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학습과 판단 넘어 "GPU가 직접 추론 수행하는 구조로 진화"
개발과 실행, 설계까지…게임 기술의 흐름, GPU 중심으로 재편
생성 AI와 연산 최적화 기술 결합으로 개발 환경 효율성 급상승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게임 기술의 진짜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대화하는 NPC, 유저 행동을 학습하는 캐릭터, 스스로 판단하는 게임 구조 등, 요즘 화두가 되는 기술은 모두 ‘AI’로 설명되곤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기술이 가능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실시간으로 AI를 구동할 수 있는 GPU 연산력이다. 2025년 게임 산업에서 AI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니다. 하지만 AI가 작동하려면 연산 자원이 뒷받침돼야 하고, 그 중심에 GPU가 있다.

크래프톤의 CPC 기술 발표 현장.(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의 CPC 기술 발표 현장.(사진:크래프톤)

LLM 추론, 클라우드 아닌 로컬 GPU로 이동

게임에서 AI가 활용되는 방식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음성을 이해하는 캐릭터, 플레이어의 전투 스타일을 학습해 전략을 바꾸는 적, 정해진 대사가 아니라 맥락에 따라 대화를 이어가는 NPC까지, 이제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플레이 경험의 핵심이 됐다. 하지만 이 모든 AI는 하나의 조건 위에서만 작동한다. 바로 실시간 반응이다.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도 반응 속도가 느리면 몰입감을 망치기 마련이다. 특히 게임은 수동적으로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유저가 상호작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 밀리초의 지연만으로도 경험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실시간 반응의 핵심은 GPU다. 예를 들어 크래프톤이 CES 2025에서 공개한 CPC(Co-Playable Character)는 소형 언어모델(LLM)을 통해 음성을 인식하고, 감정을 파악하며, 상황에 따라 협력하거나 다른 전략을 선택하는 AI 캐릭터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캐릭터가 끊김없이 움직이고, 대화하고, 반응하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연산이 ‘순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중요한 건, 이 LLM이 클라우드에서 처리되는 방식이 아니라 게임 클라이언트 내부에서 GPU를 통해 실시간 추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즉, 사용자 기기에서 GPU가 AI의 두뇌처럼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게임 속 AI는 더 이상 서버가 대신 계산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유저의 기기 안에서 실시간 연산되는 프로세스가 됐다.

CES 2025에서 엔비디아 최고 경영자(CEO) 젠슨 황.(사진:게티 이미지)
CES 2025에서 엔비디아 최고 경영자(CEO) 젠슨 황.(사진:게티 이미지)

DLSS 4·Agentic AI 등 고도화된 AI 기능, 연산 없인 작동 불가

엔비디아는 지난 CES 2025에서 자사 그래픽카드의 핵심 기술인 DLSS 4를 공개했다. 이 기술은 실제로 렌더링한 프레임 1장만으로, AI가 그다음 3장의 프레임을 예측하고 생성해준다. 즉, 기존보다 4배 빠른 렌더링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GPU 부담이 줄어드는 것 같아도, 사실은 정반대다. AI가 프레임을 생성하기 위해선 수백 개의 예측 시나리오를 연산하고 최적값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GPU가 실시간으로 더 많은 추론 연산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Agentic AI는 기술적 요구 수준을 한층 더 높인다. 이 기술은 단순한 반응형 NPC가 아니라, 유저의 행동을 해석하고, 게임 내에서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며, 다른 캐릭터와 관계를 맺는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구현한다.

이런 AI는 고정된 트리거가 아니라, 매 순간 상황을 판단하고 전략을 스스로 수립해야 한다. 사실상 게임 엔진 안에서 AI가 게임을 재설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GPU가 처리해야 할 연산량은 기존보다 수배로 증가한다.

결국 지금의 게임 기술은 연산력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구조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GPU는 더 복잡한 작업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고, 그에 따라 GPU는 단순한 그래픽 가속기가 아닌 게임 기술을 움직이는 중심 축으로 확실히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렐루게임즈가 개발자 3명이 생성형 AI로 한 달 만에 제작한 게임을 공개했다.(사진:렐루게임즈)
지난해 렐루게임즈가 개발자 3명이 생성형 AI로 한 달 만에 제작한 게임을 공개했다.(사진:렐루게임즈)

개발부터 실행까지, GPU가 중심

게임 기술의 진화는 이제 플레이 환경을 넘어 개발 방식과 플랫폼 설계까지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의 게임 개발은 대규모 인력과 시간이 전제돼야 했지만, 생성형 AI와 GPU 기반 연산 기술이 이 구조를 빠르게 뒤흔들고 있다.

예를 들어, 크래프톤 산하 렐루게임즈는 지난해 단 3명의 개발자가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해, 한 달 만에 게임을 만들어 공개했다. 배경 생성, 대화 스크립트, 음성 합성 등 반복 작업은 AI가 맡고, GPU는 이를 실시간으로 연산하며 개발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제 GPU는 단순히 게임을 '돌리는' 도구가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성능 연산 기술은 대규모 예산 없이도 고품질 게임 개발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고, 이는 인디부터 대형사까지 개발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GPU 연산력은 기술 격차를 벌리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개발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의 방향성 역시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콘솔 중심의 게임 설계가 일반적이었지만, AI가 실시간 추론과 반응을 요구하는 지금, GPU 성능이 곧 게임 구현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연산 구조는 PC 환경에서 더 빠르게 실험되고 구현되고 있으며, AI 기반 기술 흐름은 자연스럽게 고성능 GPU 기반 PC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게임 기술은 이제 콘텐츠나 장르보다, ‘어떤 연산 환경에서 가능한가’가 먼저 논의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연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어떤 기술도 실현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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