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소프트뱅크 투자 협상 대비 ‘플랜B’ 성격” 해석도
中딥시크 여파로 투자 주춤, 다급해진 앨트먼 아시아 나들이
“한국·인도 투자자 물색”, 자체 반도체, 클라우드 확충 ‘자금 절실’

오픈AI CEO 셈 앨트먼. (사진=테크크런치, 게티이미지)
오픈AI CEO 셈 앨트먼. (사진=테크크런치, 게티이미지)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오픈AI CEO 샘 앨트먼의 방한의 진짜 목적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4일 방한한 앨트먼은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카카오와 기술 제휴를 하기로 하고, 카카오 ‘카나나’ AI 플랫폼에 챗GPT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기로 했다. 앨트먼은 이 자리에서 “한국은 좋은 시장으로서 앞으로도 견고한 파트너십이 기대된다”고 했다.

투자협상 의식, 도쿄서 X 통해 ‘딥서치’ 공표

그러나 정작 그의 방한 목적은 따로 있을 것이란 게 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이미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은 하루 전인 3일 “앨트먼이 X를 통해 오늘 밤 굳이 일본 도쿄에서 신제품 ‘딥 리서치’에 대한 라이브 스트리밍을 호스팅한다고 발표했다”고 그의 특이한 행보를 주목하기도 했다.

이는 분명 기사화될 만한 사례다. 불과 이틀 전 오픈AI는 중국 딥시크에 대항하기 위해 GPT-4o나, ‘o1’보다 한층 성능을 높인 추론 전문 ‘o3-미니’를 전격 출시한 바 있다. ‘o3-미니’ 성능에 따라 초급, 중급, 고급 등 3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몇몇 벤치마크에서 일부 수학계산을 제외하곤 딥시크의 V3나 R1이 ‘o3-미니’ 초·중급보단 한 수 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벤치마크 결과가 나온 다음 날 도쿄에 도착한 앨트먼은 이번엔 ‘딥서치’로 이름붙여진, 한층 업그레이드된 텍스트 분석과 추론 중심의 AI에이전트를 또 내놓았다. 말하자면 ‘o3-미니’ 고급 수준보다 더 정밀하며, 아무리 복잡한 문서와 논문이라도 불과 30~40초만에 장문의 분석자료나 요약문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읻가.

주목할 것은 이런 초고성능 AI모델을 도쿄에서 발표한 점이다. 이를 두고 평소 AI 개발의 엔지니어링엔 별로 주목하지 않던 ‘뉴욕타임스’조차 의아해했다. “가타부타 설명없이 X에 그저 ‘AI 신모델(딥서치) 출시’라고만 해서 도무지 ‘맥락’을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 430억 달러 투자 여부 ‘주목’

앨트먼의 이런 도쿄 ‘행보’를 두고 일각에선 소프트뱅크와 창업자 마사요시 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앞서 일본 소프트뱅크는 오픈AI에 최대 430억달러(한화 62조원)를 을 투자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을 해왔다. 이는 지금껏 행해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선 역대급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앞서 “소프트뱅크와 창업자 마사요시 손은 오픈AI의 가치를 최대 3,000억 달러로 평가하며 이같은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픈AI로선 이같은 ‘물주’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자체 반도체칩 개발과 클라우드 컴퓨터 용량을 확충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통해 국제적인 AI반도체칩 물량 부족에 대비하고, 클라우드를 통한 자체 AI솔루션을 널리 보급하는 것은 자칫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가장 큰 투자자이자 오랜 독점적 기술 파트너인 마이크소프트는 오픈AI가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투자를 요구했으나 마냥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상 더 이상의 투자를 중단한 셈이다.

샘 앨트먼은 이에 중동 각국을 돌며 라운드를 추진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소프트뱅크에 손을 내밀었고, 마사요시 손이 화답한 것이다. 손은 특히 오픈AI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를 구축하는 벤처 기업인 ‘스타게이트’에도 18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전해져 오픈AI로선 구세주를 만난 셈이다.

샘 앭트먼(왼쪽)이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합동 이벤트에서 MS 이사인 케빈 스콧에게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터 용량 증가를 위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스)
샘 앭트먼(왼쪽)이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합동 이벤트에서 MS 이사인 케빈 스콧에게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터 용량 증가를 위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스)

‘딥시크’ 출현에 AI 투자 예정자들 ‘주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주 중국의 ‘딥시크’라는 ‘괴물’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단돈 600만 달러에 GPT는 물론, 앤트로픽 클로드3 등을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잖아도 AI의 부가가치 창출에 의문을 가졌던 투자자들은 “과연 AI개발에 지금처럼 많은 돈을 투자할 필요가 있느냐”며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소프트뱅크 역시 오픈AI 투자에 대해 “지켜봐야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주춤한 모습이다.

이에 몸이 달아오른 앨트먼은 급히 도쿄로 날아와 마사요시 손을 만난 것이란 해석이다. 아직 두 사람 간에 어떤 합의점이 나왔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시원하게 타결된게 없음은 분명해보인다는게 분석가들의 시각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앨트먼은 다시 ‘서울행’을 택한 것이다. 일단 표면적으론 카카오와의 기술 제휴나, 반도체 문제를 둔 삼성 이재용 회장과의 만남이 큰 이유다. 그러나 이면엔 ‘소프트뱅크’에 이은 ‘플랜B’로 한국의 투자처를 찾은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의 SK 최태원 회장이나 삼성 이재용 회장을 통해서도 그런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란 추측도 있다. 다시 말해 한국 대기업 등 또 다른 ‘후원자’를 물색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이런 해석은 아직 추측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그 개연성을 아예 일축할 수도 없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일부 외신도 “도쿄로 여행을 떠난 앨트먼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 많은 후원자를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현재 오픈AI 최대 주주는 마이크로소프트로서, 오픈AI에 그동안 140억달러 가량 투자했다”면서 “만약 소프트뱅크가 예정된 자금을 오픈AI에 투자하게 되면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 오픈AI 최대 투자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신들 “한국, 인도 등서도 투자자 적극 물색”

특히 앨트먼은 서울행에 이어 곧 인도로 날아갈 예정이다. 인도행 역시 그런 ‘투자처’ 물색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39세의 알트만은 소프트뱅크와 일본에서 AI 도구와 서비스를 판매하고 확산하기 위한 계약을 공개하기 위해 서울 방문 하루 전에 도쿄에 있었다”면서 “그의 아시아 투어는 수요일에 인도로 확장될 예정이며, 그곳에서 새로운 투자자, 개발자, 파트너를 물색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앨트먼은 한국 방문은 2023년 이후 세 번째다. 이번 아시아 나들이에서 과연 그가 바람대로 최종적으로 투자가 성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 방문 이면엔 앨트먼의 그런 ‘절실한’, 숨은 그림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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