨4’ 구축한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
미국 자동차 기술자 협회(SAE)는 자율주행 차량의 등급을 0점에서 5점까지 매긴다. 테슬라는 그 중 레벨 2 차량으로 운행된다고 밝혔다. 이는 인간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운전자 지원 소프트웨어로 작동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테슬라가 자체 테스트의 대부분을 진행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레벨 3 이상의 테스트를 위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테슬라는 2019년 이후 이 허가를 받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해당 허가를 받으려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안전 운전자와 함께 작동하되, 더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레벨 2 차량으로 운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레벨 3의 상용화는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비해 웨이모는 아마존의 죽스(Zoox), 그리고 스타트업 누로(Nuro) 등과 함께 레벨 4 자율주행을 현실 세계에 구축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레벨 4 자율주행은 운전자 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물론 웨이도 로보택시에도 한계가 있다. 시스템에 프로그래밍된 구역을 벗어날 수 없으며, 눈(雪)과 같은 극한의 기상 조건을 경험하는 도시에서는 아직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행할 수가 없다.
테슬라와 달리 웨이모는 차량을 자체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에 재규어, 크라이슬러, 현대, 도요타 등 OEM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로보택시 차량을 공급하고 있다. 웨이모는 또 자율주행 기술을 개인 소유 차량에도 적용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도요타와 소비자용 차량에 자율주행 기능을 도입하기 위한 초기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양사, “로보택시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모색”
테슬라와 웨이모의 주행 거리는 전문가마다, 혹은 이를 분석한 언론 매체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사람이 얼마나 자주 제어해야 하는지, 또는 자율주행 차량이 운전자의 개입 없이 얼마나 많은 거리를 주행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실적 보고서에서 테슬라는 “베타 FSD(레벨 2 수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이 누적 36억 마일을 주행했다”고 밝히긴 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테슬라 엔지니어들이 로보택시 앱의 내부 버전을 사용, 약 15,000마일을 주행했다는 업데이트도 발표했다.
이에 반해 웨이모는 지난 1월까지 “로보택시가 사람의 감독 없이 5,670만 마일을 주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4월 현재 주당 25만 건 이상의 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보택시 이용료도 사용자 내지 승객들로선 관심사다. 테슬라는 요금을 밝히지 않았지만, “우버(Uber)를 예약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만 했다. 테슬라는 다만 ‘완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베타 버전(FSD)을 미화 8,000달러(월 99달러, 한화 약 14만원)에 판매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면허를 소지한 운전자가 차량을 감독하는 조건하에 차선 변경, 정지 신호 인식, 고속도로 진입 및 진출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상업용 로보택시 상용화에도 주력하고 있지만, 테슬라 차량 소유주들이 언젠가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자율주행 서비스로 차량을 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비해 웨이모는 주로 ‘웨이모 원’(Waymo One)을 통해 자율주행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우버와 같은 승차 공유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를 제공하도록 할 예정이다. 우버 또는 리프트(Lyft)와 마찬가지로 웨이모의 요금은 도시와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에버코어 ISI’(Evercore ISI)가 지난해 웨이모, 우버, 리프트가 제공한 1,000건의 운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웨이모의 요금은 2024년 4분기까지 기존 승차 공유 플랫폼과 거의 동일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