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터의 핵심 원리 '중첩', '얽힘' 현상
양자 컴퓨터, 기존 컴퓨터보다 '어려운 문제' 해결 속도 빨라
'쇼어 알고리즘', 소인수 분해 빠르게 해결

양자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양자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애플경제 정한빈 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19일 양자 컴퓨터 칩 '마요라나 1'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가 '마요라나 페르미온 최초 발견' 논문을 철회한지 4년만의 성과다.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구글, IBM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양자 컴퓨터 개발에 불을 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너지의 최소량 '양자'의 개념

양자 컴퓨터를 이해하려면 먼저 양자와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의 단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양자의 특징을 바탕으로 한 양자 역학은 고전 물리학과 다르게 크게 3가지의 특징이 있다. 첫 번째로 '양자화'로 에너지, 운동량과 같은 성질들이 연속적이지 않고 특정 값들로 제한돼 있다. 두 번째로 양자의 파동-입자 이중성이다. 양자는 파동의 특성과 입자의 특성이 동시에 관측된다. 마지막으로 불확정성의 원리로 물질의 특성들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어떤점이 다른가?

양자 컴퓨터는 양자역학적 원리를 이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연산 능력을 갖춘 차세대 기술이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의 비트를 사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라는 단위를 사용해 중첩과 얽힘과 같은 양자역학적 특성을 활용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보다 특정 연산을 훨씬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양자는 중첩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0과 1의 이진법적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 컴퓨터는 양자 역학적 성질을 이용해 연산한다. 기존 컴퓨터에서 4비트가 있다고 가정하면 0000에서 1111까지 총 16개의 상태 중 한 가지 상태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에서는 4개의 큐비트가 동시에 16개의 상태를 가질 수 있어 동일한 연산을 병렬로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양자는 얽힘 현상을 가지고 있다. 얽힌 큐비트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하나의 큐비트 상태가 변하면 다른 큐비트 상태도 즉시 영향을 받는다. 이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상태를 즉시 결정하는 비국소성을 가진다. 이 현상 덕분에 정보를 공유하고 계산하는 과정이 빨라진다. 

이러한 특징들을 바탕으로 양자 컴퓨터는 '양자 게이트'라는 기본 연산 단위를 사용해 큐비트 상태를 변경한다. AND, OR, NOT과 같은 고전 컴퓨터의 논리 게이트와 달리 양자 게이트는 중첩과 얽힘의 양자 특성을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Hadamard 게이트, CNOT 게이트, Toffoli 게이트 등이 있다. 

쉬운 문제 vs 어려운 문제

기존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의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쉬운 문제'라고 하면 해결하기 간단한 문제를 떠올리지만 컴퓨터에서는 문제의 크기가 커질수록 연산량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는지를 기준으로 난이도를 평가한다.

'쉬운 문제'는 연산량이 다항식 형태로 증가하는 문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여러 개의 숫자를 더하는 연산이 있다고 하자. n개의 숫자를 더하기 위해서는 n번의 연산만 필요하다. 곱셈의 경우에도 자릿수가 n개인 숫자 두 개를 곱하는 경우 최대 3n²번의 연산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크기가 커져도 다항식 형태로 연산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로 분류된다.

반면 '어려운 문제'는 연산량이 지수 함수적으로 증가하는 문제를 말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숫자의 크기가 커질수록 연산량이 복잡해져 해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양자 컴퓨터는 이러한 어려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양자 알고리즘, '쇼어 알고리즘' 작동 원리

양자 컴퓨터의 초고속 연산 능력을 활용한 대표적인 알고리즘은 1994년 피터 쇼어가 개발한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이다. 기존 컴퓨터로는 지수 시간이 걸리는 소인수 분해 문제를 다항 시간 내에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쇼어 알고리즘은 먼저 초기 상태의 양자 비트를 중첩 상태로 만든다. 그런 다음 주기성을 찾기 위해 시간 입력값에 대한 함수를 진동수 입력값으로 변환하는 양자 푸리에 변환을 사용한다. 양자를 측정해서 얻은 데이터는 고전적으로 처리해 원하는 결과값을 도출한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 수십 년이 걸리는 연산을 몇 초 만에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암호 해독 및 보안, 신약 개발, 금융 분야 등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기술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큐비트의 불안정성과 같은 오류 정정 기술 개발이 필요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초고속 연산으로 미래 사회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